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들길 잘했다"..'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8년만 또 칸 인사

조연경 기자 입력 2022. 5. 26. 15:36 수정 2022. 5. 31.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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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인터뷰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현지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8년 만에 다시 칸의 부름을 받았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이하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가 26일(현지시간) 프레스 스크리닝과 공식 상영 등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국적 불문 모두의 '공감'을 자아낸 이야기. 상영 중에는 눈물로, 상영 후에는 박수로 뒤덮인 '다음 소희'의 의미있는 여정이다.

'다음 소희'는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여고생 소희(김시은)가 겪게 되는 사건과, 이에 의문을 품는 여형사 유진(배두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메가폰을 잡은 정주리 감독은 67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데뷔작 '도희야'에 이어 두 번째 영화 '다음 소희'로 또 한 번 칸에 입성하게 됐다. 8년의 시간 속, 정주리 감독의 작품 세계는 더욱 견고해졌다.

1962년부터 열린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은 프랑스비평가협회 소속 최고 평론가들이 참신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를 엄선해 상영한다. 감독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작품 만을 대상으로 매년 10편 전후의 작품이 선정되는 만큼 치열한 경쟁을 자랑한다. '다음 소희'는 국내 장편 영화로는 일곱 번째, 폐막작으로는 한국 영화 최초로 초청 돼 칸의 애정을 확인 시켰다.

스스로는 "이 영화로 칸에 오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단언한 정주리 감독이지만, 칸은 정주리 감독과 그의 작품을 이번에도 놓치지 않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감독 스스로 전혀 이해되지 않고 납득 되지 않았던 사건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영화'로 완성했다. 정주리 감독은 "아무리 작은 이야기어도 어디에서든 공감해 주는 분들은 있더라. 지금은 '만들길 잘했다'는 마음이 크다"고 진심을 표했다.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현지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2017년 발생했던 전주 콜센터 실습생 실화 사건을 소재로 했다.
"정확히는 2016년 말에 있었던 일이고, 나는 2021년 초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서 알게 된 사건이다. 보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생각은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지지? 왜 고등학생이 이런 일을 하고 있지?'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가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알아봤던 이유가 가장 크다. 뭔가 이야기로 만들어보고 싶었고, 단지 이 아이가 어떠한 일을 겪고 죽게 된 것을 넘어, 죽음 이후에 죽음을 어떻게 다루게 됐는지도 조명하고 싶었다. 나처럼 그 죽음을 궁금해 하는 누군가가 계속 파고들 수도 있다는 마음이었다."

-그간 콜센터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몇 있었다. '전형적이다'는 시선을 걱정하지는 않았나.
"굉장히 많이 했다. 할 수 있는 한 굉장히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채로 전반부를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일 수 있겠지만, 일단 현실에 발 붙이게 만들자는 목표가 컸다."

-사건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 위한 추가 취재 과정은 어땠나.
"내가 직접 당사자들이나 유가족들을 만나지는 않았다. 이것과 관련해서 영화 작업을 위해 콜센터에 가본다거나, 상담을 해본다거나 하는 것도 없었다. 기자 분들이 취재하고, 글로 남기고, 책으로 남기고, 유가족 분들의 인터뷰를 한 작가 분들이 쓰신 내용 만으로도 충분했다. 어떻게 보면 유진이 등장하는 후반부 이야기는 이 사건을 계속해서 추적하고 관심 가졌던 기자 분들을 향한 존경심도 담아낸 부분이다. 유진으로 인물화 하기는 하지만, 다방면에 대한 존경이 크다."

