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코로나19 실제 확진자 1000만명 달해..치명률도 더 높을듯"

서동준 기자 2022. 5. 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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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료원 개최 '북한의 코로나19 상황과 향후 국내외 관계전망' 세미나
북한 중앙동물원에서 대유행 전염병의 급속한 전파에 대처하기 위한 소독사업을 강도높이 진행해나가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제공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진자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약 1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며 유행 정점이 이미 지나갔을 가능성도 제시됐다.

북한과 의학 전문가들은 26일 고려대의료원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북한의 코로나19 상황과 향후 국내외 관계전망’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북한 내 코로나19 확진자수와 사망자수가 공개된 것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신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 겸 고려대 의대 교수는 북한의 공식발표에 따른 현재의 유행 상황을 짚었다. 김 이사장은 “북한은 4월 말 공식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인정했으며 이달 8일 발열자 40만 명으로 정점에 이르렀다”며 “이달 23일 기준 13만 명 수준으로 유행이 꺾인 상황으로 유행 시작점이었던 평양은 유행이 누그러지고 평남, 황남 등 인접 지역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 대다수는 북한의 실제 감염자와 사망자는 공식 발표한 수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이사장은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 유증상자 중 발열 환자가 30%인 것에 비춰보면 북한의 실제 감염자는 발표된 발열자보다 4~5배 많을 것”이라며 “발열자 대부분이 코로나19 감염이라면 예상 유행 규모는 2주일 안에 300여 만명, 한달 내에는 전 인구가 감염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최원석 고려대 의대 교수는 이미 북한 내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견을 냈다. 최 교수는 “감염병은 확산속도가 빠르면 정점에도 빠르게 도달하고 전체 유행 기간은 길지 않다”며 “전체 북한 인구의 50~60%가 감염된 선에서 확산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사망자가 적은 이유에 대해 북한이 코로나19 사망 원인을 정확히 짚지 못하는 점과 경제적으로 열악한 국가에서 치명률이 낮은 특성을 꼽았다. 북한이 공식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명률은 0.002%에 불과하다. 전 세계에서 매우 낮은 수준의 사망률을 보이는 한국도 현재 치명률이 0.13%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북한 내 가장 많은 사망 원인이 뇌혈관질환, 허혈성 심장질환, 만성폐쇄성 폐질환 등 코로나19와 연관된 질환들”이라며 “코로나19로 사망해도 이들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추계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에서는 ‘T세포 교차면역’이 이뤄져 사망률이 낮은 특성도 있다”고 말했다. 

T세포 교차면역은 과거에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만들어진 T세포가 이후 유사한 바이러스 감염됐을 때도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인간에게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 7종 중 4종은 가벼운 감기 증상만 유발한다. 이 때문에 빈곤국에서 과거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가 더 많아 코로나19에도 더 면역력이 더 강할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당국이 확진자수와 사망자수를 조정했을 가능성도 제시됐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패널토론에서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상세히 공개하는 듯했으나 치명률은 매우 신뢰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을 약물 부작용이라 제시하며 내부 동요에 상당히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확진자와 사망자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면 김 위원장의 방역 성공 치적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유행 정보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남 교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전염병은 최고 지도자에게 흠이 되기 때문에 보도가 금지된 사항”이라며 “그럼에도 이번에 유행 상황을 공개한 건 경제적 위기로 지난 2020년 8월 완전 잠긴 국경을 올해 초 열어야만 했고, 미국과 중국에서도 유행이 계속 되면서 코로나19가 더는 김 위원장의 통치에 걸림돌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 교수는 “북한이 처음 코로나19 확진을 인정할 때는 대동란이라는 표현까지 썼지만, 열흘 만에 논조가 달라져 ‘우리식의 정치방역이 승리하고 있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이 고려대의료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연 ‘북한의 코로나19 상황과 향후 국내외 관계 전망’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고려대의료원 채널 영상 캡처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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