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일상의 건축' 추구하는 건축가 이은경(上)

효효 2022. 5. 2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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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효 아키텍트-129] 건축가 이은경(이엠에이 건축사사무소 대표)이 진행해온 협동조합주택은 서울 가양동 육아 공공 주택(2014년), 서울 만리동 예술인 공공 주택(2015년), 서울 하의재 협동조합주택(2016년), 제주의 오시리가름, 눈뫼가름 등이다.

협동조합주택은 '소셜하우징(Social Housing)'이라고도 불린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는 이들이 커뮤니티를 이뤄 같은 공간에 어우러져 살면서 공동체 또는 지역사회와 어우러지는 공동 주거 방식을 말한다.

서울 만리동 예술인 공공주택 / 사진 제공 = 신경섭 작가
2013년 6월 서울시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모집' 요강에는 입주자가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수요자 맞춤형이며, 입주자 개별이 아닌 그룹(5개 가구 이상) 선정 방식으로 모집한다고 규정했다. 입주 대상은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무주택 가구주다. 전세 가격은 주변 시세의 80% 수준, 월세도 가능하고 전용면적을 다양화한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하의재는 총 8가구가 사는 5층 규모의 다세대주택이다. 소유자는 주택협동조합으로, 서울시가 일부 출자한 한국사회투자에서 17억원을 저리로 융자받고, 조합원의 평균 임대보증금 1억5000만원을 토대로 땅을 사고 집을 지었다.

지어질 때부터 건물(대지면적 380.9㎡)의 절반(지하 1층~지상 2층)을 마을극장, 공동 육아 공간 등 공용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지상 3~5층에 여덟 가구의 집(평균 전용면적 49.5㎡)이 있다.

협동조합주택은 특정한 (단지) 공동주택으로 거주자가 조합을 만들어 소유·운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공동 소유·공동 운영, 각자 소유·공동 운영 등 여러 방식이 있다. 조합 명의로 주택을 보유하되 거래는 조합 지분을 거래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제주 오시리가름 협동조합주택(2016),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이하 하우징쿱)에서 파생된 2호 협동조합주택이다. 하우징쿱은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의 첫 번째 소비자협동조합이다.

제주 오시리가름 협동조합주택 / 사진 제공 = 노경 작가
건축가 이은경은 기획, 용지 선정, 설계 등 전 과정에 참여했다. 오시리가름 주택은 7054.74㎡ 넓이 터에 단독주택 16동, 공유주방 포함한 커뮤니티 시설 1동, 2층 규모의 작은 도서관 1동 등이 들어서 있다.

대지는 동서로 길게 펼쳐지며 두 도로와 만나고 있다. 대지 전반은 보행 위주로 계획됐다. 공동 주차장을 지나 집에 이르는 동안 엇갈리게 놓인 주택의 창문으로 이웃과 시선이 조금씩 마주치게 된다. 독립적인 주택들은 대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길을 중심해서 남북으로 배치됐으며 동서로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의 마당을 규정하고 있다. 주택들은 조금씩 다른 방향을 바라보도록 하여 사생활을 보호하며 정원으로 시선이 가도록 했다.

오시리가름 작은 도서관 / 사진 제공 = 노경 작가
조합원들이 사용하는 공동 주방과 식당 있는 단층 건물은 단지의 후면이자 마을 길의 초입에 뒀다. 지역사회에 개방한 공동 서재는 단지 전면에 놓였다. 공동 서재는 주변 경관을 담는 문화 공간이며 공동체의 철학이 반영된 상징적인 작은 도서관이다.

조합원은 대부분 은퇴한 2인 가구다. 설계는 1층은 면적이 넓고 2층은 작은 프로토타입에서 시작했다. 1층은 아파트와 같은 거실의 공간적 질을 유지하면서 마당을 향해 개방감을 확보하고, 2층은 작은 실내와 이를 둘러싼 테라스를 두어 사적 공간을 누리도록 했다. 열여섯 가구 평면은 모두 다르게 구성했다. 주택들은 단층이 대부분인 주변 지역과 조화를 이루도록 규모와 재료 면에서 조정됐다.

공사비는 단독주택 1채와 공동 시설을 포함해 가구당 3억원 전후가 들었다. 단독주택은 2층으로 각 주택 면적은 79~102㎡다. 이곳은 농촌형 협동조합 공유주택단지로 소유권을 조합이 갖는다. 농업 생산과 협동조합 주거 형태가 함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조합원들은 상호 사회적 관계가 없던 불특정 다수로 구성되었다. 조합원들은 한 달에 한 번 커뮤니티 시설에서 같이 식사하며 회의도 가진다.

전통적인 가족이나 공동체, 제도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해 만드는 협동조합·소비자조합과 같은 조합 사회를 슈티르너(Max Stirner 1806~1856)는 '새로운 사회'라고 불렀다.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눈뫼가름 협동조합주택(2018)은 제주도의 탁월한 풍경을 앞에 둔 29가구 주택단지다. 조합원 개별 소유 방식을 택했다. 협동조합 자체가 시행 기능을 한다. 이은경 건축가는 용지 선정 단계부터 조합 발기인 및 기획사인 하우징쿡과 같이 개입했다.

