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파업도 업무방해죄 처벌 합헌' 결정에 노동계 "노동권 무력화" 우려
노동자의 쟁의행위인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현행 형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관련해 노동계는 “노동자 권리를 무력화하는 판결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6일 민주노총은 기자와 통화에서 “위헌 의결 정족수(6명 이상)에 이르지 못해 4대5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나온 데 대해 유감”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엄연히 헌법에 쟁의권이 명시돼 있는데 업무방해죄로 인정해버리면 결국 노동권을 무력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자 권리를 무력화하는 사용자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기업의 규제완화 기조는 물론이고 기울어진 노사관계 운동장이 더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번 판결은 사용자 쪽에 무게를 더 싣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용자가 노동 3권을 극도로 제약하고 남용할 수 있어 심히 걱정된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도 “매우 실망스러운 판결로, 합법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형사처벌 하면서 노조탄압의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며 “형사처벌이 계속 유지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합법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노동법을 통해 파업을 허용하면서도 형사법으로 이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우리나라에서 파업권을 얻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데, 합법성을 얻고 파업을 해도 결국 업무방해죄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노조를 하지 말라’ ‘노조를 만들더라도 파업은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가로막는 조항이 비단 이뿐만이 아니라고 했다. 소수노조의 쟁의권 봉쇄, 복수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 등도 노동권을 무력화 하는 조항이라고 보고 있다. 노동계는 “이런 조항들을 모아 변화된 시대에 노동조합 활동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노조법 개정’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동안 정치파업이나 동정파업, 경영해고 대항 파업 등에 대해 모두 금지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는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것이라면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공인파업, 작업거부, 태업, 준법투쟁, 직장점거 등 다양한 유형의 쟁의행위에 대해서도 파업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해왔다. 2017년 ILO 이사회는 철도노조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데 대해 “평화적인 파업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가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사의자유 위원회’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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