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고레에다 감독 "가족 넘어선 '생명'에 관한 이야기"[칸리포트]

김보영 2022. 5. 2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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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칸 현지서 한국 취재진과 티타임
"8번째 칸..언제 와도 긴장되는 곳, 익숙해지지 않아"
"베이비박스, 브로커 둘러싼 여러 시각들 취재"
"박찬욱과 경쟁? 창작자들은 그런 생각 안 해"
(사진=CJ ENM)
[칸(프랑스)=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처음 생각한 플롯은 아기를 버린 엄마와 브로커가 만나 유사가족을 형성하는 심플한 이야기였어요, 작업을 진행하면서는 이 이야기가 ‘생명’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갖게 됐죠.”

첫 한국 연출 영화 ‘브로커’로 제 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자신의 전작들이 주로 다룬 ‘가족 서사’와 이번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지 묻자 이같이 답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칸 현지 월드 프리미어 상영회에 앞서 취재진과 가진 티타임을 통해 한국에서 찍은 영화 ‘브로커’의 의미와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배두나, 이주영 등 주연배우들과의 앙상블, ‘브로커’를 찍으며 느낀 한국 영화 제작 시스템에 대한 생각 등을 솔직히 털어놨다.

오는 6월 8일 국내 개봉을 앞둔 ‘브로커’는 베이비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송강호, 강동원을 비롯해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등 세대를 아우르는 충무로 대표 배우들의 새로운 호흡으로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과 함께 올 칸 영화제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연출작이기 때문이다. 이에 상영회 전인 지난 23일 기준 이미 전세계 171개국에 선판매를 마친 상태다.

26일 칸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회를 연 ‘브로커’는 상영 종료 후 한국 영화 역대 최장 시간인 12분간 기립박수 및 환호성을 받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해외 연출작은 프랑스에서 촬영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고레에다 감독은 “구체적인 해외 진출을 목표로 의도한 행보는 아니다”라며 “여러 우연과 인연이 겹치면서 해외에서 촬영한 두 편의 작품이 완성됐다. 지금 현재는 일본 작품을 기획 중이다. 다만 기회가 닿을 때 언젠가 또 해외 배우들과 작업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면 해외작품을 또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칸 영화제 초청은 이번이 8번째다. 고레에다 감독은 “칸은 언제 오더라도 긴장되는 곳이다. 익숙해지지 않는다”라면서 “특별히 이번엔 CJ에서 작품에 애정을 갖고 힘을 쏟아주고 계신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 (작품을) 마음에 들어해주시고 많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배급사 CJ ENM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작품을 처음 기획할 당시 제목은 ‘요람’이었다가 ‘베이비 박스 브로커’를 거쳐 지금의 ‘브로커’로 확정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베이비, 박스, 브로커 이 세가지를 둘러싼 이야기임을 스스로 잊지 않으려 꽤 오랜기간 가지고 갔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작품은 ‘가족’을 넘어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포함한다는 귀띔도 덧붙였다. 그는 “처음 심플하게 기획했던 플롯과 다르게 이야기는 한 생명을 둘러싼 선의와 악의가 섞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며 “지금까지 제가 보여준 가족 이야기와 가장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이야기를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취재과정이 있었다고도 언급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베이비박스를 직접 찾아가봤고, 아이와 엄마가 쉬는 쉘터(쉼터)를 취재해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또 시설, 보육원 출신 사람들을 만났고 브로커 수사를 맡았던 형사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며 “여러 각도에서 많은 사람들의 시각을 들어볼 수 있었는데 그런 점들이 제 시나리오 변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또 “베이비박스란 주제 자체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며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이 작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도 덧붙였다.

‘브로커’를 촬영하며 겪은 한국의 영화 제작 시스템에 대한 생각도 부연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일본과 달리 노동환경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며 “휴식없거나 밤샘이 지속되는 상황 없이 촬영할 수 있던 게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에선 준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촬영에 들어가기 전 스토리보드를 미리 만들고 촬영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들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선 제 기존 스타일을 고수하고 싶다는 부탁을 했다. 자신은 평소 영화를 찍을 때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장면을 다시 생각하고 대본을 수정하는 방식을 고집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런 면을 제작사가 이해해줘서 고마웠다. 덕분에 좀 더 생생한 연기와 그림들을 담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도 첨언했다.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과 같은 배급사에서 동일하게 경쟁작에 진출한 소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취재진 입장에선 서로가 경쟁하는 구도가 더 흥미롭게 다가오겠지만, 창작자들은 사실 그런 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라며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유럽 영화제에 함께 초청된다는 것 자체로 서로가 기뻐할 일”이라고 전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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