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순방 맞서..중, 남태평양 공략 '경제·안보 협력' 나서

박은하 기자 2022. 5. 2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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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26일 남태평양의 솔로몬제도를 방문해 파테슨 오티 총독대행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호니아라 | AP연합뉴스
왕이, 요충지 솔로몬제도 등
도서국가 8곳 방문 ‘외교전’
FTA 등 포괄적 개발 논의
중 영향력 확대 우려에
미 “수상쩍은 거래” 지적
호주 외교장관 피지행 맞불

남태평양 도서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과 중국의 외교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남태평양 도서국가들은 미·중 간 경쟁이 군사적 긴장 고조와 경제적 예속을 불러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6일 남태평양의 도서국가 연쇄 방문의 첫 일정으로 전략적 요충지인 솔로몬제도를 방문했다. 왕 부장은 파테슨 오티 총독대행을 예방한 자리에서 “수교 이래 양국 관계는 전방위적 발전을 이룩해 양 국민에게 여러 이익을 줬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자국 필요에 따라 중국 함정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하고, 현지에서 물류 보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안보협정을 지난달 솔로몬제도와 체결했다.

왕 부장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이날부터 6월4일까지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통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등 8개국을 공식 방문한다. 미크로네시아연방, 쿡제도, 니우에 측과는 화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왕 부장의 이번 순방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하고 쿼드 정상회의를 열며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한 데 대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번 순방 때 방문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 구상과 안보 협력 강화 방안을 담은 이른바 ‘포괄적 개발 비전’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AFP통신 등이 전날 보도했다. 비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중국은 현지 경찰 훈련, 지역 내 사이버 안보 관여, 각국과의 정치적 관계 확대,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권 확대 등을 얻게 된다.

남태평양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통적으로 미국, 호주, 뉴질랜드의 영향권에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해상봉쇄를 뚫고 대만 문제 등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남태평양 국가들에 공을 들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은 남태평양 수교국 10개국과 모두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협력을 체결해 인프라 건설 등을 지원하고 있다.

남태평양 국가들은 세계 인구의 0.1%에 불과한 소국들이다. 하지만 유엔에서 동등하게 한 표를 행사한다. 유엔총회 투표 시 6.7%가 이들 국가 몫이다. 미국의 태평양 군사거점인 괌과 쿼드의 한 축인 호주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전략적 의미도 크다. 대만과 수교한 14개국 중 마셜제도, 팔라우, 나우루, 투발루 등 4개국이 남태평양에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놀란 미국 등 관련국들도 맞대응에 나섰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이 남태평양 국가들과 다양한 협정을 모색하고 있는 데 대해 “중국은 투명성이나 역내 협의가 거의 없이 모호하고 수상쩍은 거래를 하는 패턴이 있다”고 지적했다.

왕 부장의 남태평양 방문에 맞춰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도 26일 피지를 방문했다. 웡 장관은 기후위기, 인권을 강조하며 중국 외교정책에 남태평양 국가들이 갖는 불안감을 겨냥했다. 마셜제도, 팔라우, 키리바시, 투발루의 전 지도자들은 지난 4월 미국·호주를 비롯한 강대국들을 향해 “태평양 국가들의 가장 큰 위기는 중국의 위협이 아니라 기후변화”라는 비판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산드라 타르테 피지 남태평양대 교수는 “태평양 도서 국가들은 해당 지역에서 서방과 중국 간 경쟁이 심화되는 것에 ‘엇갈린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트너 선택지가 많아졌고 협상력은 더 강해졌지만 원치 않는 긴장과 군비 증강의 위협에 대한 우려도 지역 전역에 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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