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삼칠'이 그린 女들의 '연대'..홍예지→윤미경 '신예' 활약 빛났다[Oh!쎈 리뷰]

김나연 2022. 5. 2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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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나연 기자] 열아홉살 윤영(홍예지 분)은 청각 장애를 가진 엄마 경숙(김지영 분)과 단 둘이서 살고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엄마와 함께 노력해 그간 쌓여있던 빚을 모두 갚았지만, 윤영은 엄마 몰래 학교도 나가지 않은 채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며 홀로 검정고시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이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 행복만을 꿈꾸며 열심히 살아가던 윤영의 앞에 예기치 못한 불행이 들이닥친다. 성폭행 피해를 입은 것도 모자라 성폭행 가해자를 살해한 죄로 한순간에 살인범이 돼 버린 것. 가해자의 사망으로 상호간 동의가 없었다는 윤영의 주장을 증명할 방법은 사라졌고, 성폭행이 이루어졌다 한들 살인은 정당방위로 인정될수 없다는 이유로 윤영은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10호실에서 낯설기만한 감방 생활을 시작하게 된 윤영은 눈물로 하루하루를 지새운다. 하지만 방장 순제(김미화 분)가 건넨 따뜻한 위로 한마디와 해수(신은정 분), 리라(황석정 분), 장미(전소민 분), 사랑(윤미경 분) 등 10호실 동기들의 도움으로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며 감방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윤영에게 또 다른 불행이 찾아왔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꿨던 성폭행 피해가 임신이라는 두 번째 절망을 안겨 준 것. 더군다나 윤영은 재판 당시 성폭행 피해를 입증하지 못해 낙태 수술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10호실 동기들은 충격에 휩싸인 윤영을 살뜰히 보살피는 한편, 재심을 통해 억울함을 해소할 것을 권하는 등 윤영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끊임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이공삼칠'(감독 모홍진)은 열아홉 소녀에게 일어난 믿기 힘든 현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희망을 주고 싶은 감방 동기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윤영은 예기치 못한 충격적인 사건을 마주하고 주저앉지만, 그 주변을 둘러싼 어른들은 윤영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며 그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몇번이고 등을 두드려 준다. 뿐만아니라 윤영 역시 자신이 힘든 와중에도 꽁꽁 숨겨뒀던 장미의 아픔을 알게 되자 그를 이해하고, 다독여주고자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연대하고, 이를 통해 위로를 받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가슴 따듯한 감동을 유발한다. 여기에 영화 곳곳에 숨겨진 적절한 웃음 코드가 더해져 '단짠' 매력을 완성시켰다. 윤영과 경숙의 가족애에 뭉클함을 느끼다가도, 중간중간 10호실 동기들간의 유쾌한 케미가 등장할때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져나온다.

배우들의 호연도 단연 빛났다. 다양한 나이대의, 탄탄한 실력을 지닌 여성 배우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케미는 뻔하게 느껴지는 스토리라도 속절없이 관객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

Mnet '프로듀스48' 출신의 홍예지는 데뷔작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윤영의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해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서서히 망가져 끝내 폭발하는 윤영의 내면을 완벽히 표현하며 특별한 대사 없이도 관객들이 그의 심리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김지영과 주고받는 감정신은 가족애를 자극하며 보는이들까지 덩달아 눈물 흘리게 만든다.

개성 넘치는 10호실 동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김미화는 윤영을 딸처럼 아끼는 방장 순제 역으로서 관객들의 마음까지 보듬어 줬다. 시종일관 투닥거리는 황석정, 신은정, 전소민의 케미는 '이공삼칠'의 웃음축을 든든하게 지켰다. 홍예지 못지 않게 윤미경의 발견도 반갑다. '이공삼칠'을 통해 첫 상업영화 데뷔를 치르게 된 윤미경은 언행이 거칠고 분노로 가득하지만, 남모를 아픔과 여린 마음을 가진 사랑 역으로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편 ‘이공삼칠’은 내달 8일 개봉된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영화사 륙, 씨네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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