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금속활자 초기 독일 르네상스의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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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로마 치하의 뉘른베르크에서 간행된 역사서.
중세 세계관의 금속활자본이란 얘기다.
금속활자 초기 출판동네 표정이 엿보인다.
금속활자 텍스트 플러스 목판 삽화인 것이 하이브리드 인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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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중심 200여 쪽 추려 영인
목판 삽화에 수작업으로 색 입혀
이야기·볼거리 섞은 베스트셀러
뉘른베르크 연대기
하르트만 셰델 지음, 정태남 해설 l 그림씨 l 2만2000원
신성로마 치하의 뉘른베르크에서 간행된 역사서. 라틴어판이 1493년 7월에, 독일어판이 12월에 나왔다. 구텐베르크 사후 25년, 루터 종교개혁 24년 전,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 9개월 뒤에 해당한다. 중세 세계관의 금속활자본이란 얘기다. 그림씨에서 펴낸 한국판은 아쉽게도 번역이 아니라 원본에서 삽화가 좋은 200여 쪽을 추려 영인하고 설명을 붙였다. 대체로 원본 순서를 따른지라 원본 틀거리를 짐작할 수 있다.
시대구분에 가톨릭 그늘이 짙다. 천지창조, 대홍수, 족장시대, 유대왕국, 바빌론 유수, 예수 탄생 등을 거멀 삼아 6개 시대로 나누고 ‘종말과 최후의 심판’을 합쳐 일곱개 시대로 짜 맞췄다. 구약의 설화적인 유대인 역사에 예수 이후 로마사를 짜깁고 자국사에 해당하는 신성로마를 덧붙인 방식이다.
지은이 하르트만 셰델은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박학다식 인물. 책 수집가로 더 유명해 여러 분야를 아울러 인쇄본 670권, 필사본 370권을 소유했다. 수장본에서 내용 90%를 뽑고 자기 글 10%를 보탰다. 술 취한 노아, 유혹받는 요셉, 황금 송아지, 목 치는 유디트, 불 속의 젊은이 등 성경 속 흥미로운 소재는 물론, 개머리 인간, 외눈박이, 말다리 인간 등 기괴한 인간, 아마존 여전사, 예수 성의의 발견, 기괴한 물고기 등 믿거나 말거나 소문까지 집어넣었다. 종말이 다가온다는 믿음 아래 이상기후와 천체현상을 부풀려 취급했다. 깔끔한 요점 정리에 조미료 같은 이야기와 볼거리를 버무려 베스트셀러 요건을 갖췄다.
금속활자 초기 출판동네 표정이 엿보인다. 금속활자 텍스트 플러스 목판 삽화인 것이 하이브리드 인쇄다. 지은이가 대형 공방을 운영하는 화가와 계약을 맺고 목판화 원판을 납품받는 방식. 알브레히트 뒤러가 그 공방 견습을 지냈기에 그의 자취가 묻었을 거라는 추정도 있다. 그림은 인물, 사건, 풍경, 지도(개념도) 등. 인물은 크기가 작지만 간략한 특징과 차림새로써 상호 구분했다. 사건은 시간 차 여러 장면을 한 장에 담는 방식이어서 사건 그림은 보는 게 아니라 읽어야 한다.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100여개에 이르는 도시 풍경. 사건의 배경에 해당하지만 큼직하게 넣어 ‘와유’(臥遊) 효과를 노렸다. 베네치아, 로마, 예루살렘, 피렌체 등 유명 도시는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시가의 특징을 잡아냈다. 책의 원산지 뉘른베르크 그림이 가장 크고 자세하다.
가까운 도시들, 예컨대 쾰른, 빈, 제네바, 스트라스부르, 잘츠부르크, 밤베르크, 울름, 파사우, 뮌헨, 프라하, 바젤 등은 두 쪽에 걸쳐 볼 만하다. 척 보면 어딘지 알 정도라 현장 답사를 거쳤을 거라고 본다. 시간, 공간적으로 거리가 먼 곳, 즉 여리고, 니느웨, 바빌론, 로도스, 파리, 마인츠, 나폴리, 제노바, 밀라노, 볼로냐, 비잔티움 등은 크기가 작고 실제 모양과 다르다. 마르세유(파도바), 다마스쿠스(페루지아), 피사(트로이아) 등 다른 도시(괄호 속)와 중복된 그림도 있다.
흑백 인쇄한 뒤 수작업으로 색을 입히는 ‘디아이와이’(DIY) 컬러링. 공방에 맡겨도 좋고 구매자가 직접 해도 좋다. 앞쪽에 구매자의 문장과 이름을 채워 넣는 빈칸도 있다.
대박 꿈은 초판(라틴어판 1400~1500부, 독일어판 700~1000부)으로 끝. 3년 뒤에 값싸고 오류를 바로잡은 독일어판 해적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임종업 <토마토뉴스> 편집위원, 그림 그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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