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산책] 여름을 준비하는 사람들

박광석 2022. 5. 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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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광석 기상청장

프로 스포츠 정규 시즌 전 열리는 시범경기는 본 게임 시작 전 실시하는 마지막 점검의 시간이다. 해당 경기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과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실전의 감을 익혀 본 게임에서 실수 없이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기상청 예보관들의 날씨 예보 업무에는 이러한 사전 연습의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언제나 실전의 시간만 있을 뿐이다.

본격 여름철을 맞기 전, 우리는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 막바지를 보내고 있다. 산과 들에는 형형색색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들이 만발했다. 청명한 하늘과 따스한 햇살이 사람들의 발길을 야외로 향하게 한다. 야외 행사, 축제들이 많이 열리고 다양한 야외 레저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져 자연스레 날씨 정보에 관심이 더해지기 마련이다.

5월은 야속하게도 기상청 예보관들의 입장에서는 그리 쉬운 시기는 아니다. 이맘때쯤이면 우리나라는 봄과 여름, 두 계절이 공존한다. 예보관을 시험하기라도 하듯 기압계 패턴 변화가 심하고 대기상태도 불안정하여 변화무쌍한 날씨들이 많이 나타난다.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다가도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5월의 불청객은 종류도 다양하다. 우박을 비롯해 봄철 한창 자라나는 농작물에 치명적인 이상저온, 낮 동안에 나타나는 때 이른 30도 안팎의 고온, 강풍, 잦은 비 등은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오기 전 예보관들이 넘어야 하는 관문이다.

2021년 5월 강원도에 나타났던 특징적인 날씨를 보면 강원도의 강수일수는 15.6일로 평년(9.2일)에 비해 6.4일 많았다. 이틀에 한 번꼴로 비가 왔다는 것이다. 이는 1997년 5월(강수일수 15.9일)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었다. 비가 자주 내리기도 했지만 봄비치고 양도 많았었다. 작년 5월 강수량은 164.7㎜로 평년(94.2㎜)에 비해 70.5㎜ 많았고, 5월 강수량만을 비교했을 때 관측 이래 역대 4위의 기록이었다. 특히,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도 두 차례(5월 7일, 5월 28일) 내리면서 강원도 내륙지역에서 우박이 관찰되기도 했다.

5월, 예보관들은 연습의 시간도 없이 실전으로 변화무쌍한 날씨와 싸우며 여름철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위험기상에 의한 기상재해로부터 안전하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준비의 손길이 돌아가고 있다. 먼저 다양한 분야의 수요자에게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세 날씨정보 생산을 위해 현장의 요구사항을 듣고, 홍수기 효율적인 물관리를 지원을 위한 관계기관 협업 강화, 여름철 중단없는 관측과 고품질 관측자료 생산을 위한 관측장비 점검, 효율적인 방재 대응 지원을 위한 관계기관과의 예보소통 확대·강화 등 만발의 준비를 해 나가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겐 5월이 여름철 위험기상과 맞서 싸울 준비를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점검하는 실전 속의 리허설, 시범경기였던 셈이다. 지난 5월 15일,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여름철 방재기상 업무 시작 선언식과 함께 기상청은 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여름방재의 시간으로 들어섰다. 폭염, 장마, 집중호우, 태풍 등 기상재해를 불러올 수 있는 각종 위험기상들과 맞서야 하는 시간인 것이다.

여름을 준비하는 기상청의 마음가짐을 얼마 전 방영을 마친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에서 엿볼 수 있다. 첫회 말미에 최 과장과 주인공 ‘하경’이 나눈 대화에서다. 예보가 생산되는 치열한 과정 속 예보관의 노고를 ‘누가 알아주기는 하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이 나온다. “아무도 몰라주면 어때? 아무도 안 다쳤으면 됐지!” 올해도 기상청은 변화무쌍한 날씨와 위험기상 속에서 국민 모두가 안전한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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