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가족 마음 훔칠 '멍세권' '냥세권' 도시 되려면..

김지숙 2022. 5. 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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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노원구 반려동물 친화도시 조성 위한 조사 보고서 발간
해외 반려동물 친화도시 사례, 서울시 동물정책 등 비교
국내도 세 집 건너 한 집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반려가족이 되며 역세권, 숲세권만큼이나 ‘멍냥세권’이 관심을 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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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거리 곳곳에 산책하는 반려견을 위한 물그릇이 놓여있다. 마을 전체 매장의 90%가 반려견 동반 출입이 가능하며, 상가나 음식점 앞에는 ‘강아지 친구 환영’ 혹은 ‘우리는 도그 프렌들리 매장입니다’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반려견과 음식점을 찾으면 개를 위한 간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꿈만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 노스요크셔주 몰턴은 이런 문화로 2018년과 2019년 영국 켄넬클럽이 꼽은 최고의 반려동물 친화도시로 꼽혔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반려견 친화도시 2위에 오른 미국 네바다주 헨더슨은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임대 주거지의 91%가 반려동물 입주를 허용하고 30%의 아파트는 동물만을 위한 놀이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1위를 차지한 샌프란시스코는 ‘살인적인 임대료’로 유명하지만 도시 내 반려견 공원 수가 40개로, 모든 주민이 걸어서 10분 안에 공원에 접근할 수 있다. 부동산의 경제적 가치를 뛰어넘을 정도로 반려견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우선시한 것이다.

‘멍냥세권’ 된 해외 도시들

세 집 건너 한 집이 반려가구인 국내서도 역세권, 숲세권만큼이나 ‘멍냥세권’이 관심을 받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도 앞다퉈 반려동물 테마파크, 유기동물 입양센터, 문화교실 등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반려동물 친화도시의 기준은 애매하기만 하다.

이에 서울 노원구가 해외 사례와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국 지자체들의 동물복지 정책과 행정을 비교 분석한 ‘반려동물 친화도시 노원구 조성을 위한 기초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노원구의회의 연구 용역으로 한국성서대학교 산학협력단(연구 책임자 김성호 교수)이 2022년 2월부터 3개월 간의 인터뷰, 현장 방문, 유선 조사 등을 통해 작성됐다.

영국 노스요크셔의 몰튼 타운은 2018년과 2019년 영국 켄넬클럽이 꼽은 최고의 반려동물 친화도시로 꼽혔다. 노원구 제공

먼저 보고서는 아직 낯선 개념인 반려동물 친화도시의 사례를 소개하고, 구체적인 시사점을 소개한다. 이들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고령친화도시, 유엔 인간정주프로그램(해비타트)의 여성친화도시,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에서 말하는 아동친화도시 등 유사한 약자보호 도시의 기준을 소개하며 동물 친화도시 또한 △친화적 인프라와 접근성 △낮은 경제적 장벽 △보호법 제도 △반려인의 책임감 등이 평가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여러 기관에서 조사한 동물 친화도시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네바다주 헨더슨, 캐나다 토론토, 영국 몰튼 타운 등이 선정됐다. 도시들은 공통적으로 도시 내 반려동물 공원의 갯수가 많았고, 동물에 친화적인 쇼핑센터, 식당과 동물병원 등의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었다. 한편 이런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반려인들이 지켜야 할 펫티켓의 기준이 세부적이었으며 이를 어길 시에는 벌금, 체포 등 강력한 처벌을 부과하고 있었다.

포브스 선정 반려동물 친화도시 1위로 ㄲ보힌 샌프란시스코는 ‘살인적인 임대료’로 유명하지만 도시 내 반려견 공원 수가 40개로, 모든 주민이 걸어서 10분 안에 공원에 접근할 수 있다. 노원구 제공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조사하고 발표하는 기관이 주로 보험사, 부동산 회사, 투자정보 제공업체란 사실이다. 보고서는 “실제로 이런 동물 친화적인 환경은 이주민을 유치하고, 관광객 선호도가 높아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 즉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좋은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반려인 50% 몰린 수도권 ‘반려문화 정착부터’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내의 상황을 분석하기 전, 보고서는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 인구의 54.1%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점을 짚었다.(KB금융그룹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 그러면서 “아직 성숙하지 못한 국내 반려동물 문화와 제도 탓에 해외 사례와 같은 척도를 적용하여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선정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적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동물복지사업 현황. 노원구 제공

대체로 국내 지자체의 반려동물 친화정책은 수도권과 타 지역이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반려인구가 밀집해 있는 서울시와 경기도는 유실·유기동물 보호, 반려동물 입양 지원, 반려동물 문화교실, 동물학대 방지 등 반려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을 우선하는 반면 다른 지자체들은 반려동물 테마파크, 놀이터(운동장), 문화축제 등 반려인의 관광과 레저 위주의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었다.

보고서는 반려문화 정착 노력을 유기동물 입양센터의 접근성, 취약계층 반려인 지원, 동물학대·복지 전담 기구, 반려동물 문화교실 운영 등의 측면으로 살폈다. 모범사례로 꼽힌 유기동물 입양센터는 직영으로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거나 구조부터 응급치료, 입양까지 한 번에 이뤄질 수 있는 시설을 운영 중인 강릉 동물사랑센터, 경주 동물사랑보호센터, 서산 동물보호센터, 전주 유기동물재활센터, 경기 도우미견 나눔센터 등이었다.

서울 서대문구는 2021년 반려견 친화형 청년 공공임대주택 ‘견우일가’을 건립하고 만 39세 이하 지역 청년을 선정해 임대차 계약을 맺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또 서울, 경기, 경남 등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의 반려인에게 반려동물 의료비용이나 돌봄비용을 지원하고 있었다. 극심해지는 동물학대 등을 전담할 기구를 갖춘 지자체도 있었는데, 경기도와 울산시는 동물보호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운영해 동물학대 행위나 무등록 영업 업소를 단속하고 있었다.

더불어 동물행정 전담 인력을 정리했는데, 서울시와 경기도는 각각 2012년과 2018년 동물보호과를 신설해 운영 중이었으나 기초자치단체에서 동물복지과를 운영 중인 곳은 전북 전주시, 경기 용인시, 경남 양산시, 강원 춘천시, 경기 화성시 5곳에 그쳤다. 서울시는 동물복지팀을 운영하는 자치구가 2017년 5곳이었으나 2022년 현재 21곳으로 급격히 늘었다.

구호 물품 지급, 반려인 전용 주택 만든 곳도

이외에도 눈에 띄는 지자체별 사례도 소개됐다. 전주시는 재난 발생 때 반려동물을 위한 구호물품을 지급해 긴급 대피 도중에 반려용품을 챙기지 못한 반려인을 돕고 있었다. 반려견 가족을 환영하는 주택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는 2021년 반려견 친화형 청년 공공임대주택 ‘견우일가’을 건립하고 만 39세 이하 지역 청년을 선정해 임대차 계약을 맺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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