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 잠식한 암울한 다보스..중앙은행들 "2% 물가목표 달성 노력"
칼라일 창업자 "징조 좋지 않지만, 가벼운 침체일 것"
"유럽경제 가장 위험" 한 목소리..미국 경제는 낙관
중앙은행들 "2% 물가목표, 안정적으로 달성 노력"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지금 ‘R’로 시작하는 3가지 단어가 있다. 바로 러시아(Russia), 경기침체(Recession), 금리(Rates)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는 이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이번 포럼은 지난 22일(현지시간)부터 26일까지 닷새간의 일정으로 진행됐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플레이션 급등,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 전세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깊게 자리잡은 모습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세계적으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참석자들은 경기침체의 R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했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경제 전망 세션에서 과거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인플레이션 고문이었던 알프레드 칸이 “R단어를 사용하지 말라. 사람들을 두렵게 한다”고 말했던 일화를 회상했다. 그는 이같은 의견을 수용해 ‘경기침체’를 ‘바나나(Banana)’로 바꿨다.
루벤스타인 회장은 “징조가 내가 바라는 것만큼 좋지는 않다”며 “바나나는 그렇게 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바나나가 있다면 가벼운(mild) 바나나가 될 것”이라고 낙관의 끈을 놓지 않았다.
포럼에서는 전세계 경제 가운데서도 유럽국가들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은 에너지 위기에 이어 밀과 해바라기유 등 심각한 식량위기를 맞고 있다. 프레이저 씨티 CEO는 유럽의 현재 상황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유럽이 직면하고 있는 공급망 문제 및 에너지 위기에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유럽의 한 은행가는 유럽이 “끔찍하다”고 말했지만 근본적인 미국 경제는 아직 강하다고 봤다. 그는 “사실 담당 브로커에게 바닥에서 저점 매수에 나설 것을 지시했는데, 그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중앙은행 금리인상,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전세계적인 높은 인플레이션을 다루는 중앙은행의 움직임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포럼에 참석한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물가목표인 2%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4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ECB가 2% 목표치의 거의 4배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자산매입 중단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현재 물가 상승은 공급 측면에서 촉진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기대는 중심이 잘 잡혀 있다”며 “당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겠지만 서두를 필요도 없고 당황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일부는 중앙은행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빌 윈터스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 CEO는 25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들이 경제 성장을 억제할 정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어떤 수완을 발휘해 경제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CEO는 “연준은 속도를 너무 많이 늦추지 않으면서도 속도를 늦춰야 하는 매우 어려운 문제를 갖고 있다”며 “그들이 이 흐름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까다롭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미 (pinns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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