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청소부' 30대 여성 "월급 400만원..집 사서 독립했다"

정혜정 2022. 5. 2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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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요즘것들이 수상해' 캡처


직장인 생활을 하다 퇴사하고 청소일을 시작한 30대 여성의 사연이 공유됐다. 김예지(34)씨는 “한달 수입은 400만원이 넘는다”며 “청소부 일을 하며 집을 샀고 독립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방송된 KBS 2TV ‘요즘것들이 수상해’를 통해 청소부 8년차 김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김씨는 “저처럼 살아도 행복하고, 제 삶이 누군가에게 또 하나의 예시로 쓰였으면 좋겠다”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방송에 담긴 김씨의 일상은 오전 4시 30분 시작됐다. 오전 5시 20분 일터에 도착한 김씨는 이곳에서 어머니와 함께 건물 복도와 계단, 화장실, 사무실 등 곳곳을 청소했다.

김씨는 “이만한 일이 없다”며 “사회에서는 자기 성격을 죽이면서 맞춰야하는 상황이 되게 많은데 이 일은 제 성향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 험한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제게 청소란 책임감”이라며 “어른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일”이라고 했다.

김씨는 8년간 꾸준히 청소일을 하는 이유로 ‘경제적인 매력’을 꼽으며 “한달 수입은 400만원을 조금 넘는다”며 “청소부 일을 하며 집을 샀고, 독립을 해서 혼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미대를 전공한 김씨는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했으나 “나는 조직 생활과 맞지 않는다”를 느끼고 1년 만에 퇴사했다.

김씨는 “불안 장애를 겪었다. 겪었다기 보다는 그런 사람이었다”며 “회사를 다니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기가 어려웠다. 겁도 없이 무작정 회사를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한다고 하고 나서 경제적 어려움도 있었다”며 “그때 엄마가 경제적으로 괜찮은데 함께 청소일을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흔쾌히 하겠다고 한 이후 월수금은 청소일을, 화목토는 일러스트 작가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차 프리랜서 작가인 그는 청소일을 하면서 기록한 현장과 영감들을 그림으로 담아 청소 에세이를 펴내기도 했다.

김씨는 “청소일을 하면서 느꼈던 고민과 생각들을 묶어 만화 에세이를 썼다”며 “어느 날 번역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출판사를 통해 왔고, 일본에서도 책이 출간됐다.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김씨 어머니는 “딸이 겪어온 과정을 옆에서 모두 지켜봤다”며 “내 딸이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일이 딸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새로운 삶을 다시 찾았다”며 “딸에게 청소를 권한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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