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오프 때마저 심박수 뚝, 뚝..그 뒤엔 덕심 충만 '김안산' 있더라

이준희 2022. 5. 2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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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을 쥔 그는 흔들림이 없다.

지난 22일 광주여대에서 열린 2022 세계양궁연맹(WA) 양궁 월드컵 여자단체 결승 때도 그는 10점(4번)과 9점(2번)에만 화살을 꽂았다.

한국 여름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대회 3관왕에 오른 지난여름 도쿄올림픽 여자부 개인전 결승 때도 안산의 집중력은 빛났다.

첫 올림픽 무대가 떨릴 법도 한데, 안산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펼쳐진 피 말리는 슛오프 때 무섭도록 침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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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이 보여주다, MZ 스포츠 스타의 길
집중력 최강, 슛오프때도 침착
"상대 생각 지우고 과녁에 몰두"
사대 내려오면 유쾌한 20대로
사회문제에 할 말은 하는 별
양궁 국가대표 안산이 22일 광주여대에서 열린 2022 세계양궁연맹 양궁 월드컵 여자단체 결승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활을 쥔 그는 흔들림이 없다. 지난 22일 광주여대에서 열린 2022 세계양궁연맹(WA) 양궁 월드컵 여자단체 결승 때도 그는 10점(4번)과 9점(2번)에만 화살을 꽂았다. 리커브 여자부 세계랭킹 1위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산(21·광주여대) 이야기다.

안산은 강점이 많은 선수다. 키가 173㎝로 크고, 활을 당기는 힘도 강하다. 류수정 양궁대표팀 감독은 “한국 여자 양궁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평할 정도다. 하지만 지도자들이 공통으로 꼽는 최대 강점은 놀랍도록 높은 집중력이다.

한국 여름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대회 3관왕에 오른 지난여름 도쿄올림픽 여자부 개인전 결승 때도 안산의 집중력은 빛났다. 첫 올림픽 무대가 떨릴 법도 한데, 안산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펼쳐진 피 말리는 슛오프 때 무섭도록 침착했다. 안산은 “상상력이 좋은 편이라 그냥 벽을 쳐버린다”라며 “상대편도 지우고 저랑 과녁만 있는 큰 방을 하나 만든다”고 했다.

집중력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결승 당시 안산은 심박수가 두자릿수로 내려갈 정도로 침착했다. 슛오프 때도 최대 분당 심박수가 119에 불과했다. 반면 결승 상대 옐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는 심박수가 168까지 올라갔다. 류 감독은 “요즘은 외국 선수들도 한국 여자 양궁 선수에게 주눅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산이(안산)를 보면 겁을 먹고 심리적으로 눌리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안산과 아이돌 그룹 우주소녀 설아. 안산은 그간 마마무 등 아이돌 그룹에 대한 관심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안산 인스타그램 갈무리

반면 사대에서 내려온 안산은 평범한 20대로 변신한다. 비슷한 업적을 이룬 다른 스포츠 스타들이 대부분 ‘신비주의’를 유지했다면, 안산은 자신의 ‘덕심’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그는 자신을 김씨 성을 붙여 ‘김안산’이라고 부르는데, 인터넷 밈(meme)의 일종이다. 인터넷 문화가 익숙한 젊은 팬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이유다.

특히 팬들은 안산이 되뇌었다는 “쫄지 말고 대충 쏴” 정신을 최대 매력으로 꼽는다. 이들에게 안산은 공감을 나누는 친구이자 본받을 게 많은 선배다. 광주여대에서 만난 허연지(21)씨는 “자기 할 일을 똑 부러지게 하고, 못 쏠 때도 ‘실패가 아니라 이룬 것’이라고 말하는 게 멋있었다”고 했다. 이날 경기장은 젊은 여성팬으로 가득 찼는데, ‘김연경 효과’로 인기를 끌어올렸던 여자배구를 떠올리게 했다.

팬들이 22일 광주여대에서 열린 세계양궁연맹 양궁 월드컵 여자단체 결승에서 안산을 응원하고 있다. 광주/이준희 기자

‘가치’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안산의 소신 발언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광주여대 특수교육과 학생이기도 한 안산은 지난달 14일 에스엔에스(SNS)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50만원을 이체한 사진을 올린 뒤 “비장애인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 오기를”이라고 썼다.

이는 민감한 사회 문제와는 거리를 두던 다른 스포츠 선수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광주여대에서 만난 신윤아(22)씨는 “산이(안산)가 영향력이 있는 만큼, 이런 문제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소신대로 가는 걸 보면서, 우리도 이런 게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용기를 얻는 면이 있다”고 했다.

안산이 지난해 7월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 올라 양손으로 3관왕을 뜻하는 손가락 3개를 펼쳐 보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안산은 지난해 올림픽(금 3)과 세계선수권(금 2)을 휩쓸며 올해의 선수로 올랐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기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덕분에 그는 김수녕(양궁)·진종오(사격)·이승훈(스피드스케이팅)이 세운 한국 올림픽 최다 메달(6개) 기록도 충분히 새로 쓸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여전히 그는 세상에 대해 배우고 느끼며 말할 기회가 많다. 올림픽 뒤 “덕질만 했었던 제가 누군가의 덕질 대상이 된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기만 하다”고 썼던 안산. 그가 만들어갈 새로운 유형의 스포츠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팬들은 그의 어제보다 내일을 더욱 기대하고 있다.

광주/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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