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워홀' 필립 콜버트 "랍스터 행성의 꿈이 현실로"

김준억 2022. 5. 26. 14: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페이지갤러리서 개인전..'과잉소비 시대 기술의 의미' 질문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필립 콜버트가 25일 더페이지갤러리에서 개인전 개막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2.5.25.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랍스터를 예술적 분신으로 삼아 팝아트 작품을 만드는 영국 작가 필립 콜버트(43)가 자신의 꿈을 펼친 신작들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필립 콜버트 개인전 '드림 오브 더 랍스타 플래닛(Dream of the Lobstar Planet)'이 26일 개막했다.

'차세대 앤디 워홀', '앤디 워홀의 대자(godson)' 등의 수식어를 가진 작가는 바닷가재를 등장시켜 근현대 거장을 오마주한 작품들로 유명해졌다.

지난해 3월 세종문화회관 전시회에 이어 1년여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작가는 최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더페이지갤러리는 이들 작품을 지난 12∼15일 개최된 '아트부산 2022'에 출품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필립 콜버트가 25일 더페이지갤러리에서 개인전 개막에 앞서 앤디 워홀의 수프캔을 오마주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2.5.25.

작가는 전시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랍스터는 나의 예술적 언어로서 지속해서 진화하고 있으며 특히 디지털 기술을 통해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랍스터로폴리스(LOBSTEROPOLIS)라는 메타버스를 만들었는데 이 가상세계에는 '랍스터 시민'도 있다"며 "이번 전시 제목처럼 랍스터 행성의 꿈은 현실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필립 콜버트가 25일 더페이지갤러리에서 개인전에 앞서 '랍스터 초상화' 시리즈를 설명하고 있다. 2022.5.25.

전시장에 걸린 랍스터 초상화 시리즈는 작가가 제작한 7천777개의 대체불가토큰(NFT) 컬렉션의 일부다. '랍스터로폴리스'의 아이디와 함께 제공되는 초상화 NFT는 오픈시(OpenSea)에서 거래되고 있다. 랍스터 NFT는 기존과 달리 'Labstar'라고 표기해 언어의 유희를 부렸다.

그는 "최근에는 메타버스에서 영감을 얻는다"며 "'랍스터 시민'은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만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대표적 회화인 '헌트(Hunt)' 시리즈도 신작을 선보인다. 이 연작은 랍스터가 창과 방패를 들고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그린 작품들로 고흐나 피카소 등 거장들을 싸움의 대상으로 삼는다. 마르셀 뒤샹이 모나리자가 인쇄된 엽서에 수염을 그린 작품으로 현대미술의 장을 열었던 것과 계보가 이어진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필립 콜버트가 25일 더페이지갤러리에서 개인전 개막에 앞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2.5.25.

그는 "예술적 분신인 랍스터가 미술사의 거장들과 싸우는 것은 역사와 대화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며 갈등이나 논쟁 등의 방식으로 역사의 진전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신작에서는 전장을 행성으로 장소를 옮기고, 전투 상대로 '랍스터 로봇'을 등장시켰다.

작가는 "원형 캔버스에 내가 만든 메타버스를 구현한 것"이라며 "랍스터 종족의 신화를 바그너의 오페라처럼 극적인 스토리텔링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랍스터 세계'도 발전할 것이라는 작가는 로봇을 패배자로 그렸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필립 콜버트가 25일 더페이지갤러리에서 개인전 개막에 앞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2.5.25.

그는 "자연의 종족들이 로봇에게 정복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나의 공상과학(SF) 내러티브에서 로봇은 기능적이고 힘을 가진 것으로 표현되지만, 자연은 로봇 세계를 극복한다"고 말했다.

전시된 입체 작품들은 철로 만들었지만, 플라스틱처럼 보이도록 색을 입혔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과잉 생산, 과잉 소비 시대를 반영하는 의도라고 한다.

그는 "기술이 인류를 구할 것이냐 아니면 파괴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인데 이 질문의 답은 아직 모른다"라며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설교하지 않는 대신 세계가 가진 양면을 균형적으로 생각해보기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필립 콜버트 개인전 전시장 전경. 2022.5.25.

대학 때 철학을 전공했던 작가가 랍스터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은 살바도르 달리의 랍스터 전화기 등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랍스터를 예술적 자아로 삼기까지 오랜 여정이 있었다"며 "어렸을 때 봤던 랍스터는 외계인처럼 느껴졌고,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인 달리의 작품에도 랍스터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내가 랍스터가 될 때 나는 예술가가 된다"고 여러 차례 밝힌 그는 랍스터뿐만 아니라 해산물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전시는 7월 10일까지 진행되며 네이버 사전예약을 통해 무료 예매 후 관람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필립 콜버트가 25일 더페이지갤러리에서 개인전 개막에 앞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2.5.25.

justdust@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