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카드빚 수천만 원 떠안아도' 구제 못 받아..'친족상도례' 탓

김효경 2022. 5. 2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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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딸이 몰래 엄마 명의의 카드를 만들어 수천 만의 빚을 떠넘겨도 엄마가 구제받거나, 딸을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가족 사이에는 사기나 절도, 횡령 등의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 '친족상도례' 탓인데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김효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년 넘게 시장 노점상으로 딸과 아들을 키워온 70대 할머니.

3년 전 남편 수술비 등이 필요하다는 딸의 말에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억 원을 계좌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연락이 닿지 않는 딸을 수소문한 결과 사위의 수술은 거짓말로 확인됐습니다.

[70대 어머니/음성변조 : "엄마 몇천만 원, 엄마 얼마. 그러니까 나는 (주변에) 딸 하나뿐이고 아들 멀리 가 있으니까. 어느 부모가 자식 안 주겠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4월에는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부동산가압류 예정 통지서가 날아왔습니다.

딸이 몰래 만든 자신의 명의의 카드 대금 2,700여만 원이 연체됐다는 이유였습니다.

아들의 도움을 받아 딸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처벌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사문서 위조'밖에 없다는 겁니다.

[70대 어머니 아들/음성변조 : "친족 간에는 이게 처리할 수 있는 법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고소하려면) 사문서 위조로 다시 고소장을 접수해라."]

형법상 '친족상도례' 탓입니다.

8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동거 가족은 절도나 사기,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해당 범위를 벗어난 가족은 피해자가 고소할 때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근우/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 : "우리나라 법 적용 범위가 너무 넓어요. 수사기관이 수사한 후에 피해자가 어떻게 처리할 수 있게 제도를 바꿔야 되지. 너무 경직되게 무조건 국가가 안 들어가는 거로 처리하니까 개정의 필요성은 굉장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청이 발표한 범죄통계를 보면 최근 3년 동안 친족 사이에서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사기와 공갈, 횡령 등의 사건은 한해 평균 72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KBS 뉴스 김효경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박재희

김효경 기자 (tellm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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