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신종 흡연부스가 나타났다?.. 길거리 흡연의 실태

노컷TV 유보리 인턴PD 2022. 5. 2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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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저널리즘 [눈]NOON
비흡연자, 흡연자 모두 불편한 거리 흡연
금연구역은 늘었는데 담배 연기는 줄지 않는 이유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거리로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더불어 거리에서 흡연하는 사람들도 늘었는데요.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 때문에 간접흡연으로 인상을 찌푸려보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지 않으신가요?

서울시에서는 약 28만여 개의 금연 구역이 있는데, 왜 아직도 길거리에서 담배 냄새가 날까요?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모두 불편한 거리 흡연. 마스크 해제에, 무더위에, 담배 냄새까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서울시 내의 거리 흡연 피해를 취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신종 흡연부스?

서울 중구 장교동의 한 공중전화 부스. 담배 냄새와 담배 쓰레기로 가득한 모습. [눈] 영상 캡처

서울 중구의 한 공중전화 부스. 빈 담뱃갑, 담뱃갑 비닐, 담배꽁초, 종이컵, 먹다 남은 음료수 캔에 짓이긴 담배꽁초까지. 흡연 부스를 방불케 합니다. 다섯 발짝 거리에는 바닥에 금연구역 표식이 보이고, 열 발짝 거리에는 개방형 흡연부스가 설치되어 있지만 공중전화 부스와 거리는 담배 냄새와 담배꽁초로 가득합니다.

흡연부스를 청소하던 환경미화원은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를 보며 "꽁초 거기다 버리시면 안 돼요"라고 지적합니다. 해당 흡연자는 흡연부스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 옆에 새로 도착한 흡연자는 담뱃갑 비닐을 벗겨 그대로 바닥에 버렸습니다.

환경미화원을 따라가서 인터뷰를 요청하려고 하는 찰나, 한 흡연자가 다가와 촬영에 불쾌함을 표합니다. 흡연자들의 눈초리가 따가워 더 이상 이곳에서는 촬영이 어려울 것 같아 자리를 옮겼습니다.

서울 중구 장교동의 한 개방형 흡연부스 주변. 몇 걸음만 걸어가면 흡연 부스가 있지만, 바닥에 마구잡이로 버려진 담배꽁초. [눈] 영상캡처

'흡연 그만' 현수막은 무용지물… 오히려 시각적 공해

서울 종로구 S빌딩 앞 인도. 흡연자제 현수막 아래에서 직장인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 [눈] 유보리 인턴PD.
서울 종로구 LG광화문빌딩 앞 인도. '어린이집 앞 흡연 그만, 어린이들이 창 밖을 보고 흡연을 흉내냅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 앞에서 직장인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 [눈] 영상캡처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 곳곳에서 '흡연자제' 현수막을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거리흡연이 심한 곳에는 '한갑 구매시 오천 원, 한개 버리면 오만 원'이라고 적힌 담배꽁초 투기 방지 현수막이나 '여기에서 흡연하지 마세요'와 같이 금연을 부탁하는 현수막과 함께 걸려있습니다. 하지만 현수막 아래에서 보란 듯이 당당하게 흡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앞 흡연 그만, 어린이들이 창밖을 보고 흡연을 흉내 냅니다'는 내용의 현수막 앞에서도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이 부근은 과도한 현수막으로 인한 시각적 공해, 담배 냄새로 인한 후각적 공해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겁니다.

거리 흡연의 피해… 몰라서 그러는 거야?



과연 흡연자들은 거리 흡연의 피해에 대해 몰라서 거기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걸까요? 흡연자 A(32)씨는 "담배 냄새가 안 좋은 건 알지만 그럼 우린 어디서 (담배를) 피우라는 거냐"며 "피울 수 있는 곳을 제대로 알려주던가"라고 답했고, 직장인 B씨는 "우리 그냥 담배 피우게 내버려 두세요"라고 인터뷰 중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흡연자가 거리로 나오는 이유는 대부분이 '흡연 공간을 찾기 어려워서'라고 합니다. 흡연부스에 대한 안내가 없고 찾기가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근 상가 주인 C씨는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근처에는 흡연구역이 없다. 차라리 보기에도 깔끔하게 환풍기 잘 설치해서 (흡연)부스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구청에도 이야기 해봤는데 그럴 공간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흡연자에게 "여기서 담배 피워도 돼요?"라고 하면서 인터뷰를 요청하니 거부당하기 일쑤였습니다. 많은 흡연자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이는데요. 취재하면서 흡연자들이 갈 곳이 마땅하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골목으로 내몰린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곳이 금연구역인지 흡연구역인지도 모르고 골목에서 눈치껏 알아서 피우는 분도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흡연을 멈춘다? 흡연율 0%.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질문거리가 많아졌습니다. 그럼 흡연구역에서는 당당히 피울 수 있을까? 흡연구역이 없는 건가? 흡연구역으로 가지 않는 이유가 뭘까? 그래서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에 대해 조사해봤습니다.

금연구역은 있고 흡연구역은 없다?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이 탄생하면서 흡연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금연구역 설치가 시행되어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에 따라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에서는 해당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알리는 표지를 설치해야 합니다. 또 시·자치구 조례에 따라 실외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 내 금연구역은 20년 12월 기준 28만 7200개로,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서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합니다.

금연구역은 28만여 개가 있다고 하는데, 흡연구역은 몇 개나 있을까요?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비교한 기사 제목. 단순 비교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눈] 이미지 제작.


놀랍게도 정답은 '모른다'입니다.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비교한 기사들을 살펴보면 구역으로 지정된 개소 숫자로 단순 비교를 하고 있는데 이는 정확하지 않을뿐더러, 흡연구역보다 금연구역이 많다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흡연구역은 현황 파악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디에 있는지, 몇 개가 있는지, 면적이 얼마인지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금연구역은 자치구 단위로 지정하고 직접 현황 조사에 나서지만, 흡연구역은 자치구가 지정하지 않기 때문에 모른다는 겁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는 공중 이용시설에 금연구역 설치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흡연구역에 대한 규정은 금연구역을 설치한 장소에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금연구역 설치는 필수지만 흡연구역 설치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아닌 것이죠. 이렇다 보니 금연구역과 흡연구역 현황 파악에 차이가 납니다.

오히려 금연구역은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곳이고, 금연구역이 아닌 곳은 모두 흡연구역이라는 뜻인데 과장해서 '흡연구역이 난무한 대한민국'이라고 해도 맞는 표현일까요?

흡연구역 관리, 과연 흡연자만을 위한 것인가?

을지로입구역 근처 부분폐쇄형 흡연부스. [눈] 유보리 인턴PD

비흡연자 "길거리 간접흡연의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VS
흡연자 "눈치보지 않고 담배 피울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길거리 간접흡연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018년 서울연구원에서 발행한 '시민호흡권 개선 위한 흡연부스 운영방안'에 따르면 간접흡연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곳은 길거리 및 개방된 장소(86.6%)였습니다. 2019년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연구팀의 간접흡연 실태조사에서는 간접흡연의 주요 경험 장소로 길거리(96%)가 가장 많았습니다.

'금지'가 아니라 '상호 배려'의 메시지로 설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거리흡연을 없애려면, 금연구역이 답이 아니라 오히려 흡연구역이 답이 아닐까요? 흡연구역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이 자칫 흡연을 장려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기존 분리형 금연정책의 일환으로부터 출발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비흡연자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흡연자 vs 비흡연자 편 가르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 자체도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금연 정책과 흡연 예절,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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