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 리포트] 우주산업이 구인난에 빠졌다

박시수 스페이스뉴스 서울특파원 2022. 5.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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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상황이지만 이를 위한 인력수급은 원할하지 않은 상황이다. 버진 갤럭틱도 준궤도 우주여행을 연기했는데, 그 배경에 엔지니어 충원의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진 갤럭틱의 우주선 'VSS 유니티'가 착륙 기지에 서 있는 모습. 버진갤럭틱 제공

세계 최대 우주산업을 보유한 미국은 물론 영국과 호주 같은 후발국가의 우주기업들도 로켓과 인공위성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를 제때 충분히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영국의 우주관광회사 버진 갤럭틱은 준궤도 우주여행의 운영 재개를 올해 4분기에서 내년 1분기로 연기한다고 최근 발표했는데, 그 배경에 엔지니어 충원의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인력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임금인상 같은 미봉책으로 급한 불을 끄려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고, 업체 간 인재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정년퇴직한 엔지니어를 재고용하거나 아예 해외로 눈을 돌려 타국에서 구인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 스타트업이 특히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버진 갤럭틱처럼 규모가 있는 기업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 웰스파고에서 우주항공 분야를 담당하는 폴 크로시는 지난 4월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열린 37회 스페이스 심포지엄에서 “일부 기업의 경우 거액의 계약을 수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이 부족해 물건을 제때 납품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경쟁사와 협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그러한 과정에서 경쟁사에 합병당하는 일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라고 현장의 상황을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AE 인터스트리얼 파트너스의 존 러스크자코스키 부사장은 같은 이유로 “연매출이 1000만~2000만 달러 수준에서 정체되는 중견 우주기업들이 많다”라고 지적하며 “이들은 새로운 혁신을 추구할 여력이 없으며 날로 증가하는 세금과 인건비에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미국 조지아텍에서 우주정책을 연구하는 마리엘 보로위츠 교수는 같은 심포지엄에서 “노동력 공급에 대한 우려가 실존하고 있다”면서 “특히 정밀제조 분야에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라고 했다. 그는 공급 부족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젊은 엔지니어들의 우주산업 기피현상을 지목하며 “이들을 우주산업으로 유인하지 못해 현재의 인력난이 계속될 경우 우주산업 전체의 성장에도 제공이 걸릴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계측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NASA 엔지니어. NASA 제공

그럼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상장 추세에 있는 우주산업이 왜 구인난을 겪는 걸까. 통상 한 산업이 성장 추세에 들어서면 관련된 기업들의 수익성도 좋아지고 인력수급도 원활해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현재의 상황은 이례적이라 볼 수 있다. 인력난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것이 있다. 우주산업에 필요한 인력과 빅 테크, 정보통신, 금융 등 역시 성장 추세에 있는 다른 IT기반 산업들이 원하는 인력의 교집합이 넓다는 것이다. 이들 모두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를 전공했거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력들을 대거 충원하고 있다. 교집합이 넓다는 것은 한정된 인원이 다양한 곳으로 분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 우주산업이 겪고 있는 인력난은 필요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이들을 다양한 산업으로 분산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보로위츠 교수 STEM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과 젊은 층이 우주산업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적문제”도 현재의 구인난에 한몫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젊은 층들에게 우주산업은 공장에서 기계를 만지며 힘들게 일하는 ‘블루칼라’ 직종이라는 인식이 있다며 이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우주산업은 고난도 수학 및 공학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직종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으며 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지원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4월 미국에서 24개 우주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모여 조직을 더욱 건강하고 젊은 이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만들자는 '스페이스 워크포스 2030' 선언 행사를 진행했다. '스페이스 워크포스 2030' 제공

미국에서는 현재의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원격근무를 선호하는 젊은 층의 기호를 반영해 재택근무를 최대한 허용하는 기업도 있고, 대학과 협력해 채용연계형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스페이스 파운데이션의 리 스테인크 컨설턴트는 현재 구인이 어려운 직무의 이름을 바꾸는 ‘리브랜딩’ 전략을 추천한다. 그는 “사실 발사체나 인공위성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능력과 게임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 필요한 능력은 거의 동일하다”며 “듣기에 어렵고 무거운 직명을 쉽고 가벼운 이름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젊은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들의 관심을 끄는데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그는 한 회사의 사례를 들며 “그 회사가 ‘항공우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라는 이름의 포지션으로 구인을 했을 때는 지원자가 별로 없었지만 그 이름을 ‘우주 게임 개발자’라는 바꾸자 지원자가 폭증했다”며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스킬의 내용이 동일하다면 리브랜딩 전략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 초 미국에서는 24개 우주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모여 “조직의 인적 구성에 다양성과 평등, 포괄성을 강화한다는”는 ‘스페이스 워크포스 2030’ 선언을 하는 행사도 있었다. 이를 통해 조직을 더욱 건강하게 하고 젊은 이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을 만드는 것이 행사의 목표 중 하나였다. 노스럽 그러만과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 레이시온, 보잉과 같은 대형 우주, 방산기업은 물론 로캣 랩, 막서 테크놀로지, 카펠라 스페이스, 버진 갤럭틱, 스파이어 글로벌, 플래닛 랩 같은 중견기업의 CEO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앞으로 1년에 2회씩 정기적으로 만나 직원의 다양성과 평등, 포괄성을 강화하는 각 사의 노력과 결과를 공유하기로 했고, 또한 STEM 교육의 확산과 우주산업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넓히는 활동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스페이스 워크포스 2030 참여기업 명단

※ 동아사이언스는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뉴스와 해외 우주산업 동향과 우주 분야의 주요 이슈를 매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세계 우주 산업의 동향과 트렌드를 깊이 있게 제공할 계획이다. 박시수 스페이스뉴스 서울 지국장은 2007년 영자신문인 코리아타임스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를 거쳐 디지털뉴스팀장을 지냈다. 한국기자협회 국제교류분과위원장을 지냈고 2021년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뉴스에 합류해 서울지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시수 스페이스뉴스 서울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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