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미국 내전 확률 30%, 미중 전쟁 확률 35%"..'빅 사이클'로 본 향후 10년 전망

최형욱 기자 2022. 5. 2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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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세계질서-레이 달리오 지음, 한빛비즈 펴냄
세계 최대 헤지펀드 창립자 달리오
지난 500년간 제국 흥망성쇄 분석
美 순환 사이클상 마지막 단계 근접
대내적으로 사회 갈등·분열 심화
대외적으론 中과 무력충돌 가능성
"4년 뒤 경기침체..대비해야" 지적
[서울경제]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에서 내전이 벌어질 확률은 약 30%이고, 미중간의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약 35%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츠 창립자인 레이 달리오가 신간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서 내놓은 섬뜩한 경고다. 달리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1년전 정확히 내다본 월가의 거물이다. 브리지워터가 운영하는 자금은 1,500억 달러에 이른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개별 기업의 내재가치와 미래 성장성에 주목해 투자한다면 달리오는 거시 경제과 신용 주기의 사이클에 따른 시스템적 접근 투자로 유명하다. 이는 신용 주기에 따라 자산 포트폴리오를 서로 상관관계가 없는 수십 개로 다변화해 안전성과 투자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법이다.

지난해 1월6일 도널프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 승리에 불복해 워싱턴DC의 미 국회의사당 서쪽 벽을 올라 난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책은 달리오 투자철학의 이론적 배경을 담고 있다. 그는 “학문적 목적이 아니라 투자회사 매니저로서 경쟁사보다 더 잘 예측하려는 실용적 목적”이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투자 전략 차원을 넘어 네덜란드와 대영제국, 중국 왕조 등 지난 500년간 주요 제국들의 흥망성쇠 분석을 통해 ‘빅 사이클’을 찾아내 앞으로 전세계가 어떻게 달라질지 내다본다. 모든 경제·정치·역사는 일정한 패턴에 따라 반복돼 있고, 상호 연결된 여러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공부한다면 올바른 선택과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창립자.

저자는 몇 년 전 자신이 처음 겪는 일련의 거대한 현상이 전개되고 있음을 느끼고 반복되는 ‘빅 사이클’을 연구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경험은 막대한 빚과 제로금리로 전 세계 3대 기축통화국의 엄청난 양의 화폐 발행, 지난 100년간 발생한 빈부 격차와 정치적 가치관의 양극화로 국가별로 심각한 정치적·사회적 갈등 발생, 미국 주도의 기존 질서에 대한 중국의 도전 등이다.

달리오는 과거 위대한 왕조와 제국은 150~250년 정도 유지되며 창의성과 생산성이 증가하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시기와 권력 다툼과 폭동, 전쟁이 발생하면서 부와 생명 등이 파괴되는 불황기로 구분된다고 말한다. 이들 강대국들은 교육, 경쟁력, 혁신 및 기술, 경제 생산량, 세계 무역 점유율, 군사력, 금융 중심지로서의 영향력, 기축통화 등과 같은 8가지 결정 요인이 상호작용하면서 필연적으로 마치 생물체처럼 부상과 정점, 쇠퇴라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또 구체제의 종말과 신체제의 시작이라는 과도기에는 항상 채무 재조정과 부채 위기, 통화가치 하락, ‘가진 자’로부터 ‘못 가진 자’로 부를 이동하기 위한 내란, 외국과의 전쟁 등이 일어난다.

또 이 같은 빅 사이클 안에는 100년 주기의 장기 부채 및 자본시장 사이클과 8년 주기의 단기 부채사이클, 국내 질서와 혼란의 사이클, 국제 질서와 혼란의 사이클 등 크게 3개의 하위 빅 사이클이 존재한다. 저자에 따르면 가장 최근 달러와 미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 질서가 시작된 것은 1945년 국제연합(UN),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설립되면서부터다.

군복 차림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018년 4월 중국군이 미국을 겨냥해 영토 분쟁해역인 남중국해에서 개최한 사상최대 규모의 해상열병식을 사열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하지만 77년만에 이 장기 부채 사이클의 거의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미국 등 기축통화를 보유한 제국들의 채무 규모가 커지고 통화정책도 잘 먹히지 않는 가운데 각국의 빈부격차 확대되고 중국이라는 새로운 강국이 출현하면서 무역·기술개발·자본시장 등에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그렇다면 순환 사이클상 우리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미국의 경우 내부 6단계 사이클상 새 질서 탄생, 자원 분배시스템과 관료제도 수립, 평화와 번영의 시기, 과다부채 및 빈부 격차 확대를 거쳐 금융상황 악화 및 갈등 심화라는 5단계에 진입했다는 게 달리오의 주장이다. 미국이 앞으로 10년내 혁명과 내전 발생이라는 마지막 단계로 넘어갈 확률은 약 30%다. 달리오는 “내전 가능성을 암시하는 가장 중요한 신호는 규칙 무시, 상호간 감정적인 공격, 유혈 사태”라며 “미국이 헌법제도라는 널리 칭송받는 내부 질서를 갖고 있지만 미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심각한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외부 질서 사이클상에서도 미중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책은 “양국은 현재 무역·경제, 기술, 자본, 지정학적 측면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전 사례, 특히 1930~1945년에는 이러한 4가지 유형의 전쟁이 군사 전쟁보다 5~10년 앞서 발생했다”고 경고했다. 최대 뇌관은 대만 문제이다. 중국은 대만을 주권과 안보 문제로 보고 있고 미국 역시 대만을 포기할 경우 제국 종말의 신호가 될 수 있다. 물론 공멸 위기감이 전쟁을 억제하겠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서 보듯 예기치 못한 사건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부를 수 있다.

또 그는 단기 신용 사이클 측면에서 앞으로 4년 뒤 미국 차기 대통령 선거일 즈음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오가 최근 “현금은 여전히 쓰레기이고, 주식은 더 쓰레기”라며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식 거품이 과거보다 크고 중앙은행이 경기침체 충격을 막기 위해 또다시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펴면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은 최근 연준의 금리인상, 암호화폐 폭락 등으로 혼란에 빠진 투자가들이 참고할만한 조언도 내놓는다. 바로 ‘모든 가능성을 파악하고, 최악의 시나리에 대해 생각한 다음 극복할 수 없는 시나리오를 제거할 방법을 찾아라’ ‘분산하라’ ‘당장 눈앞의 만족보다 지연된 만족을 우선시하여 미래에 더 나은 상황을 마주하라’ ‘가능한 한 가장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사안을 다각도로 분석하라’ 등이다. 3만8000원.

최형욱 기자 choih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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