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위안부 합의 알고 있었다.. "발표 전날까지 외교부가 4번 설명"

표태준 기자 입력 2022. 5. 26. 15:53 수정 2022. 5. 2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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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변, 외교부 문건 공개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정의기억연대(정의연·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후신) 상임대표였던 윤미향 무소속 의원을 만나 수차례 합의 내용을 알렸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5년 윤 의원과 외교부 간에 있었던 면담기록 4건을 공개했다. 이 의혹은 2015년 12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의연 대표였던 윤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나온 뒤 정부의 협상 과정을 비판하며 “사전에 정부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매번 진전이 없다는 내용만 들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오늘 회담을 발표했다. 우리 측과 전혀 논의되지 않은 점 등이 너무나 일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용수 할머니는 2020년 5월 기자회견을 열고 “윤미향 대표가 소수의 위안부를 회유해 반일(反日)에 역이용했다”며 “윤 대표가 10억엔 등 위안부 합의 내용을 외교부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으면서도,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위안부 합의의 ‘핵심 내용’인 10억엔 출자에 대해 윤 의원이 알면서도 할머니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의 주장을 두고 정치권에서 진실공방이 벌어졌고, 한변은 외교부를 상대로 윤 의원과의 면담 기록을 공개하라는 정보 공개 청구를 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정보공개거부 처분취소 소송을 냈고, 최근 승소해 이날 공개한 것이다.

한변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위안부 합의 당시 실무자였던 이상덕 전 외교부 동북아 국장은 위안부 합의 9개월여 전인 2015년 3월9일 정의연 측의 요청으로 윤 의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외교부는 윤 의원과 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 협의 동향과 위안부 피해자 중 이미 사망한 사람에 대한 보상 문제, 피해자 의견 수렴 등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또 다른 문건들은 같은 해 3월 25일과 10월 27일, 위안부 합의 타결 전날인 12월 27일 저녁까지 이 전 외교부 동북아 국장이 윤 의원을 만나 협의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12월 27일 윤 의원과 이 전 국장의 만찬 협의 내용이 담긴 문건에는 ‘합의 내용에 대한 반응’이라는 소제목 하에 ‘(이 국장이 발표 시까지 각별한 대외보안을 전제로 금번 합의 내용에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 총리 직접 사죄·반성 표명, 10억엔 수준의 일본 정부 예산 출연(재단 설립) 등 내용이 포함된다고 밝힌 데 대해)’라는 내용이 담겼다.

윤 의원은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이후인 2020년 5월 1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5년 12월27일 협의가 끝났는데 정부는 그날 밤 일부 내용을 통보했다. ‘평화의 소녀상’ 철거나 위안부 문제의 불가역적 해결, 국제적 비난 자제, 10억엔 출연 등 민감한 부분을 뺀 내용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당시 윤 의원에게 ‘10억엔 출연’ 사실을 빼고 협의에 나섰다는 것인데, 외교부 문건에는 윤 의원에게 설명했다고 적혔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26일 공개한 2015년 위안부 합의 관련 외교부와 윤미향 의원(당시 정대협 대표)의 면담 내용. /한변

또 ‘정대협(정의연) 입장 발표 문제’라는 소제목 하에는 “이 국장이 합의 문안 공유는 어렵다고 하고, 설득을 위해 ‘일측 대외 설명 요지를 구두로 설명”, “이 국장이 내일 협의 결과 발표시까지 대외 보안에 각별히 유의해줄 것을 당부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면서 “이 국장이 지방 소재 피해자 지원단체(나눔의 집, 마·창·진 시민모임, 통영·거제 시민모임, 대구 시민모임) 측과 사전에 어느 수준까지 합의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좋을지 문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한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미향씨는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이나 피해자 지원 단체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일본과 합의했다고 비난했다”며 “왜 그런 허위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합의 내용을 진솔하게 피해 할머니들께 얘기하고 공유했다면 피해자들이 그렇게 반발했을지, 박근혜 정부가 합의를 잘못했다고 그렇게 매도됐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일합의 발표 이후 확인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 해결 노력’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비판 자제를 약속한다’ 등 굴욕적인 합의사항은 전혀 설명한 바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합의 발표에 앞서 윤미향 의원이 외교부와 면담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합의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고, 이를 피해 할머니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식의 악의적 언급이 보도되는 데 대해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 입장에 대해 한변은 “이용수 할머니는 ‘10억엔 출자를 윤미향씨가 정부로부터 듣고도 할머니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폭로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소송을 벌여 이번 외교부 문건 공개를 통해 그 내용이 명백하게 확인됐다”며 “법원이 상세 내용을 비공개 결정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015년 3월 25일 정부와 윤 의원 면담 내용에 ‘소녀상 철거 문제’라는 제목의 문단이 있는 것으로 보아, 소녀상 문제 부분 역시 사전에 윤 의원이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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