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북한의 올해 17번째 도발과 두더지 게임 : 새 정부 北 시험에 단호함 보였다

北, 이달만 4번째 도발 후 보도 없이 '침묵'
'한미정상회담 합의' 중요성 인식한 계기..
한·미동맹 공조, 윤 정부 대응 테스트 성격
대응태세 수준을 더욱 높이는데 진력해야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동해상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25일 우리 군과 주한미군 지대지미사일 발사로 대응했다. 사진은 미군의 ATACMS 지대지미사일 발사.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26일 오전 현재까지 북한이 어제 25일 감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되는 미사일 3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도발과 관련해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날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주요 선전매체들은 전날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달 4일 ICBM, 7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2일 초대형방사포(KN-25) 시험발사 뒤에도 관련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고, 25일 미사일 발사 등 최근 4번째 도발 후 이례적인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이전까지 북한은 통상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을 벌인 다음 날 관영매체를 통해 현장 사진과 함께 적극적인 선전활동을 벌여왔다.

우리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 미사일 3발 도발에 대해, 첫 번째 미사일은 지난번 실패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재시험 발사, 두 번째 미사일은 고도 약 20km에서 소실돼 실패한 것으로, 세 번째 미사일은 SRBM급(Short-range ballistic missile:사거리 약 1000km이하 탄도 미사일)으로 추정하고 정밀분석 중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이 제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라 워싱턴에 도착하기 직전을 노려 핵 탑재가 가능한 잇따른 미사일 무력시위를 감행함으로써 한·미·일을 대상으로 벌인 고강도 도발로 평가한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이는 전형적인 두더지 게임'의 모습"이라며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 시기 이미 도발준비를 마친 상태로 알려졌지만, 도발을 잠시 중단하며 토굴에 대기하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동북아시아 현장을 떠나 본국으로 복귀 길에 나서자 '두더지 게임'을 진행한 것"이라고 짚었다.

미군은 바이든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연일 동해 상공에 미군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 등을 출격시켜 대북 경계활동을 강화하고 주일미군 사세보 해군기지와 서태평양 일대엔 미 해군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포함, 항모급 4대를 전개해 북한의 도발에 즉각 대응이 가능토록 고강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북한은 '경계하던 외부의 위협이 사라지자 토굴 밖으로 나와 무력 도발을 벌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 센터장은 북한이 지금까지의 두더지 게임과 다른 각별히 주목할 점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북정책 관련 내용이 얼마나 현실화하는지는 테스트하는 성격이 있다"며 "북한은 자신들의 도발에 '한·미 군 당국이 어떻게 공조해 대응'하는지, 대응카드로 연합훈련 강화 혹은 전략자산 전개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는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연합훈련 강화 △전략자산 전개 협의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 등 단호하고 엄격한 대북정책이 쏟아졌다. 따라서 자신들의 도발에 이러한 합의가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떠보는 테스트 무대로 삼은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어 반 센터장은 "윤석열 정부의 직접적인 대응 수준을 가늠해보는 성격도 있다"며 "새 정부에서 첫 번째 도발이었던 지난 5월 12일 정부는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점검회의만 열렸기에 이번 도발은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지 유심히 지켜보면서 확인하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신속하게 NSC를 열었고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결의위반 강력 규탄'과 함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확장억제'와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지시했다"며 "북한의 이번 도발로 한미 정상회담 합의의 중요성을 입증한 것이며, 이를 구체화하는 노력도 그 의미가 크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보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지시하면서 한미정상회담 합의를 즉각 이행한다는 신호를 준 것은 달라진 한국 정부의 도발 대응을 체감하도록 하는 의미와 효과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해 새 정부는 북한의 테스트에 쉽게 말려들지 않는 단호함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가 함께 지대지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실발사함으로써 우선, 연합대응능력을 과시한 것도 억제력 강화의 실천적 모습으로 평가된다. 한·미 외교수장도 통화를 통해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규탄하면서 한미동맹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음을 알렸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도발은 매우 이례적으로 탄도미사일 3발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따라서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된 '다종 동시발사' 전술이 가능한 시나리오를 넘어 현실화되었기에 대응태세 수준을 더욱 높이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25일 공개한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영상 캡처. 사진=조선중앙TV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