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목록' 박지빈 "여장 예쁘게 봐줘 감사, 실제 성소수자들도 고맙다고 DM"[EN:인터뷰①]

박수인 2022. 5.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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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수인 기자]

배우 박지빈이 '살인자의 쇼핑목록' 속 생선 역을 소화하기까지 과정을 털어놨다.

박지빈은 5월 2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tvN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극본 한지완/연출 이언희) 종영 인터뷰를 통해 성전환증을 가진 생선 역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평범한 동네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마트 사장, 캐셔, 지구대 순경이 영수증을 단서로 추리해나가는 슈퍼(마켓) 코믹 수사극. 박지빈은 극 중 MS마트 생선 코너 담당이자, 생물학적 성별과 성 정체성이 다른 성전환증을 가진 캐릭터 생선으로 분했다.

박지빈은 여장을 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걱정했던 게 컸고 조심스러웠던 것도 컸다. 그런데 캐릭터적으로 설명이 잘 전달된 것 같아서 그 부분에 있어 다행이었다. 제게는 도전이었는데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좋은 감정으로 잘 끝난 것 같다"며 조심스러웠던 이유에 대해서는 "미디어에 노출돼왔던 젠더는 파격적이거나 성소수자들이 보기에 불쾌한 부분도 있지 않나. 그래서 감독님과도 얘기를 많이 했다. 제일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그거였다. '굳이 젠더여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하는 것. 시청자들이 납득을 해야 하니까. 보여주기용으로 여장을 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까, 확실한 설명이 들어갈 수 있는 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그 부분에 대해 존중이 있는 상태로 글을 쓰셨다"고 말했다.

생선의 여장 장면이 공개되자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박지빈은 "저한테는 '잘 어울린다'는 게 감사한 말이었다. '예쁘다. 언니라 부르겠다' 그런 댓글이 많아서 좋았다"며 "스스로 여장한 모습을 봤을 때도 좋았다. 만족했다. (이)사배 누나 스튜디오에서 했는데 둘 다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데' 했다. 거부감이 들지 않는 모습이어서 '이렇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싶었다. 성소수자 분들을 만나서도 인터뷰 했는데 '어떻게 더 예쁘게 꾸미려 할까' 하는 얘기를 들었다. 남자 여자 선이 다르니까 화면에 나왔을 때 선이 더 얇은 느낌이 들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더 예쁠까' 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사람들이 '왜 계속 예쁘려 하냐. 지금도 예쁘다'고 할 정도였다. 메이크업하는 것, 힐을 신고 걷는 것도 연습했다. 아무리 그래도 제가 봤을 때는 티가 나더라. 목소리 톤은 처음에는 똑같이 가다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높여서 했다. 원래 제 톤대로 녹음 해놓고 후반부에 작업한 거다. 인위적인 게 싫어서 굳이 많이 안 만졌던 것 같다. (트렌스젠더) 수술을 하기 전이고 그걸 위해 돈을 버는 과정이기 때문에 (목소리 변화보다는) 치장하는 데 몰두하려 했다"고 외적인 부분의 노력을 짚었다.

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역할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한 박지빈이었다. "생선이 왜 성소수자여야만 하지, 굳이 왜 저 캐릭터가 필요하지, 왜 말수가 없었고 전과 3범이 됐지 생각했을 때 설명하는 신들이 필요했다. 여장을 해야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으니까. 극 중 '나는 내 입으로 내가 남자라고 말한 적 없어. 남자가 여자처럼 보이는 옷을 입는다고 살인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취급하는 건 너무 하잖아' 라는 대사가 생선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대사라 생각했다. 스스로 남자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보여지는 게 남자이다 보니까 남들은 남자로 생각하고, 그런 사람이 여자 스타킹을 사가니까 사이코패스로 인식이 되는 거다. 그런 대사가 생선으로서 와닿았고 꼭 필요하구나 싶었던 대사였다"고 전했다.

캐릭터를 위해 실제 성소수자들과 만나기도 했다고. 박지빈은 "감독님도 인터뷰하러 많이 다니시고 저도 보여지는 모습보다는 내용에 더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사실 인터뷰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저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사람이고, 그 분들은 실제 실존하는 사람이니까. 어떻게 질문해야 될지도 모르겠더라. 그런데 '이 캐릭터가 왜 필요한가'를 따졌을 때 코믹 스릴러를 넘어 개개인의 삶들, 보여지는 모습이 다가 아닌 짧지만 각자의 스토리들이 있었다. 그래서 저도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납득이 갔던 것 같다"고 했다.

여장 후 주변 반응은 어땠을까. 박지빈은 "다들 놀라더라. 제가 여장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얘 어때?' 했는데 '예쁘다' 하다가 (저인 줄 알아보고는) 놀라더라. 말하기 전까지 몰랐던 애들도 있다. 저도 공개되기를 기다렸다"면서도 "솔직히 반응을 예상하지는 않았다. 예상치 못하게 잘 봐주신 것 같다. 걱정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막상 작품이 나오고 여장이 공개된 후에 그 모습을 정말 예쁘게 봐주셔서 저도 의외였다. '이렇게 봐주실 수 있구나' 싶어서 감사했다"고답했다.

그 결과 시청자들에게도, 실제 성소수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박지빈은 기억에 남는 반응에 대해 "'나 여자인데 나보다 예쁘면 어떡해' 그게 가장 고마웠던 댓글이다. 극의 흐름상 여장을 하고 나타났는데 거부감이 드는 순간 제가 초반을 망치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흐름을 깰까봐가 가장 걱정이었다.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에 '이래서 이랬구나'가 꼭 필요했다"며 "모두가 아는 젠더 말고 실제 젠더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을 어떻게 하면 상처주지 않고 표현할 수 있을까가 목표였다. 방송 이후 실제로 '가볍게만 표현하지 않아줘서 고맙다'는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받았다. 뭉클하고 감사하더라. 다들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만났던 성소수자 분들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전했다.

평소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없는 편이라는 박지빈은 "편견이 깨졌다기 보다는 그 분들의 마음을 조금 더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이 진짜 원하는 바가 뭔지, 그들의 자세한 생각까지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생선이 왜 여자로서의 삶을 더 바라는지'는 표현이 되지 않았나 싶다. 딱 그 정도였던 것 같다"며 "딱히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는 것 같다. 대본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생선이 필요한 캐릭터라 느껴졌다. 제가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어떻게 하면 될까' 생각했다. 이전까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라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그 이상의 큰 의미는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tvN '살인자의 쇼핑목록', 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

(인터뷰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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