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매도, 이제 소모적인 논쟁 그만하자

권유정 기자 2022. 5.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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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에 대해 더 설명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동안 공매도 반대 주장에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오해를 풀어보려고 했는데 애초부터 (그쪽에선) 들을 생각이 없습니다.”

최근에 만난 한 경제학과 교수는 공매도 전면 재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지된 공매도가 지난해 5월 부분 재개되고 1년이 지났다. 올해 상반기 중 공매도 전면 재개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한국투자자연합회(한투연)를 중심으로 공매도 반대를 주장하는 개인투자자 일부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을 판다’는 뜻이다.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차익을 내는 투자 방식이다. 개인들은 이런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겨,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공매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공매도 시장이 외국인·기관에게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개인과의 형평성을 맞출 것을 요구해왔다.

코로나 이후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개인이 많아지면서, 시장 내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이 됐다. 올해 3월 한국예탁결제원이 발표한 ‘상장법인 소유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상장법인 2426곳의 주주(법인, 외국인 포함)는 전년보다 50.6% 증가한 1384만명이다. 2017년 말 506만명과 비교하면 2.7배가 늘어났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초에 개인과 외국인·기관을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전제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부에선 개인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개인들의 공매도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는 취지의 제도 개편을 여러 번 실시했다. 개인이 공매도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릴 수 있는 주식 규모와 공매도 상환기간을 연장했고, 무차입공매도 등 불법공매도에 대한 적발 시스템과 처벌을 강화했다.

최근 새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에 담긴 공매도 제도 개편 등 금융시장 선진화 방안도 큰 틀에서 핵심은 소액주주 보호에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현재 140%인 개인의 담보비율을 인하할 계획이다. 담보비율은 부채액을 주식 평가액으로 나눈 값으로, 약정된 비율을 지키지 못하면 보유 주식은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될 수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담보비율은 105% 수준이다. 또 주가 하락이 과도할 때 일정 시간 공매도를 금지하는 ‘공매도 서킷브레이커’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한투연을 비롯한 일부 개인의 불만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외국인·기관에 대한 규제를 통해 아예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외 공매도 시장에서 기관에 대해서는 자율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다른 나라에 없는 공매도 규제를 우리나라에 새로 만들자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반복되는 공매도 논쟁이 소모적이라고 느껴진 대목이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들의 오해와 불평을 불식시키고자 금융위를 비롯한 한국거래소 등 금융기관, 학계 등에서 여러 차례 소통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이 요구하는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손보기까지 했지만, 반대쪽에서는 자신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높일 만한 새로운 근거가 아닌 무조건적인 폐지만 외치고 있어서다.

사실 이론적으로 보면 공매도는 시장의 차입 투자와 대칭 관계에 있다. 시장에서 가격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적정한 가격을 찾아가기 위해 불가피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매도의 가장 큰 기능이 개인들의 주장과 달리, 역설적이게도 투자자 보호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도하게 상승한 주식에 대한 공매도가 사라지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늘 여지도 있다.

새 정부가 출범을 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지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서도 공매도 전면 재개가 시급한 것도 사실이다. 지수 편입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지만, 오랜 시간 국내 증시 발목을 잡아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시장 변동성을 완화해준다는 측면에서 개인에게도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MSCI지수는 글로벌 주요 지수 가운데 추종 자금 규모가 가장 크다.

당장 금융위는 6월 공매도 전면 재개설에서는 한 걸음 물러난 상태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가 예정된 만큼, 본격적인 제도 개편과 재개 논의는 그 이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제도에는 순기능과 부작용이 공존한다.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합의점을 찾고 개편에 나서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처럼 통념에 사로잡힌 주장이 재생산되고, 이를 의식하는 과정이 반복되기만 한다면 과연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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