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 우크라 침공을 '성전' 옹호.."푸틴의 복사" 비판대[시스루 피플]

정원식 기자 2022. 5. 2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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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부활절 의식 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모스크바 | AP연합뉴스

개신교·가톨릭과 함께 기독교 3대 분파인 동방정교회의 최대 교파 수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의롭지 못한 전쟁을 위한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76)가 푸틴 대통령에게 도덕적 정당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서 러시아정교회 신자는 인구의 63%를 차지한다. 키릴 총대주교는 러시아정교회 TV 채널과 유튜브 등을 통한 강론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에 맞서 ‘루스키 미르(러시아 세계)’를 방어하려는 성스러운 투쟁이라고 말해왔다. ‘러시아 세계’는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일부였다는 개념으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로 내세운 핵심 논리 중 하나다.

지난 3월 초 민간인 학살로 러시아 전쟁범죄에 대한 비난이 쇄도할 때도 키릴 총대주교는 나치 정권의 세계 정복 시도를 분쇄한 것은 러시아라면서 “하느님은 오늘날에도 우리를 도우실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3일 언론 인터뷰에서 키릴 총대주교를 향해 “푸틴의 복사(사제를 돕는 평신도) 노릇을 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지 말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키릴 총대주교를 제재 대상에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키릴 총대주교는 구소련 시절인 1946년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레닌그라드 신학대 총장을 지낸 그는 2009년 모스크바 총대주교로 선출됐다.

1990년대 공개된 구소련 공문서에 따르면 키릴 총대주교는 ‘미하일로프’라는 암호명을 가진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도 활동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러시아정교회 지도자들과 KGB의 연계를 연구해온 영국 작가 펠릭스 콜리는 소련 말기 정교회 지도자들이 비밀경찰과 협력한 것은 일반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키릴 총대주교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보수적인 러시아정교회 내에서 비교적 개혁적인 인물로 여겨졌다. 그는 1984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2011년 총선 부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을 당시에는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키릴 총대주교가 푸틴 대통령과 밀착하기 시작한 것은 푸틴 대통령이 세 번째 대통령직에 도전한 2014년 무렵이다. 키릴 총대주교는 2012년 2월 당시 총리 신분이던 푸틴과 종교 지도자들의 회동에 참석해 그가 러시아를 1990년대의 경제위기에서 구해냈다면서 “(푸틴의 통치는) 신이 내린 기적”이라고 극찬했다.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가제타는 2019년 그의 자산이 40억~80억달러(약 5조~10조원)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2009년에는 3만달러짜리 스위스 명품 시계를 찬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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