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울리는 車갑질]② '옵션 끼워팔기' 유행.. 시트 바꾸려면 계기판도 교체해야

고성민 기자 2022. 5. 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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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한국GM의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차량 계약을 고민하다 불만이 생겼다. 116만원짜리 ‘컴포트 패키지2′ 때문이다. 트레일블레이저의 프리미어(Premier) 트림은 기본 인조가죽 시트인데, 이를 천연가죽 시트로 교체하려면 반드시 이 패키지를 선택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컴포트 패키지2에는 천연가죽 시트로의 교체 비용을 더해 A씨가 그다지 원치 않는 전동 시트 기능, 운전석 요추 받침, 1열 통풍시트, 슈퍼비전 클러스터(4.2인치 컬러 계기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포함됐다. 그러면서 가격이 116만원으로 책정됐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전방의 차량과 차간 거리를 유지하면서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로 주행하는 기능이다. 도로가 정체 중일 땐 정차했다가 재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이달 초 2023년형을 출시하며 하위 트림이던 LS, LT 트림을 빼고 프리미어 트림부터 판매해 시작 가격을 종전 1959만원에서 2489만원으로 530만원 올렸다. LT 트림에선 슈퍼비전 클러스터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뺀 ‘컴포트 패키지1′을 85만원에 선택할 수 있었으나 프리미엄 트림에선 ‘컴포트 패키지2(116만원)′부터 선택이 가능해 사실상 옵션 가격도 올랐다. A씨는 “천연가죽 시트를 위해 다른 필요 없는 옵션도 선택해야하느냐”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는 여러 옵션을 묶어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005380) 그랜저의 최저가 프리미엄(Premium) 트림은 ‘프리미엄 초이스’ 옵션으로 앞좌석 통풍시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 스마트 전동식 트렁크, 운전석 공조 연동 자동제어 기능 등을 묶어 7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통풍시트는 많은 운전자가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필수로 여기고 있지만, 운전자들은 다른 옵션들도 사실상 강제로 사야 한다.

기아(000270)의 K8도 노블레스·시그니처 트림에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팩+스마트커넥트’ 옵션을 패키지로 165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석 전방 유리 하단에 속도 등 정보를 표시해주는 기능이다. 운전자가 차량 가운데 위치한 네비게이션을 보느라 눈을 요리조리 돌릴 필요가 없어 많은 운전자들이 선호한다. 반면 함께 패키지로 묶인 스마트커넥트는 ‘괜히 묶여 가격만 올렸다’는 불만이 다수다. 오토 디포그(차량 앞 유리 김 서림을 감지해 자동으로 제거), 빌트인 캠(주행 중 영상 기록장치), 보조배터리, 기아 디지털 키, 터치 타입 아웃사이드 도어핸들 등 기능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QM6도 2023년형 LE 시그니처 트림에서 ‘운전석 파워시트’로 여러 옵션을 묶어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다. 이 차의 기본 옵션은 인조가죽이다. 운전석 파워시트 옵션 패키지는 98만원으로, 앞좌석 통풍시트, 동승석 파워시트, 뒷좌석 열선시트, 운전석 전동식 요추 받침장치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QM6는 2022년형에선 89만원에 ‘앞좌석 통풍시트+동승석 파워시트+운전석 파워시트’ 패키지로 판매했다. 올 들어선 뒷좌석 열선시트를 옵션에 포함하며 가격을 9만원 더 올렸다.

완성차 업체는 빠른 생산을 위해 옵션 패키지 판매가 불가피하다고 말하지만, 소비자들은 필수 옵션과 비선호 옵션이 묶여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완성차 기업이 제조 공정 편의성과 ‘끼워팔기’로 인한 부수적 수익 증가를 위해 안 팔리는 옵션을 필수 옵션과 묶어서 판다는 것이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은 최근 영업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패키지 옵션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벤츠는 지난 19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수익성 있는 성장’을 하겠다고 밝히며 실행전략으로 ▲마이바흐·AMG·G클래스 등 비싼 모델 판매 확대 ▲A클래스·B클래스 등 저렴한 모델 차종 축소 ▲패키지 옵션 판매를 통한 (공정) 복잡성 감소 등을 들었다. 패키지 옵션이 영업이익률 상승에 직접 기여한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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