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통큰 투자'와 '중소 협력' 두 바퀴로 선순환 경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기업들이 수백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잇따라 풀고 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롯데·한화 등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4곳이 내놓은 투자 규모는 총 587조원에 이른다. 이는 연간 국가예산(약 600조원)에 맞먹는 숫자다.
삼성은 앞으로 5년간 45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주 투자 분야는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이다.
현대차그룹도 국내에 5년간 63조원을 투자해 순수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에서 기술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롯데도 5년간 신사업과 건설·렌털·인프라 분야 등에 37조원을 집중 투한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이런 대규모 투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기업의 대투자 규모가 선순환되면서 중소기업에 낙수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기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상호보완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화그룹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대기업의 경영 자세를 잘 보여준 말이다.
산업구조가 갈수록 세분화·전문화 되면서 대기업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산업기술과 노하우만으로는 산업생태계에서 생명력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 한 대에는 2만~3만개의 자동차부품이 장착된다. 이런 많은 부품을 대기업 자체 기술력만으로 생산하기란 불가능하다. 자동차회사와 이를 생산하는 부품 회사가 긴밀한 협력관계를 갖고 있지 않으면 자동차회사가 굴러갈 수 없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노동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기업의 세계적인 신기술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통신·건설·유통 등 모든 산업 분야에 그대로 적용된다.
국내 경제는 유난히 대기업이 상부 구조를 구성하고 있는 형태다. 그 밑에 수많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1, 2, 3차 협력사로 있는 역학관계를 이루고 있다.
대기업은 이런 역학구조를 인식하고 협력사의 발전 없이는 해당 대기업의 발전도 없다는 상호공동체적 인식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2015년부터 추진해오던 스마트공장 사업을 2018년부터는 중소·중견기업에 필요한 종합지원 활동으로 발전시켜 지원하고 있다. 삼성은 정부와 손잡고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각각 100억원씩 총 1000억원을 투입하고 200여명의 삼성의 제조 전문가들이 스마트공장 구축을 현장에서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협력 중소기업의 제조현장 혁신, 환경안전 개선, 제조운영 시스템 구축뿐만 아니라 판로 개척, 인력 양성, 기술 확보까지 지속성장 가능 체계를 구축해주는 종합지원 활동으로 중소기업 경영에 큰 힘이 되고 있다.
SK는 협력사를 비롯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생을 통한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중장기 추진 계획인 ‘SV 2030’ 로드맵을 발표했다.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환경·사회 안전망·기업문화 등 4대 SV 창출 분야를 정하고 각각 2030년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구체화한 것이다.
공급망 동반성장 분야 어드밴스 투게더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회사들의 역량을 높여 한국 반도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키워가고자 힘을 쏟고 있다.
최병태 기획위원 cbt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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