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주인을 위한 10계 초보 견주 가슴을 때리네

기자 2022. 5. 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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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새 식구가 생겼다.

이름은 마리.

한 마리 두 마리 할 때의 그 '마리'다.

'소울 메이트'(창심소)는 일곱 마리 개와 생활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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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김사장의 요즘 소설

출판사에 새 식구가 생겼다. 이름은 마리. 한 마리 두 마리 할 때의 그 ‘마리’다. 세상에 태어난 지 4개월 하고 나흘이 지났는데, 매일 열다섯 시간쯤 잠을 자고 세 번 밥을 먹고 다섯 번 똥을 싼다. 체구는 작지만 똥의 양은 만만치 않다. 그걸 누가 치우느냐. 물론 나다. 반려견과 생활하는 게 처음인 나로서는 똥 싸놓은 걸 보는 게 이토록 기쁜 일인 줄 몰랐다. 지난 두 달간 피와 땀과 눈물 어린 훈련을 한 대로 약속된 장소에 황금색 똥이 놓여 있으면 즐거워서 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이 된다. 한데 며칠 전에는 사무실 휴지통을 뒤져서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바람에 나한테 된통 혼이 났다. 그러자 여봐란 듯이 내 책상 밑에 똥을 싸놓은 거다. 이거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건가. 버릇을 고쳐놓으려고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화를 내고 잠시 가둬 놨다. 이렇게 해야 교육이 되겠다 싶어서.

내 행동이 잘못됐음을 반성한 건 하세 세이슈(馳星周)의 소설을 읽고 나서다. ‘소울 메이트’(창심소)는 일곱 마리 개와 생활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중에는 노골적으로 학대를 일삼는 사람도, 무의식중에 학대 비슷한 행위를 하는 사람도 등장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가슴에 새겨둬야 할 점들을 ‘반려동물이 주인에게 바라는 10계’라는 제목으로 적어놓았다. 마치 폭풍 아래에서 집에 들여보내 달라고 문을 벅벅 긁는 강아지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열 개의 문장이 다 가슴을 쳤지만, 특히 아렸던 건 다음의 네 가지다. (1) 길어야 15년까지밖에 살지 못하는 저는 잠시라도 당신과 떨어져 있으면 괴롭습니다. (2) 취미나 친구가 있는 당신과 달리 저에게는 당신뿐이 없다는 걸, 벌을 주려고 가두기 전에 떠올려 주세요. (3) 때리지 마세요, 제게도 살을 찢을 수 있을 만큼 강한 이빨이 있지만 당신을 물지 않으니까요. (4) 무작정 혼내지 말고 혹시 밥이 입에 안 맞는 건 아닌지, 너무 오래 혼자 둔 건 아닌지 생각해봐 주세요.

일본에서 2013년에 출간된 ‘소울 메이트’가 이제라도 한국에 번역될 수 있었던 건, 마찬가지로 개에 관한 이야기인 작가의 ‘소년과 개’가 2020년에 나오키상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상을 받으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한국의 출판사들이 관심을 가지니까. 그 덕분에 두 소설을 연달아 읽을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 나에게도, 마리에게도.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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