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임금피크 무효' 대법 판결에 기업 대혼란

박정일 2022. 5. 2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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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노사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깨면 안된다는 결정이 처음 나오면서 기업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된 이후에도 같은 업무를 계속 하면서 비슷한 성과를 거뒀다면 이는 대상 근무자에 대한 연령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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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이유없다면 연령차별"
정부 권고·노사 합의 뒤집혀
재계 "일자리 확대 위축 우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외벽 모니터의 고령자 계속 고용장려금 광고. 연합뉴스

대법원이 노사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깨면 안된다는 결정이 처음 나오면서 기업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된 이후에도 같은 업무를 계속 하면서 비슷한 성과를 거뒀다면 이는 대상 근무자에 대한 연령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임금피크제가 고령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취지로 시작했지만, 그에 맞는 직무와 탄력적인 임금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이 같은 혼란은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피크제의 취지를 살리려면 그에 걸맞는 탄력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한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4조의4 1항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규정 내용의 기준을 설정했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퇴직자A씨는 임금피크제 때문에 직급과 역량등급이 강등된 수준으로 기본급을 지급받았다며 퇴직 때까지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은 "이 사건 성과연급제는 원고(A씨)를 포함한 55세 이상 직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 때문에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에 관해 차별하는 것"이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하고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도입 권고에 노사 합의까지 거쳐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는데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로 월급이 깎이는 상황에서도 직장을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장애물이 사라지면 정년까지 갈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고 있거나 이를 거쳐서 퇴임한 사람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경우, 기업들이 일자리 확대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교하지 못한 임금체계가 이 같은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금피크제 역시 임금체계인데, 이를 도입했다면 그에 따른 정년연장 등 다른 조치가 있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학장은 "일본은 임금피크제가 아닌 시니어사원제로 운영하면서 직무 조정을 해주는데, 이 경우는 업무 변화 없이 임금만 깎는 구조이다 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결국 생산성의 문제인데 한 직장에서 20~30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 맞는 직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무를 바꾸려면 호봉제와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해야 하는데, 현재 단체협약으로만 정해지는 임금 체계에서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고용시장이 탄력적인 서구적인 형태로 가려면 정년을 폐지하고 생산에 연동한 임금체계를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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