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멀어져가는 미 총기 규제 입법
공화당은 '교사 무장론' 반복
트럼프, 오늘 총기협 연설도
무차별 총격 사건이 벌어진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미국 사회에서는 애도와 충격, 분노가 넘치고 있다. 하지만 총기 규제 강화를 외치는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여전히 총기 소유 규제는 대책이 아니라고 맞섰다.
총격범인 살바도르 라모스(18)는 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2주 전 알게 된 독일의 15세 소녀에게 범행을 미리 예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범행 당일 “방금 할머니에게 총을 쐈다” “지금 당장 초등학교에 총을 쏘러 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라모스는 사건 당일 AR-15 소총을 들고 학교 뒷문으로 들어가 4학년 한 교실 문을 걸어 잠그고 소총을 난사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라모스가 정신건강 문제나 범죄 전력이 없는 고등학교 중퇴자였다고 밝혔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인 샌디훅 초등학교 사건 10주기를 6개월 앞두고 유사한 사건이 벌어지자 미국 사회는 경악했다. 불과 열흘 전 흑인에 대한 증오심에 사로잡힌 18세 청년이 슈퍼마켓에서 총기를 난사해 10명을 사살한 충격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미 연방 하원은 지난해 민주당 주도로 인터넷 총기 거래 등의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과 총기 구매 희망자의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법안을 각각 통과시켰다. 하지만 두 법안은 현재 공화당의 반대 때문에 상원에서 잠자고 있다. 공화당 의원 10명만 동참해주면 통과시킬 수 있지만 공화당이 이에 동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실제로 공화당 의원들은 텍사스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대책에 관해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텍사스 출신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총기 규제는 대책이 되지 못한다면서 무장한 경찰관을 학교에 더 많이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기 소유 옹호론자들이 펼치는 ‘교사 무장론’을 되풀이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건 현장인 유밸디로부터 약 483㎞ 떨어진 휴스턴에서 27일 열리는 전미총기협회(NRA) 연례행사에서 예정대로 연설을 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에서 하루 간격으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여론에 떠밀려 총기 규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웨인 라피에르 NRA 회장을 만난 뒤 없던 일이 됐다. 크루즈 상원의원과 애벗 주지사 등도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희생자들의 장례가 진행되기 전인데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에도 총기 규제 입법은 물 건너 간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론이 비등했을 때 총기 규제 입법 시도가 강력해지지만 공화당의 완고한 버티기에 가로막혀 시간이 흐르면 입법이 흐지부지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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