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美 총기 규제와 헌법 딜레마

장규호 2022. 5. 27. 00:1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 사회에서 총기(銃器) 규제만큼 '뜨거운 감자'도 없다.

총기로 인한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으레 규제 강화 법안이 발의되지만 반대론에 밀려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기 일쑤다.

2012년 코네티컷주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땐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촉구한 규제 법안 의회 통과가 불발됐다.

총기 규제 강화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공교롭게도 미국 수정헌법 제2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총기(銃器) 규제만큼 ‘뜨거운 감자’도 없다. 총기로 인한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으레 규제 강화 법안이 발의되지만 반대론에 밀려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기 일쑤다.

작년 미 하원은 총기 구매자 신원 확인을 강화하고 온라인 총기 구매를 막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상원에서 공화당 반대로 부결되고 말았다. 2012년 코네티컷주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땐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촉구한 규제 법안 의회 통과가 불발됐다. 지난 24일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진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은 행동할 때”라고 강조한 것은 이런 전철을 다시 밟지 말자는 다짐이다.

총기 규제 강화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공교롭게도 미국 수정헌법 제2조다. 미국 연방 헌법은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만 간결하게 규정한 본문 7개 조와 수정조항 27개 조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수정 2조가 개인의 무기 소유 및 휴대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 조항은 민병대를 구성해 독립전쟁을 수행한 미국의 독특한 역사적 배경에서 나왔다. 시민은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는 헌법적 선언이기도 하다. 이를 근거로 총기 규제는 위헌이란 주장과 주(州)가 민병대를 보유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한 조항일 뿐, 총기 소지 자유의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그러나 일부 범법자의 일탈 때문에 자신과 가족을 총기로 지킬 권리를 뺏길 수 없다는 정서가 미국인에겐 강하다.

총기와 관련해선 연방 규정도 있지만, 주마다 관리 및 규제 수위가 다르고 복잡하다. 일단 중(重)범죄 전과자, 수배자, 시민권·영주권 없는 사람, 정신병력자 등이 아니면 만 18세 이상부터 총기 구입이 가능하다. 공격용이 아닌, 사냥용이나 방어용 총기는 대부분 주에서 쉽게 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인구보다 많은 총기(총 3억9330만 정)로 세계 1위 총기 보유국이 됐다. 미국에서 총기 사고로 숨지는 사람만 매일 100여 명에 이른다. 지난 50년간 총기 사고 사망자는 약 150만 명으로 전쟁에서 숨을 거둔 미국인(120만 명)보다 많다고 한다.

서부개척 시대에 총기는 약자(弱者)들이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도구였다. 총이 ‘평등자(equalizer)’라고 불린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젠 가족과 사회를 위협하는 흉기라는 양면성 앞에 개인 권리 보호만 주창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경제지 네이버 구독 첫 400만, 한국경제 받아보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