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의 도전⑲]北위협 커지는데 병력은 줄고..'강한 국방력' 곳곳 암초

허고운 기자 2022. 5. 2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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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 핵실험 임박.. 대남 미사일도 현재는 모두 막기 어려워
20년 뒤면 20세 남성 인구 '절반'.. '과학기술 강군' 완성 시급

[편집자주]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고 갈 제20대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가 5월 10일 마침내 출항했다. <뉴스1>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이번 정부가 처한 나라 안팎의 현실을 '도전 요인'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하게 조명해 보려고 한다. 정치적으로는 '여소야대'가 윤석열 정부의 성패를 가를 가장 핵심적인 위협으로 부상했고, 경제적으로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경제'가 정책적 선택지를 옥죄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청년층 젠더 갈등의 폭발을 비롯한 '갈등의 일상화' 시대가 펼쳐져 있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 행보에 서방세계가 맞서는 '신냉전' 격랑이 한창이다. 항해 시작부터 험난한 삼각파도와 암초를 상대해야 하는 윤석열 정부가 정치·사회·경제·국제 등 다방면에서 고개를 내미는 도전들 앞에서 성공적인 응전을 펼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22일 경기 평택 소재 공군작전사령부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작전조정실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한 후 손인사를 하며 퇴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윤석열 정부의 안보정책 기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강한 국방력'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단호히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반으로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겠단 구상이다. 그러나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이 가시화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진 안보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특성상 북한 군사 위협에 따른 대응은 역대 모든 대통령의 최대 과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특히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다. 북한이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남북 간 전력 비대칭 문제가 심각해졌고, 이젠 우리를 향한 핵공격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 변칙 기동이 가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KN-24, 초대형방사포(KN-25) 등 대남용 단거리 탄도미사일 3종을 보유하고 있다. 요격이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도 올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들 무기를 활용해 공격을 가할 경우 기존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KAMD는 고도 15~40㎞를 담당하는 지대공 요격미사일 패트리엇(PAC3)과 '천궁-Ⅱ', 40~150㎞를 담당하는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구성돼 있으며, 고도 40~70㎞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또는 항공기를 요격하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은 오는 2024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하기도 했으나, 기존의 사드 기지도 현재 '임시 배치' 상태여서 정상화가 시급하다.

완벽한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지 못한 만큼 윤석열 정부는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공격하는 '킬체인', 북한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경우를 대비한 '대량응징보복'(KMPR)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들 개념은 전 정부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각각 '전략표적타격' '압도적 대응'으로 표현이 바뀌었으나 최근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

윤석열 정부가 '강한 국방력'을 위해 가장 강조하는 요소는 한미동맹 강화다. 북한과의 비대칭 전력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핵우산'을 제공받고 우리가 보유하지 못한 각종 전략자산의 활용해 확장억제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미동맹 강화는 역대 대부분의 정부가 중시한 정책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부 출범 10여일 만에 큰 성과도 있다.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한미연합연습·훈련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하고, 필요시 미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데 대한 미국의 공약도 재확인했다.

다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본격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한미는 내달 10~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 계기 한미 및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 등을 계기로 이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강한 국방력' 증명을 위해선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달 7일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 카투사 장병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2022.4.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핵 고도화에 따라 역대 정부가 나름대로 노력해왔으나 재래식 병력으론 대응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확장억제에도 제한이 있다"며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는 수준의 대책을 마련하는 게 국방정책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일련의 국방력 강화 정책은 대부분 북한이 '북침전쟁 준비'라고 비난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북한의 고강도 도발 시기를 앞당겨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북한을 향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에 진정성을 보여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미동맹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튈 가능성도 윤석열 정부는 대비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통같은' 방위공약을 거듭 확인해왔지만, 오는 2024년 미 대선 이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일각에선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언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내적으론 출산율 감소에 따른 인구절벽 대책 수립이란 과제도 있다. 올해 약 26만명인 20세 남성 인구는 2037년엔 20만명 이하, 2041년엔 약 11만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병역자원 감소는 곧 병력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제2창군' 수준의 국방혁신을 추진해 '과학기술 강군'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과학기술 강군의 핵심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완성이다. 미래전장에서 드론(무인기)·로봇 등을 활용해 전투원 인명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또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군사전략과 작전 수행개념을 발전시키고, 그에 필요한 지휘·부대·전력·병력구조를 재설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방안도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았다. 군 안팎에선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합동성을 강화하고 중복 투자를 줄이며 전략 단위의 조직 개편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군사전문가는 "모병제를 준비하는 중간 단계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윤석열 정부 시기엔 뚜렷한 해법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며 "효율적인 병역자원 활용과 작전 수행을 위해 전 세계를 작전 대상으로 놓고 지역별 통합군을 운용하는 미국과 같은 시스템을 우리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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