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훼손·여성 2명 살인' 강윤성, 1심서 무기징역[종합]

2022. 5. 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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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여성 살인 후 전자발찌 끊고 또 다른 여성 살해
강도살인·살인·공무집행방해 등 7개 혐의
檢 "계획적·잔혹성·재범 우려"..사형 구형
"약해 보이는 여성들, 범죄 대상으로 삼아"
배심원 3인 사형·6인 무기징역 판결 내려
재판부 "살인, 중대 범죄"..무기징역 선고
"생명, 절대적가치..강도범죄 합리화 불가"
지난해 9월 7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강윤성의 모습.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6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이종채)는 이날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강도살인, 살인, 사기, 공무집행방해, 전자장치부착등에관한법률위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7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윤성(57)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모든 상황에서 보호돼야 할 절대적 가치이며 살인은 이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강도범죄는 경제적 이유에서 사람 생명을 빼앗는 반인류적인 행위로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가 불가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날 쟁점이었던 범행의 계획성에 대해 일부 우발적인 지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사형 구형에 대해 “사형은 인간 생존 자체를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 형벌”이라며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잘못을 뉘우치는 점, 두 번째 살해 피해자에 대한 범행이 우발적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의견을 밝혔다.

또 “강윤성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재범 방지하는 한편 향후 기간 정함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생태계에서 수감을 통해 진정으로 참회하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속죄하며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한 9명의 배심원 중 3명은 사형, 6명은 무기징역형으로 양형 의견을 표했다. 배심원들은 양형 사유는 강윤성의 강도살인 혐의에 대해선 계획적 살인,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우발적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강윤성은 지난해 8월 자신의 집에서 40대 여성 A씨를 살해하고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뒤 또 다시 5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강윤성은 살인 범행 전인 지난해 7월 27일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지불 능력이 없는 휴대전화를 할부로 구입한 뒤 중고로 팔아 현금을 마련한 혐의도 받는다. 또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른 뒤 경찰에 자수한 강윤성은 유치장에서 경찰관을 때려 공무 집행을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이날 공개된 폐쇄회로(CC) TV에서는 유치장에서 자신에게 도포를 주기 위해 문을 연 경찰관을 때려 눕히는 장면이 공개됐다.

9개월 간 구치소 생활을 한 강윤성은 이날 흰머리가 목까지 자란 장발의 모습으로 국민참여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에서 강윤성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들은 뒤 계획적 범행을 부인했다. 강윤성은 “이 사건 관련해 다른 생각이 있었다면 피해자들의 금품을 다른 방법을 이용해서 강취를 했을 것”이라며 “순간적이고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윤성은 지난해 8월 26일 자택에서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뒤 피해자 A씨의 카드 등을 이용해 휴대폰을 구입하고 현금화했다(강도살인 혐의). 이어 첫 범행을 저지르기 전 구입한 절단기로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도주하고 두 번째 피해자를 만나 또 살인을 저질렀다(살인 혐의).

검찰에 따르면 강윤성과 피해자들은 모두 면식 관계였다. 강윤성은 자신에게 7회에 걸쳐 2290만원 가량을 빌려 준 B씨에게 채무 변제를 독촉을 당하자 이에 압박을 느껴 금액을 마련하고자 했다. 강윤성은 A씨에게 돈을 빌려 B씨에게 갚으려 했으나 이에 실패하자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후 B씨를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돈을 갚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는 말을 듣자 B씨 또한 살해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윤성은 범행 동기에 대해 “피해자 B씨를 사랑했다. B씨에게 돈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제가 돈을 준 적이 있는 A씨를 만나 돈을 달라고 하거나 강제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마련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과 검찰이 실시한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검사에서 강윤성은 모두 기준치 이상의 점수인 30점을 초과했다. 역대 범법자 중 유영철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경찰이 송치 단계에서 적용했던 살인예비죄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 단계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검찰 측은 “강윤성이 그날 만나기로 했음에도 만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또 다른 여성 C씨가 사건 당일에 피고인을 실제로 만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강윤성의 범행 전 식칼과 절단기를 구입한 것을 보고 계획적 범행임을 주장했다. 검찰 측은 “식칼이 살인 행위에 사용되지 않은 것은 맞으나 피해자 제압 등에 사용된 건 맞다”며 “범행 당일 피해자를 유인하기 위해 차량을 빌리고 식칼과, 절단기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신속하게 범행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A씨의 카드 한도를 확인하고 아이폰 4대를 추가로 구입해 중고로 팔았다”며 “범행 후 A씨의 휴대폰을 골목에 버렸다가 회수해 발견이 어려운 주택가 등에 버리기도 했다. 경제적 이익을 계산하고 범행과 도주까지 철저히 생각하는 계획적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윤성은 “식칼을 범행 목적으로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며 “B씨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한 시간을 벌고자 전자발찌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후 변론에서 강윤성이 범행에 사용한 식칼과 절단기을 몰수할 것과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 측은 “강윤성은 계획적이고 잔혹하게 여성들을 살해했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억울함을 수사기관과 사회에서 찾으며 책임을 전가했다.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거라는 것을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중대한 범죄 전력이 수차례 있고, 원한 관계 없이 경제적 관계만 있는 피해자들을 살해한 점, 범행의 계획성, 잔인함과 포악한 점, 피해자 유가족들 엄벌이 탄원한 점을 고려해 달라”며 “무고한 생명을 빼앗고 석방되면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윤성 변호인은 “자수하며 범죄를 인정하는 점, 살인에 이른 세부 경위에 대한 주장이 일부 다르지만 후회와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참작을 요청했다.

강윤성은 최후 진술에서 “17살 때인 1982년부터 2022년까지 40년의 기간 중 교도소에서만 36년을 살았다”며 “범죄 예방 같이 공익적인 활동을 하려 했으나 출소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말 지금까지 나를 믿어주고 진정 사랑해 준 단 한 사람만 있었어도 이 자리에 있었을 것 같지 않다”며 “앞으로 죽을 때까지 뉘우치며 살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발언했다.

강윤성은 지난해 10월 열린 1차 공판기일에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가 2차 공판기일 때는 입장을 바꾸었다. 강윤성은 “살해 동기나 고의 여부 등 공소사실이 왜곡돼 배심원의 객관적 판단을 받고 싶다”며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했다. 이날 재판은 오전 10시55분부터 오후 10시50분께까지 진행됐다.

전과 14범인 강윤성은 특수강제추행 혐의로 복역하다, 지난해 5월 6일 전자발찌부착명령 5년을 받고 천안교도소에서 가출소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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