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기억하라, 이 '멸종'의 초상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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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존재들의 세계.
혹여 인간이 절멸하면 이들도 그 세계에 이름을 올리겠다.
인류의 출현 전 존재들 또한 이루 불러내긴 어렵다.
어떤 이들은 지구가 견딘 다섯 번의 대멸종을 함께 감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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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존재들
팀 플래치 지음, 장정문 옮김, 조홍섭 감수 l 소우주 l 3만원
유일한 존재들의 세계. 갑옷마냥 비늘을 두른 단 하나의 포유류 천산갑. 위험할 때마다 몸을 말아 제 생을 지킨다. 새끼를 배 안 깊숙이 품은 채, 어떤 공격을 받든. 가장 큰 맹금류 필리핀수리. 숲의 가장 높은 곳, 가장 높은 나무 위에 둥지 트는 신 아래 포식자. 영장류 가운데 목소리 크기로는 흑백목도리원숭이를 따를 이 없는데, 꿀을 따먹고 꽃가루를 옮기니 가만히 꽃들의 대모….
혹여 인간이 절멸하면 이들도 그 세계에 이름을 올리겠다. 영하 40도, 가장 혹독한 추위를 견디는 불빛 영장류 황금들창코원숭이. 생식 말고 그저 즐거워 성적 행위를 나누는 보노보. 가장 큰 사회적 집단을 이뤄 사는 화려한 낯빛의, 해서 외모가 권력이 되는 맨드릴. 저들끼리 말을 하고, 저들끼리 죽음을 애도하는 코끼리….
인류의 출현 전 존재들 또한 이루 불러내긴 어렵다. 어떤 이들은 지구가 견딘 다섯 번의 대멸종을 함께 감당했다. 적응하고 진화했다. 3억7천만년 전 지구상 최초의 척추동물(양서류)로, 이를테면 서식지 폭포가 시끄러워 의사소통이 안 될라치면 앞발을 흔드는 할리퀸두꺼비처럼, 빛 한 줌 들지 않는 동굴에서 시력을 버리고 후·청각을 발달시켜 6600만년 전 운석 충돌(5차 대멸종)도 견딘 동굴영원처럼….
하지만 이 모두가 사라져 간다. 6차 대멸종의 도래라고들 한다. 인간 활동으로 <사라져 가는 존재들>의 초상은 인간의 초상과 다를 바 없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집요하게 유사한 작업을 해온 사진작가 팀 플래치의 혹여 다음 책 마지막 쪽엔 마침내 한 인간의 초상과 멸종 위급종 안내가 걸릴지 모른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소우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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