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아프다'는 말 뒤, 아이들의 진짜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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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가 간단한 치료를 받거나 안정을 취하러 가는 곳.
아이가 쓰는 기록부에 아픈 곳 대신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눈물이 났어요'라고 쓴 아이, 죽으려고 했는데 옥상이 잠겨 있어서 갈 데가 없어 찾아왔다는 아이 등 보건실의 문이 열리는 이유는 아이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저자는 보건실이 "어떤 위험한 징조를 감지하기 위한 센서가 되기도 하고, 가정과 교실에서 소외된 아이를 마지막으로 걸러낼 수 있는 체의 역할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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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
울음이 그치고 상처가 아무는 곳, 보건실 이야기
김하준 지음 I 수오서재 I 1만5000원
아픈 아이가 간단한 치료를 받거나 안정을 취하러 가는 곳. 학부모 등 외부인에게는 이처럼 명쾌한 목적을 지닌 곳이 학교 보건실이지만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아이가 쓰는 기록부에 아픈 곳 대신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눈물이 났어요’라고 쓴 아이, 죽으려고 했는데 옥상이 잠겨 있어서 갈 데가 없어 찾아왔다는 아이 등 보건실의 문이 열리는 이유는 아이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는 20년 동안 보건교사로 일해온 저자의 현장 에세이다. 코를 너무 후벼 코피가 터진 코를 붙잡고 오는 아이나 따뜻한 보리차 한 잔에 아픈 배를 툭툭 털고 일어나는 아이들은 저자가 만나는 ‘어린이라는 세계’의 지극히 일부다. 소아당뇨를 앓는 아이, 심한 우울증을 겪는 아이, 방치와 학대의 흔적을 숨기고 있는 아이,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도 찾아온다. 저자는 보건실이 “어떤 위험한 징조를 감지하기 위한 센서가 되기도 하고, 가정과 교실에서 소외된 아이를 마지막으로 걸러낼 수 있는 체의 역할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만은 아니다. 만성피부질환으로 늘 열 손가락이 갈라지고 피가 나는 한 아이는 갈라진 발이 아파 절뚝거리며 걸으면서도 “그래도 요즘은 발에 피는 안 나잖아요. 이 정도면 살 만한 거죠”라며 의젓하게 고통과 싸우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꾸 보건실에 가는 아이를 야단치기 전에 그 아이가 처한 환경을 알려고 하면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말 대신 아프다”고 말하는 아이의 통증 너머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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