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음 소희' 칸 눈도장 김시은 "세상에 나와야 했던 영화"

조연경 기자 2022. 5. 2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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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 '다음 소희' 김시은 인터뷰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의 배우 김시은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현지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칸에서 먼저 눈도장을 찍었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이하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의 타이틀롤을 맡은 신예 김시은이 칸 현지에서 영화를 첫 공개, 국내 취재진들과 만나 설레고 흥분 된 마음을 고스란히 전했다.

'다음 소희'는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여고생 소희(김시은)가 겪게 되는 사건과 이에 의문을 품는 여형사 유진(배두나)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그간 브라운관에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은 김시은은 '다음 소희'를 통해 충무로 샛별로 거듭났다.

김시은은 극 중 콜센터로 현장 실습을 나가게 되는 고등학생 소희 역을 맡아, 의문의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물의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정주리 감독은 김시은을 보자마자 "소희가 앉아서 이야기 하네"라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캐스팅을 확정했다는 후문이다.

스크린 첫 주연작을 칸에서 선보이게 된 김시은은 "'다음 소희'에 출연하게 된 것도, 칸에 초청된 것도, 지금 이렇게 칸에 와 있는 것도 모두 말이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세상에 꼭 나와야 했던 이 영화를 많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다부진 진심을 전했다.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의 배우 김시은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현지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의 배우 김시은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현지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완성된 영화는 칸에서 처음 본 것인가.
"여기에서 처음 봤다. 감독님께 '빨리 보고 싶어요'라고 했는데, 왜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하셨는지 알겠더라. 첫 시사를 칸에서 하게 돼 너무 많이 영광스럽고, 그 떨림이 여전히 남아있다."

-첫 시사를 마친 소감은.
"영화를 보고 나서 많은 분들이 기립 박수를 쳐주셨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오랜 시간 쳐서 '와, 이건 진짜 인생에서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순간일 수도 있겠다. 오래 기억해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외국 관객 분들도 나에게 와주셔서 '영화 정말 잘 봤다'고 해주시는데 감동했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처음 칸영화제 초청 소식을 들었을 땐 어땠나.
"감히 맞나? 믿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영화는 거의 처음이라고 해도 될 만큼 아직 많이 하지 못했고, 이렇게 한 이야기에 오랜 시간 참여를 한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들이 모이는 칸영화제인데, 함께 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진짜 칸에 와 있다.
"그러게. 진짜다.(웃음) 엊그제 도착을 해서 일정 하나를 하고 첫 시사를 봤다. 여기 앞 바다도 너무 예쁘고, 사람들도 길거리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화려하게 하고 다니더라. 원래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데, 비도 안 온다. 지금 모든 것이 너무 좋다. 하하.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더 많이 즐기고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훔쳤다. 본인도 울었나.
"음…. 사실 난 울지는 않았다. 내 연기를 보면서 우는 것도 조금…. 하하."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과 배우 김시은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현지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다음 소희'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다른 것 보다도 '이 이야기는 세상에 꼭 나와야 하는 이야기다. 누구나 한 명 쯤은 이 이야기를 보고 마음 속에 간직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너무 아파하면 힘들겠지만, '이런 이야기가 있었지?'라는 것이 충분히 전달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소희라는 인물이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욕심나는 캐릭터였을 것 같은데.
"당연히 욕심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다.(웃음) 감독님을 뵈러 갔을 때도 긴장을 엄청 했다. 지금도 신인이지만, 그 때는 더 신인이었다. '내가 이 작품에 참여 할 수 있다고?'라고 생각하는 것 조차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욕심이 났지만 티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웃음)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 할 때도, 지금까지 말한 내 생각을 그대로 전달 드렸다. 이런 저런 대화 후에 감독님이 '그럼 다음에 만날 때는'이라고 운을 떼시더라. 놀라서 '다음이요?'라고 했더니 '소희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믿기지 않는 경험이었다."

-정주리 감독은 김시은의 어떤 면에서 소희를 봤을까.

"나도 궁금한 지점이다. 다만 캐스팅 된 후에 '네가 딱 소희 같았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기분이 좋더라.(웃음) 나는 내가 생각했을 때 외적으로 특별한 것도 아니고, 연기를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나를 잘 봐주신 걸까 싶어 깜짝 놀랐다. 그래서 누가 되지 않게 정말 열심히 하고 싶었다. 감독님 말씀대로 소희 그 자체가 되고 싶었다. 촬영 전 책임감과 부담감도 생겼는데 최대한 덤덤하려고 했다. 그래도 감독님께서 해 주신 말이 큰 힘이 돼 더 많은 어려운 일, 고민 되는 일이 있을 때마다 감독님께 쉽고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세상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 공감했나.
"내가 직장 생활을 경험한 건 아니지만, 경험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르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누구나 한 번 쯤은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을 느낄 수 있지 않나. 나는 콜센터에서 일하는 소희로서 '직장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지만, 추가적인 부분은 내가 실질적으로 느꼈던 어려움들을 끌어와 표현 하려고 했다."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의 배우 김시은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현지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의 배우 김시은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현지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쉽지 않은 인물이다. 연기를 할 때도 심리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다.
"소희는 평범한 고등학생이고, 초반에는 자기 주장도 말하고 불의 보면 참지 못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콜센터 현장 실습을 나가면서 일어난 변화들로 인해 소희의 심리 상태도 많이 바뀐다. 외적으로는 점점 옅어지는 화장기로 소희의 심리를 확실하게 전달하려고 했고, 실질적으로 콜센터를 찾아가거나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유튜브와 기사 등을 찾아 보면서 많이 참고하려고 했다. 근데 감독님께서 '연기할 때는 소희인 것이 맞지만, 바깥 생활은 시은이로 지내도 된다'고 하시더라. 그 한 마디도 너무 큰 힘이 됐다."

