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에 담긴 '희노애락'..김창열의 예술세계는?

오승재 기자 2022. 5. 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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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한국추상미술의 거장, 고 김창열 화백은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데요.  

그가 그린 물방울은 어떤 의미일까요?

오승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커다란 캔버스에 알알이 맺혀 있는 물방울.

금방이라도 또르르 흘러내릴 것 같습니다. 

'물방울 화가'로 잘 알려진 故 김창열 화백의 그림입니다.  

인터뷰: 최형순 관장 /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1972년에 처음 이런 물방울 작품들을 내놓기 시작해서 1973년에 프랑스에서 처음 물방울이라고 하는 제목의 작품을 전시 제목으로 사용해서…"

프랑스 파리에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작업하던 시절, 캔버스를 재활용하기 위해 표면에 물을 뿌렸는데 여기서 물방울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됩니다.

잠깐이면 없어질 물방울이 그에게는 맑고 투명한 아침 이슬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처럼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해서 1972년부터 무려 50년 동안 오로지 물방울 하나만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인터뷰: 최형순 관장 /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물방울이면 물방울 한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작은 물방울에 수많은 세상사가 다 들어가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물방울 모양도 너무나 다양합니다."

여동생과 친구들을 앗아간 6.25 전쟁.

김창열의 물방울은 그 상흔에서 나온 '눈물'이고 고통을 정화하는 수단입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배웠던 천자문을 활용해 '회귀' 연작을 선보였습니다. 

불교의 공(空), 도교의 무(無)와 같은 동양의 철학 사상을 표현한 겁니다. 

2016년, 주요 작품 220점을 제주도에 기증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건립된 김창열미술관.  

중정을 둘러싼 8개의 큐브형 건물, 빛과 바람을 실내로 들이는 회랑은 김창열 예술 세계의 '신전'입니다.   

인터뷰: 허재형 학예사 /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회(回)자 모양의 건축물은 김창열 화백님께서 자신의 작품이 세계를 돌고 돌아 마지막으로 머물길 원하는 신전과 같은 모습으로 지어지게 됐습니다" 

평범한 물방울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대중적 인기와 세계적인 명성을 함께 얻었던 김창열.

그가 평생 흘렸던 '땀'이기도 했던 물방울이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 오승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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