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추락, 달라진 게 없는 K-뷰티

한영선 기자 2022. 5. 2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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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갈 길 바쁜 K-뷰티 ②] 어정쩡한 스탠스, 비관세장벽까지 파고 험난

[편집자주]K-뷰티의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실적이 악화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더해지면서다. 수출에 있어 양사 모두 중국 의존도가 높아 성장세 둔화는 예견됐다. 올 1분기 실적 악화는 중국 내 애국소비 문화가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주춤한 K-뷰티가 중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이름을 드높일지 들여다봤다.

중국에서 K-뷰티 영향력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中 리스크' K-뷰티, 따이공 입김에서 벗어나라
②예견된 추락, 달라진 게 없는 K-뷰티
③한·중 넘어 글로벌로… K-뷰티의 미래는
중국에서 K-뷰티의 영향력이 낮아지고 있다. 중국 C-뷰티(차이나뷰티)는 궈차오(애국소비) 열풍을 타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중저가 시장은 자국 브랜드가, 프리미엄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가 선점하고 있다. K-뷰티는 과거의 명성을 되찾지 못한 채 중간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서 더 외면받는 K-뷰티



중국의 전체 화장품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2.2%에서 2021년 17.8%까지 하락했다. LG생활건강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의 모델 이영애. /사진=LG생활건강
중국 화장품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떠올랐던 K-뷰티의 위상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무혁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전체 화장품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2.2%에서 2021년 17.8%까지 하락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 강의 올 1분기 중국 매출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9.7% 감소한 2660억원, 32% 줄어든 185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심엔 중국 내 궈차오 열풍이 있다. 중국의 화장품 시장 상위 20개 기업 중 중국 기업은 2017년 6개사에서 2020년 8개사로 늘었다. 궈차오 브랜드인 퍼펙트 다이어리를 보유한 이셴과 화시즈를 보유한 저장이거가 주목된다. 이셴은 2018년 시장점유율 0.2%(69위)에서 2020년 0.9% (19위)로 껑충 뛰어올 랐다. 저장이거도 같은 기간 0.2%(70위)에서 0.9%(19 위)로 상승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은 감정적 소비가 아니다. 제조사들의 향상된 기술개발(R&D) 역량과 현지 소비자들에 대한 높은 이해로 '메이드 인차이나' 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뷰티부문 연구원은 "K-뷰티가 중국에서 가지고 있던 '합리적인 가격대와 높은 품질'의 장점은 대부분 중국 브랜드들이 흡수해 재해석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매스(대량) 제품은 중국 브랜드에 밀리며 프리미엄 제품은 유럽 제품에 밀리는 샌드위치 형국을 보이고 있다"며 "한방화장 품도 TCM(중국 전통 의학)을 내세운 중국 브랜드들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럭셔리 브랜드 전략 필요… 유럽·미국서도 인지도 높여야


설화수 중국 광저우중이백화점 매장. /사진=아모레퍼시픽
전문가들은 럭셔리 브랜드 전략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에 형성된 한국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되살려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정립 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국 현지 사정은 어떨까. 한국 제품은 신뢰감을 주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다. 박민영 한국무역협회 베이징 지부장은 "징둥 글로벌 MD(상품기획자)들은 한국제품을 가격이 비싼 품질 좋은 수입품으로 인식한다"며 "첨단 기술력과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운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제품을 차별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K-뷰티 브랜드가 정립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0172021년 중국 화장품 수입 상위 5개국 수입액 추이./그래픽=강지호 기자
유럽과 미국에서 K-뷰티 브랜드가 정립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에서 '설화수'(아모레퍼시픽)와 '더 후'(LG생활건강)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유럽과 미국 한 지역에서 브랜드 입지를 시급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것.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현지에서 설화수 자음생을, LG생활건강은 더 후의 천기단을 중심으로 각각 고가 전력을 펼치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유통업종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인지도가 낮은 럭셔리 브랜드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며 "유럽과 미국에서 알지 못하는 한국 브랜드 세트를 중국에서 30만원 주고 구매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20년 중국 시장 국가별 뷰티 브랜드 현황. /그래픽=강지호 기자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건 사실이지만 K-뷰티 인기는 일정 수준에서 지속될 것이 라는 입장도 있다. 국내 업계가 중국 내에서 이미 '혁신적', '창의적'이라는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 다만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약하기에 K-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민정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K-팝, 문화, 드라마 이미지가 중국 내에서 긍정적인 이미지이기에 해당 콘텐츠를 통해 K-뷰티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또 하나의 변수… 중국 화장품 기본법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화장품 기업을 압박하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5월 '화장품 등록 비안 관리 방법'(화장품 기본법)을 전면 도입했다. 수출하려는 기업은 화장품의 성분과 기술 관련 정보를 국가식품의약국에 공시해야 한다.

화장품 원료 등록 등에 대한 책임과 처벌을 강화했다.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비관 세장벽을 강화하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2021년 5월 1일부터 등록자가 신규등록 시에는 반드시 제품 조제 원료의 출처와 상품명 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이에 글로벌 규제 대응 컨설팅 그룹을 운영 중인 손성민 리이치24시코리아 대표는 국내 기업에게 큰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 대표는 "화장품 제조사로선 제조법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고 위험한 규정 변화"라며 "중국 화장품 업계가 구조조정되는 동시에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영세기업의 시장 퇴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수출한 기업 이나 수출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 모두에게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유예기간인 만큼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020년부터 해당 사안에 대해 지속해서 준비를 해왔으며 현지 상하이 연구소에서 규정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해 본사와 커뮤니케이션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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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선 기자 youngs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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