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불발 정보라 작가 "내가 믿는 가치·진실 전달 위해 글 쓸 것"
"'만능 인재' 안톤 허 번역가와 협업 지속 하고파"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소설집 '저주토끼'로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46) 작가가 "상을 타거나 독자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믿는 가치와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글을 쓰겠다"고 강조했다.
정 작가는 26일 밤(현지시간) 영국 런던 이벤트홀인 원메릴본에서 열린 부커상 시상식 종료 후 "한국 문학을 포함해 모든 문학과 예술은 포부를 갖지 않을 때 가장 많은 성취를 이룬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작가는 '저주토끼'의 해외 판권 업무를 담당하는 그린북 에이전시를 통해 부커상 시상식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은 인도 작가 지탄잘리 슈리가 쓴 '모래의 무덤'(Tomb of sand)으로 결정됐다. 수상은 불발됐지만 정 작가의 어조엔 아쉬움은 묻어나지 않았다. 그는 되레 "상을 받지 않아 종일 언론 인터뷰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게 됐다"며 넉살 좋게 웃었다.
정 작가는 "시상식 종료와 함께 해방됐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야 마음 놓고 런던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당장 6월30일까지 번역 마감을 해야 하고 7월 말, 8월 말까지 단편과 번역 마감도 해야 하는데 일할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얻은 것 같아 안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번 시상식은 정 작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 이후 수상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부담감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정 작가는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와 번역가를 만났을 때 모두가 운동 경기에 출전한 국가대표가 된 듯한 압박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수상자인 슈리가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의 대사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를 응용, 수상소감을 했을 때 일종의 짜릿함을 느꼈다고 한다.
정 작가는 "슈리가 '부커상은 우리 중에 누가 제일 잘났니를 뽑는 그런 게 아니다'라고 딱 집어 말해줘 굉장히 감사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이름'(A New Name)으로 최종 후보에 올랐던 욘 포세(노르웨이)의 낭독회도 정 작가의 마음을 울리는 대목이 있었다. 그는 "포세가 '이야기는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는 그냥 있고 나는 귀를 기울여 받아쓸 뿐이다'라는 취지로 말을 했는데, 나도 글을 쓸 때 그렇게 느끼기 때문에 신기하기도 하고 공감이 갔다"고 전했다.
번역가로서도 만족스러운 행사였다. 그는 러시아와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권 문학작품도 번역하고 있다. 정 작가는 "'모래의 무덤' 번역가인 데이지 록웰이 지난 낭독회 당시 '번역 불가능한 텍스트는 없다. 번역가는 어떤 단어나 표현을 번역할 때 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번역하는 것이다'라고 한 부분도 마음에 와닿았다"고 강조했다.
'저주토끼'를 영어로 옮긴 번역가 안톤 허(본명 허정범·41)와의 작업에도 만족감을 표했다. 정 작가는 허 번역가를 '만능 인재'라고 칭하며 지속적인 협업 의사를 밝혔다. 허 번역가는 '저주토끼'와 함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포함된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도 영어로 옮겼다.
저주토끼의 영어판을 펴낸 영국 출판사 혼포드 스타는 정 작가의 다른 장편소설 '붉은 칼'(2019)과 소설집 '그녀를 만나다'(2021)의 영국 출간을 앞두고 있다. 두 권의 책 역시 허 번역가의 손길을 거쳐 출간될 예정이다.
정 작가는 허 번역가에 대해 "출중한 실력은 물론 홍보도 잘하고, 인맥도 넓다. 문학계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판단력도 뛰어나다"며 "'붉은 칼', '그녀를 만나다' 이후에도 계속 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 번역가는 시상식 종료 후 "여기까지 왔다는 게 믿기지 않고 행복하다. 앞으로 계속 번역을 하면서 내 글도 쓰겠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수상자와의 대담 등에 참석한 후 6월 초 귀국할 예정이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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