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味술관] 미슐랭 식당도 겨우 구하는 술, 미담 '석탄주'

최지희 기자 2022. 5. 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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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홍천 미담양조장 '석탄주'

조선비즈 유튜브 채널 ‘味술관(미술관- 맛있는 술이 모여있는 곳)’은 전국 전통주·맥주·위스키 등 주류 양조장에 찾아가 주조 과정을 살펴보고 각 술과 함께 곁들여 즐길 수 있는 양조장발(發) 추천 음식을 소개한다.

미술관 찾아가기- https://youtu.be/4-o739Rs0Lo

두번째 미술관 탐방은 물 좋고 산 좋기로 유명한 강원도 홍천의 미담 양조장이다. 이곳 양조장 술은 없어서 못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술 하나가 완성되는 데 8개월 넘게 걸릴뿐더러 품질에 대한 양조장 주인 조미담(63) 대표의 기준이 높아 그만큼 술맛을 보기가 귀하다.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 숙취가 더 심하다는 건 편견”이라며 “충분히 발효하고 숙성하면 술이 충분히 안정화돼 숙취가 덜하다”는 양조장 주인의 말을 따라 ‘숙취 덜한 술’을 같이 만들고 맛보러 갔다.

강원도 홍천 미담양조장. /유튜브 '미술관'

◇ 한 줄 평

“술도 사람처럼 재촉하면 싫어한다고? 시간을 충분히 가진 술에서만 나오는 오미(五味) 바이브.”

◇ 이 양조장은?

산세 좋은 홍천 시골에 흙으로 빚은 듯한 초가지붕 양조장이 깔끔하게 들어서 있다. 환갑 넘은 주인 혼자 수작업으로 양조를 한다. 항아리에 술을 넣어 발효시키고, 때로 누룩도 직접 띄우는 등 대부분 과정을 전통 방식으로 고수하고 있다. 쌀 씻는 과정만 해도 60kg 쌀을 맑은 물이 뜰 때까지 손으로 찬물에 3시간 넘게 씻어내는 식이다.

왜 이렇게까지 힘든 수작업 일을 자처할까. 입담 좋은 양조장 주인의 이야기는 이렇다. 그가 과거 서울 건국대 앞에서 주점을 운영할 당시 학생들은 숱하게 “왜 막걸리 같은 우리 술은 숙취가 이토록 심한 것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주인은 그만의 답을 가지고 있었다. “맛 내려고 인공 감미료는 필요한 대로 넣고, 빨리 만들어 팔려고 발효·숙성 시간을 최소한으로 잡으니 독성이 심할 수밖에 없지.” 숙취에 괴로워하던 학생들의 질문은 결국 주인 자신이 직접 독성 적은 술을 만들어보겠다는 결심에 이르게 했다.

주조 당일 오전 6시부터 함께 술을 빚으면서 종일 그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 역시 이같은 그의 결심에 맞닿아 있었다. “술도 사람과 같아서 아껴줄수록 빛나, 그리고 재촉하면 안 돼.”

강원도 홍천 미담양조장. /유튜브 '미술관'

◇ 청주 ‘석탄주’ 특징

이곳 양조장의 대표 술인 석탄주(惜呑酒)는 맛이 좋아 입에 머금고 차마 삼키기가 아까워 탄식한다는 뜻의 술로, 조선 후기 백과전서에도 나오는 술이다. 2018년 대한민국 주류대상 청주·약주 부문 대상을 받았다.

들어가는 재료는 홍천 쌀과 밀 누룩, 물이 전부. 멥쌀로 밑술, 중밑술을 빚은 뒤 찹쌀로 다시 덧술을 더하는 삼양주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도수는 16도. 250일 넘게 발효와 자연 침지를 거친 황금 빛깔의 맑은 술이다.

화사한 과실 향이 은은하게 나 먹기 전 향부터 즐기기 좋다. 술이 입에 닿으면 산미 가득한 새콤달콤한 맛이 혀를 지배하다가 곧 쌉싸름해진다. 다양한 맛을 즐기다 꿀꺽 삼키니 입안이 개운하게 헹궈지면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석탄주를 맛본 사람들은 “화이트와인과 청주 사이 어딘가의 맛” “과하지 않은 꽃 향이 지배적” “꼴깍꼴깍 마시다 보면 순식간에 다 먹어 금세 취할 것 같은 술” “상큼한 과실 향이 난 뒤 묵직한 목 넘김이 좋다” 등의 평을 내놨다.

강원도 홍천 미담양조장 대표 술 '석탄주'. /유튜브 '미술관'

◇ 술 빚는 과정

멥쌀을 맑은 물이 뜰 때까지 씻고 3시간가량 불린 뒤 가루로 만든다. 가루 낸 쌀로 죽을 쒀 차게 식힌다. 옹기에 넣은 쌀죽을 2~3일 정도 발효시키면 밑술이 완성된다. 이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해 중밑술을 만든다.

강원도 홍천 미담양조장에서 만든 밑술이 발효하는 모습. /유튜브 '미술관'

중밑술까지 완성되면 덧술에 넣을 찹쌀을 쪄 고두밥을 만든다. 충분히 식힌 고두밥에 앞서 만들어놓은 밑술을 버무린다. 이른바 덧술 버무리기 작업이다. 소독한 항아리에 버무린 덧술을 넣은 뒤 저온 발효실에서 5개월간 발효시킨다. 이후 발효시킨 술을 걸러 3~5개월 동안 자연 침지한다.

◇ ‘양조장 주인’ 추천 석탄주와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

강원도 홍천 미담양조장 주인이 추천한 안주 '메밀전'과 '동그랑땡'. /유튜브 '미술관'

홍천 특산 재료 메밀을 넣은 전, 혹은 돼지고기 큼지막이 썰어 넣은 동그랑땡.

“우리 술은 음식의 하나로, 와인이 음식의 맛을 돋우듯 전통주도 한식의 맛을 즐기기에 적합합니다. 기름을 둘러 부친 전에 석탄주를 함께 먹으면 입안이 깔끔해져 음식 맛과 술맛이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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