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무우수 갤러리 '리강불화전' 31일까지 개최

손봉석 기자 2022. 5. 2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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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무우수 갤러리에서 ‘리강불화전’을 오는 31일까지 개최 중이다.

공필화를 통해 동아시아 선묘와 채색을 궁구해온 중국 교포 작가인 리강 화백의 작품을 선보이는 ‘리강불화전’은 돈황 불화, 명나라의 관세음보살, 티베트의 화이트 타라와 그린 타라, 고려의 지장보살, 일본의 육지장(六地藏) 등 한중일의 전통적인 불화 명작들을 현대 안료와 새롭게 개발한 기법으로 재해석한 작품 20점을 한 곳에 모았다.

‘법해사 수월관음보살’은 어둠 속에서 은은한 미소로 우리를 위로한다.


중국 베이징 법해사(法海寺)의 대웅전에 걸린 명나라 때 벽화 ‘관음보살’을 새롭게 해석했다.

투명하리만치 희고 가는 선묘의 가사(袈裟), 적색과 녹색인데도 안옥한 색감의 장식, 까마득한 기다림 끝에 막 뗀 듯한 눈의 곡선은 후덕한 대지의 여유로움을 품었다.

잘 접할 수 없는 티베트 불화인 ‘탕카(Thanka)’도 선을 보인다.

관음보살을 그린 ‘화이트 타라(百度母)’와 ‘그린 타라(綠度母)’이다. 화이트 타라는 설산처럼 살결이 하얗고 상호는 단정하며 자상하다. 그린 타라는 날씬한 몸매로 온몸이 녹색 형광 빛을 뿜고 있으며 형상은 화려하고 장엄하다. 좌대에 왼다리는 가부좌를 틀고 오른다리는 앞으로 살짝 뻗어서 수시로 고난에 빠진 중생에게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감숙성에 있는 돈황막고굴은 천불동이다. 그중 벽화 3점을 맑고 밝은 색감으로 채색한 ‘돈황삼존도’, ‘돈황인로왕보살’, ‘동진보살’도 감상할 수 있다. 천년의 시간을 압축한 듯 평면화된 부처와 보살상이 선과 색으로 세세하다. 담백한 장식화와 물결치는 옷선들, 직물를 짠 듯한 광배의 문양은 디자인의 새로운 천년을 여는 에너지로 생동한다.

고려 불화로 ‘고려지장시왕도’, ‘원각사지장삼존도’, ‘고려지장왕독존도’를 만난다. ‘고려지장시왕도’는 한 가지 형상을 흰 바탕에 먹선으로, 어두운 바탕에 금선으로, 그리고 화려한 채색으로 완성하여 세 가지 변주로 맛볼 수 있게 하였다. 고려 불화가 다채로운 색의 향연에 머무르지 않고 골 깊은 선의 향연으로도 해석될 수 있음을 전한다.

독특하게 백묘화로 그린 대형 불화 작품 ‘유마불이도 반야바라밀다심경’, ‘약사유리광불회’를 만난다. 백묘화는 송나라 이공린이 채색을 배제한 선묘에 담백한 선염을 한 작품을 선보이며 동양화의 중요한 표현 형식으로 자리잡았다. 가늘고 탄력 있는 선, 천이 흩날리는 듯한 표현, 잔잔한 물결 같은 맛, 물에서 막 나온 몸의 옷 주름 같은 표현, 마른 장작처럼 부러지듯 꺾임이 유별난 선 등등 전통 선묘의 교향악을 음미해 본다.

일본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부처로 알려진 지장보살의 여섯 화신 육지장(六地藏) 중 셋을 그린 <삼지장도>, 리강 화가가 어려서 만났던 단청 화가 만봉스님을 그린 <만봉스님92세진영>, 환한 미소로 가득한 <무산대사진영>도 무심히, 그리고 유심히 살펴보자.

리강 작가는 “생명은 우주 속 영겁의 시간으로 볼 때 기적”이라며, 자신이 수행해 온 불화 그리기는 “이 기적의 시간에 ‘참나’를 찾아, 나의 마음속의 빈 구멍을 차곡차곡 채워주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리강 작가는 연변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심양노신미술대학교 중국화과 연구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 한국에 와서 서울대 미술대학원 동양화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한국학 중앙연구원 미술사학과를 수료하고, 성균관대 예술철학 박사를 수료했다.

연변대학교 미술대학 전임강사를 하다가 한국에서 불교방송국, 무수아카데미, 여러 대학교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신미술대전 심사위원이며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리강 공필화 교실을 운영한다. 무우수갤러리기획전-한국의 봄날, 무우수 불교미술제 ‘꽃피우다’, 개인전 4회, 국제 미술교류전 수십회를 참여했고, 현재는 ‘페이스 투 페이스>’인물초상화 그리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엮은 책으로는 공필화 입문 시리즈 공필화(1-9)가 있고 40여 권의 어린이 그림책에 삽화를 그렸다.

영화 ‘임금님의 사건 수첩’, ‘아가씨’, ‘봉이 김선달’, ‘간신’,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 미술소품을 제작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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