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스파게티 면은 익었을까, '과학으로 풀자'

전하연 작가 2022. 5. 2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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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이혜정 앵커

혹시 스파게티 좋아하시나요? 그렇다면 스파게티 면이 잘 익었는지는 또 어떻게 확인하시나요? 

최근 미국 물리학회에서 면이 잘 익었는지 확인하는 과학적인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조가현 수학동아 편집장님과 함께 이야기 나눠봅니다. 

한 가닥 건져서 먹어보면 되잖아요? 그런데 이 방법 말고 스파게티 면이 잘 익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샘 터픽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팀에서 이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는 한국인 연구자가 3명이나 있는데요, 스파게티 면을 끓는 물에 삶으면 면이 익어감에 따라 연해지고 그 크기가 불어나면서 끝에서부터 붙습니다. 

연구팀은 시중에 파는 스파게티 면을, 포장지에 적힌 방법대로 100°C에서 10분간 끓여 약간 단단한 식감의 알 덴테로 삶았더니, 두 면발이 떨어져 있는 부분의 길이가 면 전체의 길이와 상관없이 18mm였습니다. 

즉 스파게티 면이 잘 삶아졌는지 확인하려면 면발 두 가닥을 들어 올린 뒤 자로 길이를 재서 떨어져 있는 부분의 길이가 18mm인지 확인하면 되는 겁니다. 

이혜정 앵커 

18mm가 되면, 익었다… 이 연구가 과연 검증이 가능한 걸까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물의 확산 방정식을 풀면 물이 면의 겉에서부터 얼마나 깊게 퍼져 들어갔는지 알 수 있거든요.

물이 담긴 컵에 빨대를 꽂으면 빨대를 따라 물이 올라갑니다. 

이를 '모세관 현상'이라고 하는데, 탄성 모세관 현상은 물의 표면장력에 의해 부드럽고 탄성이 있는 물질이 변형되는 것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강아지를 목욕시켰을 때 털들이 뭉치는 거예요. 

물이 강아지 털들을 구부러뜨리면서 서로 뭉치게 만듭니다.

이혜정 앵커  

네, 강아지 털이 뭉치는 것도 모세관 현상이군요? 이런 탄성 모세관 현상이 스파게티 면에도 일어난다는 말씀이시잖아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네 맞습니다. 

면발들 사이의 간격을 5mm로 고정한 뒤 면을 삶아 조리시간에 따라 면발이 얼마나 팽창하고 얼마나 구부러지는지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이지요. 

실험값은 탄성 모세관 현상을 설명하는 방정식에 넣어 맞는지 검증했습니다.

이혜정 앵커 

스파게티 면이 얼마나 익었는지 확인하는 과학적인 방법, 앞으로 이 연구는 어디에 활용될 수 있을까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연구팀은 이 결과를 스파게티 면 제조사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섬유, 섬모 등 스파게티 면과 비슷하게 생긴 다양한 구조가 물에 닿으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혜정 앵커 

재미있습니다. 또다른 재미있는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스파게티에 관한 다른 연구인데요. 

스파게티 면에 어떠한 미스터리가 숨어있다고 하죠?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스파게티 면에는 196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먼도 풀지 못한 미스터리가 숨어있습니다. 

바로 생 스파게티 면을 단 두 조각으로 절대 부러뜨릴 수 없다는 건데요. 

가운데만 똑 부러뜨리고 싶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여러 조각으로 부서지고 맙니다.

그런데 2005년 왜 그런지 수학적으로 설명한 연구가 발표됩니다. 

프랑스 연구팀은 '스파게티 면의 반동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혜정 앵커 

스파게티 면이 두 조각으로 부러지지 않는다. 처음 알았습니다. 

'스파게티 면의 반동 효과'라고 하는데… 어떤 건가요?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나무젓가락은 양 끝을 잡고 천천히 힘을 주면 어느 정도까지는 휘어지지만, 한계를 지나는 순간 부러지고 맙니다. 

가장 심하게 휘어졌던 부분이 끊어져 힘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다시 곡률이 낮아지며 원래 상태로 돌아갑니다. 

여기서 곡률은 얼마나 휘었는지를 나타내는 기울기 변화율이에요.

그런데 스파게티 면은 부러지는 순간 반대쪽이 더 심하게 휩니다. 

반동 효과로 인해 곡률이 커지면서 반대편도 곡률의 한계점을 넘어버리고 맙니다. 

즉 한쪽이 쪼개지면 반대쪽도 부서지니 스파게티 면은 절대 2조각이 될 수 없었던 겁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로 2006년 이그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들어진 것으로, 기발한 연구나 업적에 주는 상입니다. 

이혜정 앵커 

네, 이그노벨상을 받은 것도 재밌는 소식인데 더 재미있는 건, 그런데 그 뒤로 다시 스파게티 면을 단 두 조각으로 부러트릴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고 하죠? 

조가현 편집장 / 수학동아

MIT 수학과 존 던켈 교수팀이 면을 배배 꼬아서 구부리면 스파게티 면이 두 동강 나는 경우가 있다고 밝힌 겁니다. 

직접 만든 기계로 수백 번 실험한 결과 스파게티 미스터리를 풀 수학 모형을 완성했습니다. 

모형에 따르면 보통 판매되는 24cm 길이의 스파게티 면은 250° 꼬인 상태에서 구부리면 두 조각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혜정 앵커 

제가 해봐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집에 가서 저도 250° 꼬아서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스파게티는 맛있고, 수학은 재밌죠. 

편집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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