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꿍꿍이 뭐길래..곡물 수출길 열리는데 우크라 발끈한 이유

박소영 2022. 5. 2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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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위한 길을 열어주는 대가로 서방에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를 '협박'으로 간주하고 스스로 길을 찾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기 위에 곡물이 쏟아져 있다. 러시아가 흑해를 장악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이 막혀 세계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 "제재 해제하면 곡물 수출"…우크라 "협박 굴복 말라"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25일(현지시간) "곡물을 실은 선박이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있도록 인도주의 통로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단, "러시아의 수출과 금융 제재 해제를 포함한 종합적인 접근"을 단서로 달았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국제관계에서 협박에 관한 사례로 이보다 더 좋은 예는 없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협박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쿨레바 장관은 "러시아가 안전한 통과를 보장하는 서류에 서명하더라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과 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 등에 따르면 약 2200만~2500만t 곡물이 러시아의 봉쇄로 발이 묶였다. 우크라이나 곡물은 흑해와 면한 오데사·초르노모르스크·피브데니 등 남부 항구를 통해 80% 이상 수출한다. 지난봄 흑해를 통한 예정 물량은 6500만~7000만t으로 이 중 4300만~4500만t만 수출됐다.

지난 2019년 5월 필리핀 해상에서 실시한 호주·일본·한국·미국 합동 훈련 중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USS 커티스 윌버(DDG-54)'함에서 하푼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흑해 봉쇄 어떻게 푸나, 하푼 미사일 제공·군함 호위 검토

우크라이나는 자체적으로 수출 루트를 찾는 중이다. 우선 해상 봉쇄를 푸는 방안이 있다. 이상적인 방안은 우크라이나군이 자력으로 러시아 함대를 몰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는 지난 23일 덴마크에서 지대함 순항 미사일 '하푼'과 발사대를 들여오기로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흑해엔 약 20척의 러시아 함정이 있으며, 모두 내쫓으려면 12~24개의 미사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운용하기까진 훈련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최대 사거리가 315㎞의 하푼은 한 발 발사에 약 150만 달러(약 19억원)가 든다.

다른 나라의 군함이 우크라이나 화물선을 호위하는 방안도 있다. 가브리엘류스 란즈베르기사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지난 23일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과 회담에서 해군력이 있는 국가들과 곡물 부족으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흑해를 통과하는 우크라이나 선박을 호위해 보호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24일 "현재 영국 군함을 흑해에 배치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이코노미스트지는 흑해 입구를 지키는 터키가 호위를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상길을 열려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설치한 기뢰도 제거해야 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도로·철로·수로 이용하지만, 최대 20일 소요

고육지책으로 도로·철로·수로를 통한 내륙 운송을 찾고 있다. 철도를 통해 서쪽 국경인 폴란드·슬로바키아·헝가리 등으로 보내고 있으며, 다뉴브강 수로를 이용해 루마니아로 수출 중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인접국 철로 간격이 달라 국경에서 곡물을 옮겨 실어야 하는 애로가 있다. 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블룸버그 통신에 "우크라이나 곡물이 철로로 폴란드를 거쳐 리투아니아의 클라이페다 항구까지 오는데 3주가 걸린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다뉴브강을 통해 루마니아 흑해 항구 콘스탄차로 운송하는 양을 늘리고 중이다. 그러나 철로로 다뉴브강 항구까지 운송한 후, 다시 바지선에 실어야 해 시간과 비용이 든다. 로이터 통신은 "이달 중순까지 우크라이나에 갇힌 곡물 1%(24만t) 정도만 콘스탄차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세계 식량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지난 22일부터 닷새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선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가 잇달아 제기됐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현재 러시아가 봉쇄한 우크라이나 식량 재고를 이동시킬 수 있는 안전한 통로가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세계 식량 위기가 오는 2024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 UN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수출하는 한해 곡물량은 인구 4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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