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금리 인상의 두 얼굴
141원이던 짜장면은 6146원, 200원 하던 담배는 4500원. 1975년과 올해 가격 비교다. 한국은행 통계를 재구성하면, 소주는 10.4원(1945년)에서 123원(1975년), 다시 901원(2005년)을 거쳐 1250원(2022년)으로 올랐다. 경제가 성장하면 물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급등할 경우가 문제다.
최근 밥상물가 오름세가 무서울 정도다. 삼겹살·배추 등은 무려 한 달 사이에 20% 안팎까지 치솟아 ‘금삼겹살’ ‘금배추’가 됐다. 안타깝게도 ‘금(金)’자가 붙는 품목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커피·된장 등 가공식품도 1분기에 28개 중 18개 품목의 가격이 뛰었다(한국소비자원). “장보기가 겁난다”는 아우성이 나올 만하다. 4월 소비자물가는 4.8%나 올라 13년여 만에 최고치다. 5월은 더 높아 5%대로 전망된다. 물가 급등은 소비자의 소득 하락을 의미한다. 당장 시민들의 살림살이가 쪼들리게 된다. 소비와 투자 위축 등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치명타를 가한다. 물가만큼 여론을 민감하게 좌우하는 것도 드물다. 정부가 물가 잡기에 최우선으로 매달리는 이유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6일 연 1.50%인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올린 것은 약 15년 만이다. 그만큼 물가 급등세가 심상찮고, 전망도 불안하다는 뜻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도 시사했다. 금리 인상은 물가를 잡는 핵심 수단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많은 ‘양날의 칼’이다. 무엇보다 대출금리 인상 등을 이끌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킨다. 생계를 위해 빚을 낸 자영업자·소상공인과 서민 등 취약계층은 고물가와 이미 오른 대출금리에 더해 설상가상 이자부담까지 늘어나게 됐다. 기준금리 인상분이 대출금리에 반영되면 주택담보대출을 최대로 받은 사람의 연 원리금 부담액은 83만원 증가한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 부담은 총 3조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한다.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절실하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낙담했던 서민들이 이번엔 금리를 걱정할 판이다. 다음주 발표될 정부의 민생 대책이 이들의 걱정을 덜게 해야 한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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