대지는 남북으로 15m 이상 높이 차가 있는 북사면 지형으로 진입 도로가 대지 북측에 있다. 주거를 위한 대지는 높이가 각각 2.4m 차이 나는 네 개의 넓은 수평적 공간인 '단'으로 조성됐다. 경사로를 최소화하고 스물여덟 가구가 단을 기준으로 나뉘어 공간을 수평적으로 공유하도록 했다. 집들은 북측 바다 경관과 남측 채광을 동등하게 갖도록 단의 높이가 변하는 부분에서 서로 어긋나게 놓였다. 반복되는 단과 집의 구성은 겹겹이 켜를 채워 중첩된 경관을 이룬다.

제주 눈뫼가름 협동조합주택 / 사진 제공 = 노경 작가
진입부에는 커뮤니티 공간이 자리한다. 1층은 공동 주방과 다목적 홀, 2층은 아이들 공간이다. 커뮤니티 공간의 각 층은 외부로 확장되며 1층 마당에서 2층 데크를 지나 지붕으로 올라가는 동선으로 이어진다. 옥외 공간은 놀이터이자 바다 경관을 누리는 전망대다.

조합원은 젊은 부부에서 은퇴한 노부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설계는 30평 전후의 2층 주택에 조합원 의견을 반영하여 다섯 개의 프로토타입에서 시작됐다. 이후 열세 개의 유형이 만들어지고 각 유형 내 가족 구성원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거실과 방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자율성이 부여됐다. 외관은 성능과 예산을 고려해 단순한 재료 사용을 전제했으며, 볼륨, 색채, 지붕 경사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집합적 경관을 구성했다. 제주도 건설 환경을 고려해 스틸하우스조 패널라이징 프리패브 공법이 도입됐다. 화장실 유닛까지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는 단순 조립만으로 시공이 가능했다.

경상북도 의성군 단촌면 고운마을(2019)은 경제 기반을 확보하고 커뮤니티 형성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의성 고운마을 / 사진 제공 = 텍스쳐 온 텍스쳐
두 계곡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대지는 남쪽으로 천천히 낮아지며 길어진다. 프로그램은 기존의 농촌 주거지, 자연 경관과 대비해 과밀했다. 대지는 사용자에 따라 생산·여가·커뮤니티 등 세 영역으로 구획됐다. 생산 영역은 귀촌을 준비하는 거주자 임대주택과 공동 텃밭으로 구성됐다. 기존 마을과 가까운 북측에 자리하며, 임대주택은 남쪽으로 조망 등 기본에 충실하도록 배치됐다. 이 17평짜리 주택들은 마을 길을 따라 조금씩 벽을 맞대는 과정에서 형성된 앞마당들은 개인 텃밭이 되었다. 공동 텃밭은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완충 영역으로 넓게 놓여 농장 실습 등 방문자 체험 장소가 됐다.

여가 영역인 오토캠핑장은 남쪽 부분을 넓게 점유하며 길을 따라 비정형적으로 놓였다. 커뮤니티 영역은 거주자, 방문자, 지역 주민이 만나는 장소로 관련 프로그램이 네 개의 단층 건물에 나뉘어 배치됐다. 건물들은 생산 영역과 여가 영역 사이의, 진입 도로와 맞닿은 대지 중심부에 놓였다. 웰컴센터는 관광 안내, 농산물 전시, 카페 등으로 구성됐으며 교류 공간이다. 다목적 홀은 공연, 실내 운동을 위한 공간이다. 공방은 목공방과 음식 공방으로 활용되며 바비큐 마당을 면한 쪽은 공동 식당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각 건물들이 만나는 잔디 마당과 바비큐 마당은 바닥 재료를 달리하여 고유한 쓰임과 활동을 유도했다. 건물 지붕은 각각의 프로그램이 구별되면서도 형태적 반복을 통해 흥미를 더하도록 디자인됐다.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전에 이엠에이건축사무소는 '더불어 사는 일상'을 발표하였다.

'인구 감소 시대와 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소도시와 농어촌은 공동화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낡고 오래된 지역은 외면 받고 주변의 값싼 전답은 전원주택 단지로 바뀌고 있다. 정착 지역의 배타적 분위기 속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기에는 이주민들 서로 간의 결속력이 약하다. 지역으로의 이주는 공동체와 함께 집합적 거주 계획으로 지역에 정착하고 활력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인에게는 기존 삶이 있던 도시를 떠나 새로운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과정적 모델이기도 하다. 오시리가름 협동조합주택, 눈뫼가름 협동조합주택, 의성고운마을 프로젝트는 주거 기반 공동체와 지역 공동체 형성을 위한 대안적 모델로서 지역 활성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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