-처음 접했을 땐 사건에 대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는데, 취재와 영화 제작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 납득하고 이해했나.
"크게는 사건 자체를 이해해 보려고 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가면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들은 그래서 되도록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극적인 효과나 극적 요소들 보다는 '사실적으로 다가가자'는 목적이 뚜렷했다. 더불어 그 속에서 일을 겪고 있는 인물의 감정은 최대한 영화적으로 표현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눈 오는 설정이나 빗줄기 등을 통해 함축적으로 전달 됐을 때, 감정 공감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후반부 형사가 추적을 하다가 폭발하는 감정을 내비친다. 그건 감독 본인의 마음이기도 했을까.
"아주 의도한 건 아니지만 감정은 똑같았다. 당연히 분노에서 시작했고, 무엇보다 정확하게 '어떻게 된 일'인지가 계속 알고 싶었다. 그러면서 내가 느꼈던 분노를 넘어 '어쩌면 나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전체 속에 속해 있었구나. 나도 외면했던 누군가일 수 있겠구나'라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다음 소희'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인가.
"제목은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동시에 함께 떠올랐다. 이 사건이 있었고,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 것인데, 사건 다음에는 소희 죽음에 대해 알아가는 유진이라는 형사가 존재했다. 그 '다음'이라고 표현되는 존재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졌다. 소희도 누군가의 다음일 수 있고, 소희 다음에 누군가가 제2의 소희가 될 수 있고, 또 소희 다음에 오는 유진이라는 인물도 등장하기 때문에 여러 모로 '다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현지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칸 상영 후 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뜨거웠다. 외국 관객들에게도 통할 것이라 생각했나.
"전혀! 이번 영화는 나도 잘 몰랐던 사건이고, 계속 말했다시피 나도 도저히 납득이 안돼 알아 보면서 출발하고 시작했다. 오히려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까지도 '과연 관객 분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싶었고, 그런 마음으로 상영을 지켜봤는데 좀 놀랐다."

-상영 이후에 전해 들은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면.
"일단 중간에 나가는 분들이 별로 없어 놀랐다.(웃음)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는 이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표정들이라 내가 더 감동을 받았다. '잘 봤다' 말해 준 분들도 있고, '첫 영화인 '도희야'도 봤다'며 관련 이야기를 함께 꺼낸 분들도 있었다. 감사하다."

-큰 박수가 터졌는데, 외국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왜 통한 것 같나.
"그 지점은 나도 정말 궁금하다. 때마다 느끼지만 영화라는 것에는 정말 큰 힘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잘 한 것이 있다면 이것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이 공감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인 것 같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도희에 이어 소희까지 작품 속 인물들의 이름이 '희'자 돌림이다.
"안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이름은 진짜 우연이다. 도희도 아주 특별한 이름은 아니었는데, 소희는 '주인공 이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그 즈음에 읽었던 권여선 작가님의 단편 소설 '손톱'이 떠올랐다. 그 소설 주인공 이름이 소희다. '다음 소희'를 만들어내는데 그 인물에게 영감을 받은 것도 있고, 나름 경의를 표하는 차원에서 차용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에게 권태감이 느껴진다. 감독님이 인식하는 이 사회에 대한 의식인지 궁금하다.
"'권태감'이라는 자체에 정확하게 공감은 못 하겠지만, 그저 자기 위치, 자기 자리에서 살기 바쁜 사람들을 그리려고 했던 것 같다. 누군가는 외면하고 져버리고 했을지라도 나름의 이유들은 있을 것이고, 그것을 피력을 해야 하는 차원의 인물들이 더 많다. 그래서 듣기에는 너무나 험하고 '저렇게까지 말하나' 싶은 그런 인물들을 볼 때도 그 사람 입장에 들어가면 할 수 있는 말들이다. 최대한 그런 방향으로 녹여내려 노력했다."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과 배우 김시은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현지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타이틀롤에 신예 김시은을 캐스팅 했다.
"이전까지는 전혀 모르는 친구였다. '소희는 관객 분들이 모르는 얼굴, 새로운 얼굴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고, 그래서 오랜 오디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시작할 때 조감독님이 '같이 작업 했던 이런 배우가 있는데 한 번 봐줬으면 좋겠다'면서 소개를 해 줬다. 시은 양이 나오는 짧은 클립들 찾아 보면서 '미팅 한번 해보자'고 했다. 첫 만남에서 '시나리오 어떻게 봤어요' 했더니 '이 영화가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소희가 세상에 꼭 나왔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더라. '비범한 친구'구나 했다. '제가 꼭 하고 싶습니다!'가 아니라 소희에 대한 이야기를 쫙 풀어놨다. 대화가 어떻게 전개됐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그럼 우리 다음에 만났을 땐 뭐하자'고 했더니 시은 양이 깜짝 놀라더라. '저 된 거예요?' 하길래 '그래, 같이 하기로 해요'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합격이었다. 나에게 너무 큰 행운이었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반가웠나.
"모르겠다. 그냥 소희가 앉아서 나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모습으로 그려 놓지는 않았는데 시은 양을 보면서 '소희구나' 했다. 현장에서, 실제로 촬영하는 과정에서는 더 놀라운 모습을 보여 준 친구다."

