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칼럼] 경제안보 시대와 선택의 시간

2022. 5. 2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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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잘못된 선택은 물론 우유부단하거나 우물쭈물한 선택도 나라를 쇠퇴하게 만든다. 한국은 피할 수 없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 속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다가 경제와 안보가 모두 흔들렸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국은 태도를 바꾸어, 신속하고도 용의주도하게 선택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와 새 정부가 출범한지 10일만에 한국을 방문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공동 선언을 통해 자유를 한국이 추구할 가치로 명확히 내세웠고, 미국과 안보는 물론 경제·기술 등을 포함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을 맺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구축하는 아시아태평양 13개국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참여했다.

세계화 시대가 경제안보 시대로 바뀌었다. 중국은 냉전을 대체한 세계화 질서의 최대 수혜자였지만, 자유무역의 허점을 이용해 경제력을 키우고, 그 힘으로 다른 나라를 위협했다. 한국은 중국의 급성장으로 수출이 늘고 경제규모도 커졌지만, 중국으로부터 중간재와 원자재를 수입하지 않으면 경제가 마비될 정도로 자립 기반이 취약해졌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년 940달러에서 2020년 1만610달러로 10배 이상 올라가면서 중산층이 급증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은 경제성장율이 급속히 둔화되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배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중산층이 줄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수출의 낙수효과는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수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30%, 취업유발계수는 50% 정도 감소했다.

'안미경중'은 경제안보의 공백을 자초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 한국의 글로벌 공급망은 위험에 빠졌다. 경총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간재와 원자재 수입의존도에서 중국 비중은 급증하고 일본은 급감하면서 G7 국가 중 가장 취약하다. 2020년부터 지난 10년 사이 중국으로부터 중간재 수입의존도는 19.4%에서 28.3%로 급등했다. 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총수입에서 중간재 비중은 50.2%이고, 전체 중간재 수입에서 중국 비중은 28.3%로 절반을 넘는다.

반면, 일본으로부터 중간재 수입의존도는 21.0%에서 12.8%로 급감했다. 원자재의 중국의존도는 33.4%로 중간재보다 더 높다. 첨단 산업은 더 심각하다. 무협협회에 의하면, 반도체에 쓰이는 산화텅스텐의 중국 의존도는 94.7%, 2차 전지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는 80% 이상이다.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은 중국과의 갈등을 수반한다. 미국이 중국의 힘을 약화하려 하기에 중국은 반발하고 한국에 대해 회유와 압력을 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보복하기 어렵도록 경제안보를 강화하고, 갈등을 유리하게 해결하는데 필수적인 협상력을 키우도록 치밀하고도 과감한 준비를 해야한다.

먼저 경제안보의 방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고하게 형성하고, 체계적이고 초당적으로 경제안보를 강화하도록 법령과 조직도 만들어야 한다. 윤 정부는 중국에 치우친 공급망의 위험과 미국과 손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중국은 민족주의를 부추겨 경제안보를 강화했지만, 미국은 여야는 물론 민관의 협력과 국제 공조를 통해 경제안보를 강화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경제안보 강화의 핵심은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생산의 혁신에 있다. 일본 및 동남아국가 등과 경제협력을, 미국과는 첨단기술협력을 강화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력은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K-컬처 등 소프트파워를 적극 활용해 한국에 대한 인식을 우호적으로 만들고, 기업이 해외자원의 개발과 확보에 전면 나서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중국은 이념 등 가치보다 실리와 힘을 중시한다. 한국이 경쟁력이 약해지면 중국은 고압적이고, 강해지면 한국을 존중한다. 중국이 약해지면 한국에 협력을 구할 것이다. 지금 중국은 힘이 꺾이고 있다.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국내는 성장 둔화와 제로 코로나정책에 따른 도시 봉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중국인도 이런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한국의 선택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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