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기억하라, 이 '멸종'의 초상들을

임인택 2022. 5. 27.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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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존재들의 세계.

혹여 인간이 절멸하면 이들도 그 세계에 이름을 올리겠다.

인류의 출현 전 존재들 또한 이루 불러내긴 어렵다.

어떤 이들은 지구가 견딘 다섯 번의 대멸종을 함께 감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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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존재들
팀 플래치 지음, 장정문 옮김, 조홍섭 감수 l 소우주 l 3만원

유일한 존재들의 세계. 갑옷마냥 비늘을 두른 단 하나의 포유류 천산갑. 위험할 때마다 몸을 말아 제 생을 지킨다. 새끼를 배 안 깊숙이 품은 채, 어떤 공격을 받든. 가장 큰 맹금류 필리핀수리. 숲의 가장 높은 곳, 가장 높은 나무 위에 둥지 트는 신 아래 포식자. 영장류 가운데 목소리 크기로는 흑백목도리원숭이를 따를 이 없는데, 꿀을 따먹고 꽃가루를 옮기니 가만히 꽃들의 대모….

혹여 인간이 절멸하면 이들도 그 세계에 이름을 올리겠다. 영하 40도, 가장 혹독한 추위를 견디는 불빛 영장류 황금들창코원숭이. 생식 말고 그저 즐거워 성적 행위를 나누는 보노보. 가장 큰 사회적 집단을 이뤄 사는 화려한 낯빛의, 해서 외모가 권력이 되는 맨드릴. 저들끼리 말을 하고, 저들끼리 죽음을 애도하는 코끼리….

액솔로틀. 유체와 성체가 같은 생김새로 신체부위가 잘려도 재생 가능하다. 호수로 스민 비료, 살충제에는 속수무책. 멸종위급종.

인류의 출현 전 존재들 또한 이루 불러내긴 어렵다. 어떤 이들은 지구가 견딘 다섯 번의 대멸종을 함께 감당했다. 적응하고 진화했다. 3억7천만년 전 지구상 최초의 척추동물(양서류)로, 이를테면 서식지 폭포가 시끄러워 의사소통이 안 될라치면 앞발을 흔드는 할리퀸두꺼비처럼, 빛 한 줌 들지 않는 동굴에서 시력을 버리고 후·청각을 발달시켜 6600만년 전 운석 충돌(5차 대멸종)도 견딘 동굴영원처럼….

하지만 이 모두가 사라져 간다. 6차 대멸종의 도래라고들 한다. 인간 활동으로 <사라져 가는 존재들>의 초상은 인간의 초상과 다를 바 없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집요하게 유사한 작업을 해온 사진작가 팀 플래치의 혹여 다음 책 마지막 쪽엔 마침내 한 인간의 초상과 멸종 위급종 안내가 걸릴지 모른다.

동굴영원. 먹지 않고도 10년을 산다. 단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 숲이 농지로 바뀌며 오염물질이 그들 세계로 스며든다. 멸종취약종.
천산갑. 위기에 처하면 몸을 감는다. 인간은 그냥 들고 온다. 2014년 5~6월 홍콩당국은 1만3천 마리 양의 천산갑 비늘을 압수했다. 멸종취약종.
필리핀수리. 새끼를 기르는 수리 한 쌍이 살기 위해선 100㎢의 숲이 필요하다. 인간은 벌목하고 불태우고 개간한다. 멸종위급종.
맨드릴. 가장 화려한 색의 외모를 지닌 포유류. 색이 지위가 된다. 인간은 별미로 밀렵한다. 멸종취약종.
보노보. 성적 행동은 개별적 유대, 위계질서 형성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인간은 별미로 밀렵한다. 멸종위기종.
황금들창코원숭이. 불빛의 긴 털을 망토처럼 둘러 겨울바람을 차단한다. 인간은 털을 노리고 사냥해왔다. 멸종위기종.
아프리카코끼리. 비, 태양, 불, 인간 그리고 코끼리. 아프리카 생태계의 제5원소. 인간은 상아, 가죽, 고기를 노리고 밀렵한다. 멸종취약종.
대왕판다. 중국은 1980년대 멸종위기의 판다를 구하려고 역사상 최대규모의 비용이 들어간 보호 캠페인을 출범시킨다. 그리고 이제 개체수는 다시 늘고 있다. 관심 밖 수천 종의 멸종위기종과 견주며 자원의 배분 문제도 제기됐다. 하지만 판다의 서식지가 보존되며 수많은 생명체 또한 보존됐다. 멸종취약종.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소우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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