-'참지 않아!'를 외치던 소희가 '이런 세상에 못 살겠다!' 마음 먹는 과정이 더 아파 보이기도 했다.
"소희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문제들이었던 것 같다. 그 삶 자체가. 가정, 교우 관계 등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주변 환경도 그렇지만, 콜센터에서 일어난 많은 사건들도 하나씩 겪다 보니 스스로도 고립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소희가 처한 상황을 받아 들이려고 했다. 촬영할 때 헤드셋을 끼면 진짜 고객님과 통화하는 것처럼 말소리가 들렸다. 소희의 마음이 왜 점점 힘들어지는지 납득 되더라. 감정을 받아 들이는 건 힘들었지만, 그래서 연기적으로는 상황에 맞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소희는 춤추는 영상 하나만 휴대폰에 남겨둔다.
"휴대폰 기록을 보면 친구들과 나눈 대화, 아빠와의 연락 등 좋은 내용이 많지는 않다. 언젠가 누군가 그 휴대폰을 볼 수도 있을텐데, 그 사람들의 아픔까지 생각하는 친구가 소희 아니었나 싶다. 가장 행복했고,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혹여 공개되지 않더라도 남기고 싶은 딱 하나가 소희에게는 춤 영상 아니었을까. 스스로 유일하게 간직하고 싶은 모습이기도 했을 것 같다."

-소희에게 춤은 어떤 의미였을까.
"가장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 춤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생각했다. 콜센터에 나가면서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한 것을 하지 못하게 된 것 아닌가. 갈망도 있었을 것 같다. 실제로는 춤을 잘 추는 편이 아니라 안무가 분이 짜준 춤으로 엄청 열심히 연습했다.(웃음) 아이돌 춤은 아니고 힙합 쪽 춤이었다."

-배두나와 많이 만나지는 않는다.
"나도 너무 아쉬웠다. 배두나 선배님과 같은 작품을 하게 됐다고 들었을 때 '이것 또한 말도 안 되는 일이다'면서 좋아했다. 그래도 현장에서 선배님과 마주칠 때마다 좋았고, 특별한 조언을 해주시지는 않아도 눈빛만으로 나를 응원해주는 마음이 느껴져서 감사했다. 그리고 가끔 내 촬영 뒤에 촬영이 있을 땐 기다려서 모니터도 봐주셨다. 감동이었다. 아무래도 현장에 대해 잘 몰라 서투른 부분들이 많았는데 선배님을 보면서 '나도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본 받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많이 했다."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의 배우 김시은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현지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의 배우 김시은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현지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영화 전반부는 소희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후반부는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로 흘러간다. 소희가 없는 자리에서 소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지켜 보는 마음은 어땠나.
"유진 형사님에 대한 이야기는 대본 이후로 처음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딱 보고 느낀 것은 '유진도 소희다!'라는 것이었다. 뭔가 소희가 계속해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나중에 다른 부당한 일이 있거나 해결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유진 형사님 같은 어른이 됐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소희가 공부를 잘하지는 못해서 형사는 못 됐을 것 같은데.(웃음) 소희로서는 감사한 후반부였다.

-시나리오로 봤던 소희와, 영화로 내가 연기해낸 소희를 봤을 때 조금 다르게 보인 지점들도 있을까.
"나는 내가 고민이 있고 '어? 이것에 대해 잘 모르겠다' 할 때마다 감독님에게 '이게 맞을까요'라고 물어봤다. 현장에서 모니터도 많이 봤고, 감독님이 말한 소희와 내가 생각한 소희의 중간 지점을 잘 찾아낸 것 같아 십원어치 정도는 안심이 된다.(웃음) 영화를 여러 번 보면 또 다른 것들이 보일 것 같은데 첫 감상평은 그렇다."

-'다음 소희'의 제목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다음 소희가 있고, 다 다음 소희가 있고. 궁금증이 생기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는 제목이라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어느 정도는 의도하고 제목을 짓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생각을 많이 하고, 간직할 수 있는 이야기로 전달 됐으면 좋겠다."

-소희로서, 지금의 소희, 다음의 소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감히 뭐라고 말을 하는 것이 엄청 조심스럽고 어렵지만 '소희에게 유진 형사님과 같은 어른이 일찍 나타났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한다. 진짜 소희 같은 현실에 처한 이들에게는 이러한 말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진심으로 혼자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로의 말도 필요 없이, 그냥 누군가 같이 옆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의지'라는 것 역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딱 한 번 만이라도 큰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의 배우 김시은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현지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정주리 감독)'의 배우 김시은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현지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칸(프랑스)=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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