-감독으로서 흡족했나.
"내가 그 날 정해진 부분만 촬영하고 다음 컷을 찍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 부분을 찍기로 했지만 조금 더 길게 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그 부분만 준비했을 수 있지 않나. 근데 김시은 배우는 놀라지 않고 그 감정을 쭉 이어서 표현해 내더라.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내 말을 너무 잘 알아 듣는다.(웃음) 알아듣는 것을 넘어 잘 표현하기가지 했다. '더 훌륭하고 큰 배우가 되겠구나'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배두나가 연기한 유진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
"시나리오가 완성 됐을 때 바로 배두나 배우에게 건넸다. 소희는 캐스팅도 하기 전이었다. 바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같이 하자!'고 약속했다. 배두나는 나에게 또 놀라움을 안겨 준 배우다. 마치 내 마음에 들어왔다 나간 것처럼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에 대한 온전한 모습 그대로를 이해하고 있구나' 싶었고, 두나 씨 역시 '누구보다 이 영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촬영을 할 때도 옆에서 내내 가장 큰 힘이 되어준 배우이자 동지다."

-'도희야'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인데.
"나에게는 배두나 밖에 답이 없었다. '도희야'를 봤다면 그 복잡하고 너무나 섬세한 감정들을 배두나 배우가 어떻게 표현했는지 잘 알 것이다. 구구절절 전사를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후반부 전체를 이끌어가면서 독보적 아우라를 갖고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인물은 배두나 뿐이었다."

-원했어도 출연을 확신할 수는 없지 않았나.
"달리 다른 생각을 하지는 못해서.(웃음) 간절함이 더 우선이었다. 무엇보다 '제발 내가 쓴 그대로 봐주길' 희망했고, '배두나라면 그렇게 봐 줄 것이다'는 어느 정도의 기대와 확신은 있었다. 만약 배두나가 안 한다고 했으면 어떻게 됐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지금 이 자리에는 없었을 것 같다."

-유진의 서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열심히 움직이는 이유가 '본인에게도 무언가가 있어서'라는 이유가 되지는 않기를 바랐다. 내가 그저 사건을 접한 후 영화까지 만들게 된 것처럼 유진도 자연스럽게 알아가다 보면 '할 수 밖에 없겠구나' 생각 되었으면 싶었다."

-소희와 유진에게는 '춤'이라는 매개체가 있다.
"말도 잘 안하고,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에게 뭔가 나름대로 표현을 한다거나 분출을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소희의 발자취를 따라가지만 유진의 입장도 동시에 이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배두나는 완성된 영화를 봤나. 일정 상 올해 칸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특별히 주고 받은 이야기가 있다면.
"사실 지금 선보인 영화도 100% 완성된 영화는 아니다. 아직 후반 작업이 조금 남아있고, 김시은 배우도 여기에서 처음 봤다. 배두나 배우는 아직 못 봤다. 연락은 칸 오기 직전에 주고 받았는데 내가 '여기 같이 못 있는 게 한이 된다'고 했다.(웃음) 지금 미국에서 열심히 새로운 작품을 찍고 있다. 첫 상영을 함께 하지 못한 게 진심으로 너무 아쉽다. 큰 구멍이 생긴 기분이고, 함께 있어야 할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이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현지 영화진흥위원회(KOFIC) 부스에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park.sewan@joongang.co.kr 〈사진=JTBC엔터뉴스〉


