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52%가 임금피크제.. 회사마다 연봉삭감액·업무량 달라 혼선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위법 판결로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정년제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 중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은 절반 이상이 임금피크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은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직원에 대해 별도의 업무 조정 없이 기존 업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10대 기업 노무 담당 임원은 “앞으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에 대한 업무량과 강도 조정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노사 분쟁 등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무효화로 인해 인건비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물론, 현재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줄소송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삼성·LG·포스코 등 ‘임금피크제 적용 후에도 동일 업무’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포스코·현대중공업 등 상당수 대기업은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 기업들에서는 매년 임단협 때마다 임금피크제 폐지가 논란이 돼왔다. 이 기업들로서는 이번 판결이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후 임금피크제 적용 시기를 만 55세에서 만 57세로 연장하고 임금 감소율도 5%로 낮췄지만 여전히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2007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LG전자도 58세부터 정년 60세까지 3년간 적용하며 임금피크제 기간에는 전년 대비 임금이 10%씩 깎이는 구조다. 현대중공업은 생산직의 경우 59세부터, 사무직은 5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5년 만 59세에 임금을 동결하고, 만 60세에 10%를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한전 등 상당수 공기업과 은행·보험업계도 비슷한 형태의 임금 피크제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 기업들에서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의 업무 조정을 하지 않고 기존 업무를 그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부담을 일부 완화해준다는 취지로 도입한 것”이라며 “임금 삭감 폭에 맞게 업무량을 감축하거나 업무 난이도를 조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주요 대기업에서는 매년 임단협 때마다 임금피크제 폐지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노조는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노조의 임금피크제 폐지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일단은 고용노동부의 행정 해석 등 정부의 방침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기업들 “줄소송 우려”
기업들은 만약 임금피크제가 축소되면 희망퇴직 등이 줄면서 정년을 채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이에 따라 급여와 퇴직금 등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지금은 임금피크제로 월급이 깎이기 전에 퇴직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정년을 채우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장애물이 사라지면 대부분 정년을 채울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비용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당장 일선에서는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의 업무 재조정 등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임금피크제 적용 시 업무 시간과 업무 난이도 감축 등의 조치를 반드시 취하도록 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이 부분을 둘러싸고 노사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제도 도입 취지를 도외시한 판결이라는 비판도 많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임금피크제는 우리나라의 경직된 임금 체계 실태와 고용 환경을 고려해 고령자의 갑작스러운 실직을 예방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노사 간 합의를 통해 도출된 제도”라며 “연령 차별이 아닌 연령 상생을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이번 판결이 소송을 남발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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