<어린이 책>너의 길이 흐릿해질 때, 우리의 약속을 떠올리렴

기자 2022. 5. 2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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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이 투명하게 겹쳐진 산자락 아래에는 할머니 곰 바까와 작은 곰이 등불을 사이에 두고 서 있다.

바까 할머니와 그의 손주인 작은 곰은 넓은 세상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이다.

바까 할머니가 작은 곰에게 "네 길을 가!"라고 말하고 그를 다음 생으로 떠나보내고 나서 그는 어떤 일을 겪게 될까.

그러나 바까 할머니는 길이 안 보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작은 곰에게 당부해두었고 작은 곰은 그것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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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길│이렌 보나시나 지음│박선주 옮김│보림

오색이 투명하게 겹쳐진 산자락 아래에는 할머니 곰 바까와 작은 곰이 등불을 사이에 두고 서 있다. 평온한 표지다. 책을 펼치면 먼저 라사 드 셀라의 노랫말이 나온다. “살아있는 길로 발을 내딛겠어. 여기서 세상의 중심으로 옮겨 갈 거야.” 살아있는 길은 어느 쪽에 있을까? 세상의 중심은 어디일까? 그림책 ‘우리의 길’은 묵직한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작은 곰이다. 바까 할머니와 그의 손주인 작은 곰은 넓은 세상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이다. 낡은 다리가 발밑에서 출렁거려도, 높은 산이 가로막아도 둘은 서로 의지하면서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 수평선은 그들을 부르고 별은 영원한 밤의 노래를 들려준다. 우미는 언젠가 이 아름다운 여행의 나날이 멈출 수도 있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할머니의 여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지 못한다.

바까 할머니가 작은 곰에게 “네 길을 가!”라고 말하고 그를 다음 생으로 떠나보내고 나서 그는 어떤 일을 겪게 될까. 눈물로 눈앞이 흐릿해지면서 본래도 빛을 건너는 셀로판지처럼 흐릿했던 그림책 속의 장면들은 더욱 윤곽이 둔해진다. “길을 잃은 것 같아!”라는 문장과 어지러운 사선의 빛은 독자를 아찔함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바까 할머니는 길이 안 보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작은 곰에게 당부해두었고 작은 곰은 그것을 기억한다.

이렌 보나시나는 스트라스부르 장식미술학교에서 공부한 작가이며 이 그림책은 한국에 소개되는 그의 첫 책이다. 빛과 그림자를 활용한 장면의 연출이 놀랍다. 스트라스부르는 노트르담 성당을 비롯한 도시 곳곳에서 해가 지면 화려한 빛의 공연이 펼쳐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한낮에 읽어도 우리를 그 찬란한 밤으로 데려간다. 지금이 인생의 밤이라고 생각할 때 읽으면 어디선가 스며드는 빛을 발견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48쪽, 1만6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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