-'도희야' 이후 8년 만에 신작을 냈다. 오래 걸린 이유가 있을까. 그리고 작품을 낼 때마다 칸의 초청을 받고 있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영화는 8년 만에 만든 작품이지만, 작업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했다. 영화 자체로만 놓고 보면 굉장히 빨리 진행 된 프로젝트다. 칸에 오는데 완성도 못하고 올 정도로.(웃음) 긴 시간 사이에는 시나리오를 쓴 것도 있고, 제작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만들지 못했던 과정도 있었다. 그래서 좀 오래 걸렸다. 사실 올해 칸은 시간 자체가 너무 촉박해서 진심으로 또 이 곳에 오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기대도 못했다. 감회라기 보다는 이상한 일이다. 하하."

-연출작이 100% 칸 입성을 달성했다. '다음도 와야지, 와야 하는데'라는 부담감은 없나.
"처음엔 영화도 깔끔하게 완성을 해 놓고, 영화제 기간에 국내에서는 개봉도 해서 기쁘게 마무리를 하고 온전히 관객 분들을 만나는 느낌으로 왔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정신이 없긴 했지만 마음은 편했다. 근데 이번에는 '상영 내내 혹시 뭐가 잘못되지 않았을까' 자꾸 걱정이 되더라. 다음 영화는 혹시 오게 된다면 안전하게 오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웃음) 칸 초청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다음 영화는 좀 더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제작되면 좋겠다' 그 마음만 있다."

-사건은 과거 이야기지만 '도희야' 부터 '다음 소희'까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문제되는 지점, 부족한 부분을 꼬집었다.
"많은 것이 개선되고 많은 것이 좋아졌겠지만 너무나 모르는 것 투성이고, 진짜 모르고 있는 다른 것들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이 공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작은 힘들이 모여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방향으로 흘러 가기를 희망한다. 유진이라는 인물을 만들고, 기어이 완성 시킨 이유도 그런 희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하는 바람이 있다."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거나, 요즘 관심을 갖게 된 소재가 있다면.
"일단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 다만 아마도, 여전히, 다음 번에도, 또 '여성 주인공'인 이야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 그 정도의 생각은 있다."

-여성 감독이라고 해서 꼭 여성 이야기 해야 한다는 보장은 없다. 여성을 내세우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일부로는 절대 아니다. 가만 보니까 나는 영화를 빨리 만드는 사람이 아니더라. 또 만들면 또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고, 시나리오 쓰는 과정도 공들여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가 잘 할 수 있고, 잘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선전이 눈에 띄고 있다.
"우리나라 콘텐트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나도 느낀다. 그 사이에 함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고 영광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진작부터 같았는데, 이제야 모두가 알아봐 주는 기분도 든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휩쓴 코로나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각 분야에서 열심히 작업을 해왔고, 그걸 바로 세계 관객 분들이 알아봐 주시는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다."

-관객들이 '다음 소희'를 어떻게 봐줬으면 싶은가.
"관객들에게 바라는 것은 없다. 그저 나 역시 '어떻게 봐 주실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나 혼자만 아는 영화를 만든 건 아닐까' 고민도 된다. 현장에서 스태프, 배우들과 공감하면서 작품을 만드는 것과,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일단 칸 상영은 대부분의 관객 분들이 너무나 잘 봐주시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공감 해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그런 것을 경험하면서 '아무리 작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아무리 적은 수의 사람을 만나더라도 어디서나 공감해 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이젠 우리나라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기대된다."

칸(프랑스)=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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