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짜리 빌라가 5억이 됐어요".. 재개발 사업지 '투기과열' 주의보

최온정 기자 2022. 5. 27.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의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재개발 사업지와 인근 지역에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공공의 지원을 받아 추진되는 정비사업지의 경우 후보지 지정 이전 평균 1억원대에 불과하던 주택가격이 4억~5억원으로 뛴 곳이 있는가 하면, 현금청산일을 넘겨 거래가 되지 않는 지역에는 인근 단지의 매물이라도 구하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 집을 사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의 본 사업지구로 선정된 연신내역 일대에 매수수요가 몰리고 있다. 사업지에 포함된 연신내역 3번출구 일대의 경우 작년 6월로 현금청산기준일이 정해지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매수 열기가 주변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부 주택의 경우 1년여 만에 가격이 3배 이상으로 뛰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가 모습./김송이 기자

일례로 연신내역 사업지 인근에 있는 다세대주택인 I빌라는 2020년 6월 전용 34.26㎡짜리 주택이 1억3200만원(4층)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10월 4억1800만원(3층)에 거래됐다. 1년 4개월만에 무려 3배 이상으로 오른 것이다. I빌라와 대로변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위치한 S빌라는 작년 6월 전용면적 44.88㎡짜리 주택이 6억원(5층)에 팔렸다. 2020년 4월 전용 동일면적 주택이 3억5000만원(3층)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역시 가격이 크게 올랐다.

도심복합사업 또 다른 후보지인 녹번동과 응암동 일대에서도 거래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후보지인 녹번동근린공원인근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Y빌라의 경우 작년 11월 전용 57.33㎡짜리 주택이 3억3000만원(2층)에 거래됐는데, 2020년 7월 동일면적 주택이 2억7000만원(3층)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1년 4개월만에 6000만원가량 올랐다. 또 다른 후보지인 증산4구역 인근 E빌라도 전용 29.66㎡짜리 주택의 가격이 2020년 3월 2억5500만원에서 올해 5월 3억4000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올랐다.

도심복합사업에 참여하는 한 후보지 주민은 “6평짜리 주택 기준 매매가격이 도심복합사업 추진 이전인 2019년만해도 2억원이 채 안됐는데, 이제는 5억~6억원까지 넘보고 있다”면서 “개발 열기에 불이 붙으면서 지금은 없어서 못사는 지경”이라고 했다.

그나마 현금청산을 통해 거래를 막은 도심복합사업의 경우 후보지 내에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공공재개발 등 다른 사업의 경우 후보지 안쪽에서도 매매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도심복합사업은 ‘공공주택특별법’을 통해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거래된 매물에 대해 입주권을 주지 않도록 했지만, 공공재개발 등 다른 사업의 경우 권리산정일과 관계없이 기존 주택을 매수하면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단 권리산정일 이후 새로 지은 주택은 입주권을 주지 않아 현금청산 대상이다.

공공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신길1구역에서는 지난달 다세대 주택 G빌라의 전용면적 29.45㎡짜리가 5억2000만원(3층)에 거래됐다. 작년 5월 동일면적·층 주택이 2억2000만원에 팔린 점을 감안하면 1년만에 3억원 오른 것이다. 또 다른 후보지인 노량진 본동구역에서는 지난달 M빌라의 전용 16.24㎡짜리 주택이 5억3000만원(5층)에 거래됐는데, 3년 전인 2019년 7월에는 해당 주택보다 조금 큰 전용 18.36㎡짜리가 2억1000만원(4층)에 거래됐다.

소규모 정비사업 후보지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가로주택·자율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정비사업이 진행중인 10만㎡이내 지역을 한 그룹으로 묶어 대단지 아파트로 정비하는 사업인 ‘모아타운’을 발표하자, 대상지로 지정된 지역에서 집값이 치솟고 있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층수제한이 완화되는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기 때문에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6개 구역을 모아 모아타운을 추진하고 있는 면목동이 대표적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현재 면목동에서는 6개 구역 중 2곳만 조합이 설립됐는데, 전체 사업구역 안에 있는 전용 30㎡ 주택의 매매가격이 4억원을 웃돈다”면서 “특히 지난 2월 면목동이 모아타운 시범지구로 정해지면서 집값이 더 올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성공사례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지 인근의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개발을 통해 얻게될 차익을 기대해 후보지역 내 주택으로 매수수요가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모든 정비사업은 사업이 지연되거나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가능성을 안고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면서 “특히 공공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의 경우 최근 정부에서 사업방식을 일부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더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