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급한 이재명계, 박지현 달래..86용퇴론 선거 뒤 미뤘다

김효성 2022. 5. 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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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지방선거 출마지원단회의에서 발언하는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연합뉴스

‘86용퇴론’으로 야권에서 파장을 일으킨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86용퇴가 혁신이라고 말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일단 박 위원장이 당내 파문에 대한 수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6·1지방선거를 엿새 남기고 급한 불 끄기에 나선 모양새이지만 당 내에선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민주화 운동을 통해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생)가 민주주의 성과를 이룬 것을 진심으로 존경한다”며 “586세대의 용퇴가 혁신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 용퇴해야 하는 게 아니라 시대에 발맞춰 나가는 게 어려운 분들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86세대 전체가 타깃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는 지난 24일 “민주당이 정말 많이 잘못했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을 만나 86용퇴론 관련 질문을 받고는 “오늘내일 중에 당 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번 주 중 발표하겠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25일 선대위 회의에선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 86세대 정치인들 면전에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해 당사자들의 격한 반발을 불렀다. 하지만 하루만에 ‘강공’ 모드에서 한 발짝 물러난 셈이다.


조응천 “朴, 저보다 몇배는 답답했을 것”…박지현 달래는 친명계


이에 친이재명계 인사들은 공감과 비판을 곁들여가며 수습 모드에 나섰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인 조응천 의원(비대위원)은 MBC라디오에서 “외부에서 온 박 위원장이 저보다 몇배는 더 답답했을 것이다. 박 위원장이 당을 향한 충정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발언도 한 것 같다”며 “다만, 동의를 구하고 하는 절차와 TPO(시간·장소·상황) 같은 것들이 안 맞는 게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발언 내용 자체에는 공감을 표하며 그를 달래는 한편, 발언 방식은 비판하면서 86그룹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식이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왼쪽)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 옆으로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의 표정도 굳어있다. 김성룡 기자


친명계 중진인 정성호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연인원 20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촛불을 들어 만들어준 정권을 5년 만에 검찰 정권에 넘겨 준 민주당이 국민 앞에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국민들이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기대감을 갖게 하려면 더 겸손하게 머리 숙이고 더 단합하고 더 분발해야 한다”고 적었다. 지난 3월 대선 국면에서 이 위원장 주도로 민주당에 복당한 김관영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는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박 위원장의 혁신과 반성에 공감한다.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친명계의 이런 움직임은 6·1지방선거 결과에 정치적 미래가 연동되는 이재명 위원장의 상황 때문이다. 친명계 핵심 의원은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위원장이 수습에 나섰고, 이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잘했는데 방법은 좀 아쉬웠다’는 취지로 수긍하면서 86용퇴론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힌 것”이라며 “지금은 엿새 앞으로 다가온 선거가 중요하므로 단합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도 이날 인천에서 기자들과 만나 ‘86용퇴론’에 대해 직접적 답변은 피한 채 “지금은 열심히 선거운동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李 “정당 지지율 탓” vs 친문 “이재명·송영길 탓”…8월 전대 전초전


하지만 잠재된 불만이 6·1지방선거 이후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별 다툼이 특정 그룹을 향한 비토 움직임으로 활용될 가능성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86그룹 인사는 “선거 이후엔 자연스럽게 반성과 쇄신의 목소리가 나올 텐데 그때 다시 ‘86용퇴론’이 일면 당 내 파장이 커질 것”이라며 “특정 당 대표 후보를 날리기 위한 수단으로 86용퇴론이 작동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 계양구을·보궐선거에 출마선언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총괄선대위원장)가 25일 경기 부천 OBS경인TV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준비한 패널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6·1지방선거를 불과 엿새 남은 시점이지만 민주당 내에선 선거 열세요인에 대한 이견도 표출됐다. 이재명 위원장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정당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우리 후보들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열세 요인을 20%후반대로 폭락한 민주당 지지율에 둔 셈이다. 이는 이 위원장의 인천 계양을,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요인으로 보는 친문계와는 다른 시각이다. 계파색이 옅은 서울권 재선 의원은 “선거패인이 곧 책임론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선거 직후 두 계파가 8월 전당대회까지 ‘네 탓 공방’을 격하게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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