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개인 취향 찾아 떠난 일종의 '피난처' 될 수도"

김은형 2022. 5. 27.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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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화-이시바시 한·일 출판평론가 줌 대담
한, '동네책방 생존탐구' 일어판 곧 출간
이시바시, 한국 책방문화에 관심 각별
<동네책방 생존탐구>쓴 한국의 한미화 출판평론가(왼쪽)와 <서점은 죽지 않는다>등 일본 독립서점 문화를 취재해온 이시바시 다케후미(화면 속)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줌 대담을 시작하며 <동네책방 생존탐구> 한국어판과 일어판을 각각 들어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동네책방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공통의 주제로 고민해온 한국과 일본의 출판평론가가 머리를 맞댔다. <동네책방 생존탐구>(2020)의 일본어판 출간을 앞두고, 저자인 한미화와 이 책의 일본어판 해설을 쓴 이시바시 다케후미가 지난 21일 ‘줌’으로 만났다. <서점은 죽지 않는다>(2013) <서점은 왜 계속 생길까>(2021) 등을 쓴 이시바시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광주의 ‘녹두’, 대학가 ‘그날이 오면’ ‘풀무질’ 같은 사회과학서점부터 통영 ‘봄날의 책방’, 괴산 ‘숲속작은책방’, 서울 대학로 ‘책방이음’ 등을 취재하며 한국의 책방 문화에 각별한 애정을 표해온 저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다음달 4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나눌 예정인 ‘책방 이야기’를 <한겨레> 독자들에게 먼저 풀어놨다.

이시바시 : <동네책방 생존탐구>를 보면서 한국과 일본의 책방 문화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동안 나는 서점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글로 구체화한 적이 없는데 그럴 필요가 있겠구나, 어떻게 하면 일본 독자들에게 서점의 생존 방식에 대한 전망을 전달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생겼다.

한미화 : 이시바시 선생의 책을 보면 일본에서는 기존 대형서점에서 일하다가 관점의 차이 등으로 그만두고 독립서점을 여는 경우가 여럿 눈에 띈다. 한국에서는 서점인보다는 광고인, 건축가, 디자이너, 아이티(IT) 전문가 등 책과는 거리가 먼 낯선 분야의 사람들이 독립서점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점이 달라 보인다.

이시바시 : 일본 역시 전혀 다른 분야 출신이 책방을 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각 개인의 특성보다는 지역에서 열정 있는 서점주가 주변의 독립서점 주인들과 손잡고 이벤트 등을 함께하면서 대형서점에까지 영향을 주는 문화로 발전해나가는 경우가 눈에 띈다. 한국은 어떤가?

한미화: 한국도 전주와 김포 등에서 구심점이 되는 서점을 중심으로 주변 서점들이 탄탄하게 네트워크를 이루면서 이들의 단결력이 지역 문화까지 견인해가는 모범 사례들이 있다.

<서점은 죽지 않는다>등 일본 독립서점 문화를 취재해온 이시바시 다케후미.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시바시: 서점들이 혹독한 경영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 말고도, 작은 변화로 큰 무브먼트를 이끌어간다는 게 한·일 독립서점들의 공통점인 듯하다. 차이점은 한국의 경우 민주화운동으로 언론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과정이 서점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의 서점 주인들이 그런 걸 의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독립서점 문화 형성과 성장이라는 면에서는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

한미화: 현재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 가운데도 지역 기반으로 환경운동이나 반핵운동 등에 앞장서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1980년대의 유산을 이어간다기보다는 서점 각자의 개성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현재의 일본 서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시바시 : 전체적인 출판 문화의 차이로 보자면 일본은 이와나미문고 같은 교양서적뿐 아니라 만화나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 관련, 또는 성인물 종이책이 출판물 판매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웹툰 등 책에서 온라인 ‘콘텐츠’ 소비로 바뀌는 속도가 한국에 비하면 매우 더딘 편이다.

<동네책방 생존탐구>쓴 한국의 한미화 출판평론가.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미화: 한국은 디지털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반대로 동네책방이나 독립서점이 이에 대한 일종의 ‘피난처’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다. 아날로그적인 것에 대한 향수나 내 취향에 맞는 책, 나를 일깨우는 책을 만나려면 믿을 만한 책방에 가야 한다는 생각도 늘면서 독립서점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시바시 : 100% 동감이다. 다만 종이책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보자면 서점 본연의 역할뿐 아니라 독립서점이라도 공공도서관 납품 같은 경영 수완이 병행되어야 지속가능해 보인다. 한 선생도 책에서 썼지만 이와 함께 법 정비 등 서점 운영을 위한 환경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한미화 : 최근 한국에는 ‘최인아책방’이나 김포 ‘꿈틀책방’ 등 5년차를 넘긴 독립서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 서점을 보면 유통문제 해결이나 도서정가제 같은 제도 정비뿐 아니라 서점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시바시 : 일본도 안정적 운영을 하는 동네책방들을 보면 외부인은 알기 힘든 주민들만의 긴밀한 대화와 정보 교류가 그 안에서 이뤄진다. 지역 주민들, 그리고 이웃 서점과 도서관 등 지역 문화와의 밀도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게 동네책방의 살길이 될 것이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12개국 서울국제도서전 열려

국내 최대의 책 축제로 꼽히는 ‘2022 서울국제도서전’이 6월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다. 출판사를 포함해 약 180개의 국내 회사가 참여하며, 국제관에는 11개국 13개 부스가 차려진다.
올해 주빈국은 한국과 수교 60돌을 맞은 콜롬비아다.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나라로 유명하지만 콜롬비아 문학은 여태껏 한국에 그리 많이 소개되진 못한 편인데, 이번에 30여명의 콜롬비아 작가들이 도서전을 찾아 북토크 등으로 한국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주한콜롬비아대사관은 마르가리타 가르시아 로바요 등 콜롬비아 현대 여성 작가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하는 행사들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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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대사를 맡은 소설가 김영하와 은희경은 각각 1일과 3일 현장에서 독자들과 만난다. 한국인 최초로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그림책 작가 이수지, 에세이집을 출간하기도 한 싱어송라이터 장기하도 각각 2일, 5일에 강연을 진행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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