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무차별 진압 박진경 추도비 이전지 '용도 적합성' 논란

고성식 2022. 5. 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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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보훈청이 제주4·3 당시 무차별 검거와 진압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 추도비를 베트남전 용사 위령 공간에 이전 설치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제주도 보훈청에 따르면 제주4·3 당시인 1948년 숨진 박진경 대령 추도비를 지난해 12월 제주시 연동 산131-1번지에 조성된 베트남전 참전 전우 충혼 위령 부지에 옮겨 세웠다.

그러나 해당 위령 부지는 베트남전 참전 전우들의 충혼을 위령하기 위해 조성한 곳으로, 박진경 대령 추도비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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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투어 "학살의 땅에 학살자 추도비..국민의 보훈처인가"
보훈처 "추모 공간이라는 행정재산 용도 목적과 유사해 문제 안 돼"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도 보훈청이 제주4·3 당시 무차별 검거와 진압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 추도비를 베트남전 용사 위령 공간에 이전 설치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강제 철거되는 '역사의 감옥'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도 보훈청이 20일 오후 제주시 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변에 있는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됐던 감옥 형태 조형물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3월 10일 제주 4·3 당시 무차별 진압을 주도해 학살 주범으로 평가받는 박진경 추도비에 단죄의 의미를 담아 이 조형물을 설치했다. 2022.5.20 dragon.me@yna.co.kr

26일 제주도 보훈청에 따르면 제주4·3 당시인 1948년 숨진 박진경 대령 추도비를 지난해 12월 제주시 연동 산131-1번지에 조성된 베트남전 참전 전우 충혼 위령 부지에 옮겨 세웠다.

그러나 해당 위령 부지는 베트남전 참전 전우들의 충혼을 위령하기 위해 조성한 곳으로, 박진경 대령 추도비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훈청은 2020년 3월 베트남전 참전 전우 충혼 위령 부지를 조성한다며 제주시로부터 해당 부지를 넘겨받고, 베트남전 참전군 위령탑과 베트남전에 참전한 고(故) 송성규 대령 동상을 이전했다.

베트남 참전군 위령탑과 송 대령 동산은 애초 제주시 충혼묘지에 있었으나 국립제주호국원 조성 공사에 지장이 있어 이전이 결정됐다.

다시 말해 베트남전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4·3 당시 제주도민에 대한 무차별 검거와 진압을 주도한 인물의 추도비가 베트남 참전 전우 위령 공간에 세워진 셈이다.

제주4·3기념사업회 등 16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월 10일 박진경 추도비에 '역사의 단죄'라는 의미로 '역사의 감옥에 가두다'라는 제목의 감옥 형태의 철제 조형물을 설치했다.

하지만 보훈청은 해당 조형물을 불법 시설물로 보고 지난 20일 행정대집행을 해 강제로 철거한 바 있다.

제주다크투어는 이날 성명을 내 "보훈청은 박진경 추도비의 '역사의 감옥'을 무단 설치물이라는 이유로 강제 철거하면서 정작 사전 협의나 근거 없이 박진경 추도비를 제주시로부터 이관받은 땅에 이설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 "이에 대해 제주시와 제주도는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께 보답하는 게 국가보훈처의 역할이다. 그러나 헌신 뒷면에 무자비한 학살이 있었다. 그 학살의 땅에 학살자의 추도비를 세워두는 것이 정말 국민이 원하는 보훈처인가"라고 비판했다.

박진경 추도비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도 보훈청이 20일 오후 제주시 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변에 있는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됐던 감옥 형태 조형물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진행했다. 사진은 행정대집행이 끝난 후 조형물이 철거된 모습. 2022.5.20 dragon.me@yna.co.kr

이에 대해 보훈청 관계자는 "옛 제주시 충혼묘지에 있던 지장물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충혼묘지에 있던 박진경 대령 추도비 이전을 모두 꺼렸기 때문에 마땅히 옮길 곳을 찾지 못했다"며 "이 와중에 보훈청이 관리하는 해당 행정재산에 박진경 대령 추도비도 이전하기로 자체 결정해 박진경 추도비를 옮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박진경 추도비가 추모 공간이라는 행정재산 용도 목적과 유사하게 설치됐으므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공유재산을 관리하는 제주도 회계과 관계자는 "박진경 대령 추도비가 비록 행정재산의 용도나 목적과 다른 곳에 있더라도, 보훈청이 관리하는 부지 유휴공간에 추모 목적의 시설물을 세웠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제주도 회계과는 1년에 한 번 공유재산을 목적 외로 쓰고 있는지 등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박진경 대령 추도비에 대한 추가 조사를 현재 계획하고 있지 않다.

박진경 대령은 1948년 5월 당시 제주에 주둔하고 있던 9연대장으로 부임한 뒤 도민에 대한 무차별 진압을 감행했으며, "폭동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결국 부임 한 달여 만인 1948년 6월 18일 대령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부하들에게 암살당했다.

박진경 추도비는 1952년 당시 도내 기관장 등이 관덕정 경찰국 청사 내에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제주시 충혼묘지로 옮겨졌다가 최근 국립제주호국원이 개원하면서 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변으로 이전됐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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