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용 바닷물 수온 상승하자 원전 정지 기준 높여 대응?

김정수 2022. 5. 2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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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기후]신고리 3·4호기 냉각용 해수 온도
원전 멈춰세워야 하는 수준에 육박
한수원, 냉각설비 성능 그대로 두고
가동정지 해수온도 기준 상향 추진
원안위원들 "운전여유도 줄어" 우려
신고리 3·4호기 전경. 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원전 냉각용 바닷물 수온이 올라감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 3·4호기를 세워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동정지 기준온도 상향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 계획대로 운전제한 조건을 완화하면 냉각설비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운전 여유도가 현재의 9분의1 수준으로 축소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17년 8월7일 신고리 3호기 냉각용으로 끌어들인 바닷물 온도는 최고 31.2도를 기록했다. 3호기의 ‘최종열제거원(바닷물) 설계온도’ 31.6도에 0.4도 모자라는 고수온이었다. 여기에서 바닷물 온도가 0.4도만 더 오르면 원전을 세워야 한다. 신고리 3호기 원전운영지침서는 냉각수로 쓰는 바닷물 온도가 설계온도를 초과하면 가동을 정지시키는 ‘운전모드 3’에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원전을 수시로 세워야 하는 사태가 우려되자 한수원은 2019년 3월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고리 3호기와 4호기의 바닷물 설계온도를 31.6도에서 34.9도로 높이는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바닷물 온도가 34.9도까지 상승해도 계속 운전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냉각설비 보완없이 이렇게 할 경우 경우 열교환기 성능을 고려한 운전 여유도가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한수원이 운영변경허가 신청에 대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킨스)의 심사 자료를 보면, 냉각용으로 취수하는 바닷물 온도가 기존 설계온도(31.6도)와 같을 때는 열교환기에 시간당 3.97MBtu(영국열량단위)의 열제거성능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취수하는 바닷물 온도가 34.9도로 높아지면 열교환기에는 68% 높은 6.67MBtu/hr의 열제거 성능이 요구된다. 신고리 3호기에 설치된 열교환기의 설계 성능기준 7MBtu/hr와 격차가 3.03MBtu/hr에서 0.33MBtu/hr로 좁혀지는 것이다. 열교환기 설계 성능의 43.3%였던 운전 여유도가 4.7%로 9분의1가량 축소되는 셈이다.

한수원이 운전 여유도 확보를 위한 열교환기 성능 개선 작업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설계온도 변경을 추진하기 앞서 진행한 이 개선 작업 결과는 제작사 성능 보증값을 7.92MBtu/hr에서 7.95MBtu/hr로 0.38% 증가시켰을 뿐 운전 여유도를 늘려주지는 못했다.

한수원이 바닷물 수온 상승에 유의미한 설비 보완 없이 가동정지 기준을 높여 대응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수 원안위 위원들도 우려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과 8월 연이어 심의의결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문제 제기가 이어져, 27일 이 안건이 다시 상정되는 이유다.

지난해 7월 열린 제144회 원안위 회의에서는 ‘열교환기의 설계 마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설계 당시부터 보수적으로 잡아 여유가 있다’는 취지의 심사기관의 설명에 위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이병령 위원은 “처음에 보수적인 값을 부여한 것은 그럴 이유가 있기 때문에 한 것”이라며 “나중에 해수 온도가 오르는데 어떻게 사고 위험성을 줄여 보려는 노력은 않고, 사고 안 난다는 말을 할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김호철 위원도 “보수성을 고려해 3.03MBtu/h의 설계 마진을 뒀는데, 이제 0.33MBtu/h의 설계 마진 밖에 없다면 최초 설계 당시 보수성을 고려한 것은 깨진 것”이라며 “설비 교체 등 대안들을 전혀 제시하거나 고려하지 않은 채 그냥 운영기술지침서나 바꾸는 것으로 가는 것 같아 계속 질문이 이어지게 된다”고 했다.

이어 열린 제145회 원안위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하정구 위원은 “열교환기 용량을 키우면 충분한 설계운전 여유도를 유지할 수 있는데, 해수온도를 상향시켜서 운전을 계속 그대로 하려고 한다. 공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운전 여유도가 4.7%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숫자”라고 말했다.

신고리 3호기가 상업운전 시작 1년도 안 돼 냉각수용 바닷물 수온이 설계온도까지 근접하는 상황을 맞은 것은 설계 당시 기후변화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한수원이 원안위에 제출한 운영변경허가 신청 자료를 보면, 신고리 3호기의 바닷물 설계온도 31.6도는 1971년~2000년까지 30년간 인근에서 관측된 최고수온 28.6도에 원전 온배수 영향을 고려한 최고 재순환 온도 3도를 더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기본 수명을 40년으로 잡는 원전을 지으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도 상승 전망을 바닷물 설계온도 결정에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해수온도 상승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해 8월 공개한 7월 바닷물 평균 온도 순위를 보면 역대 1위부터 10위 중 9개 년도를 2007년 이후 년도가 차지했다. 해양과학기술원 조사결과를 보면 특히 지난해 7월 동해 평균 수온은 과거 30년 평균보다 2.7도 치솟은 22.2도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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